Login

“난 세상의 파괴자”··· ‘오펜하이머’ 알고 보면 재밌을 7가지

조성호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8-17 09:19

[깨알지식 Q]
‘원자폭탄의 아버지’와 ‘군축(軍縮)의 아버지’라는 정반대의 두 별명을 가지고 있는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傳記) 영화 ‘오펜하이머’가 15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첫 전기 영화로 주목받은 이 작품은 미국 등에선 지난달 이미 개봉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세계 최초로 원폭 개발에 성공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며 2차 세계대전을 끝낸 영웅인 동시에 인류에 통제하지 못할 무기를 안긴 문제적 인물이라는 양면적 평가를 받는다. 앞서 영화가 개봉한 영미권에선 오펜하이머 재조명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은 ‘오펜하이머 지식’을 소개한다.


◇과학에 앞서 언어 천재였다

1904년 4월 22일 유복한 독일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오펜하이머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신동이었다.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받은 광석 세트를 계기로 7살 때부터 결정(結晶) 구조와 빛의 편광(偏光) 간의 상호작용 등에 관심을 갖고 빠져들었다. 12세 땐 오펜하이머가 어린이인 줄 모르고 서한을 주고받던 뉴욕 광물학 클럽 회원이 그를 세미나 연사로 초대하기에 이른다. 오펜하이머는 지적 호기심이 매우 커 영어 외에도 그리스어·라틴어·프랑스어·독일어·네덜란드어·산스크리트어까지 총 7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시(詩) 쓰기를 즐기기도 했다.

◇노벨상 후보만 세 번…수상은 못해

오펜하이머는 역사가 인정하는 최고의 물리학자였지만 정작 노벨상을 받진 못했다. 노벨물리학상 후보에만 1945년·1951년·1967년 세 번 올랐지만 선정되진 못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통상 한 가지 분야를 집중해서 연구하고 그 분야에서 성과를 얻어야 하는데 오펜하이머는 여러 분야에서 나온 성과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종합해 또 다른 결과를 내놓는 일에 천재적인 인물이었기에 ‘노벨 스타일’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그와 함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동료 중 18명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실제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 모습. /사이언스북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실제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 모습. /사이언스북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담배로 살고 담배로 죽었다

오펜하이머는 엄청난 애연가로 유명했다. 그의 사진이 대부분 담배를 물고 있을 정도다. 맨해튼 프로젝트 진행할 당시 그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몸무게가 50㎏(키 178cm)까지 빠졌는데 이 시기에도 담배만큼은 숨 쉬듯 피워댔다고 한다. 하루에 담배 100개비를 피웠다는 증언도 있다. 그의 입에 물려 있는 담배 ‘체스터필드’는 오펜하이머의 상징이 됐다. 그는 결국 인후암으로 세상을 떴다.

그가 유명해진 후엔 그를 따라 담배를 피우는 것이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배우 킬리언 머피는 촬영 때 니코틴이 없는 허브 담배를 피웠다. 아울러 아몬드만 먹는 극단적 다이어트도 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과 비슷하지만 다른 길

오펜하이머는 전(前) 세대 물리학계의 최고 거장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1920년대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공부할 때 만났다. 아인슈타인은 맨해튼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나치 독일보다 빨리 원폭을 개발해야 한다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건의한 인물로 기록돼 있다.

두 사람은 대부분의 사안에 견해를 같이했지만 말년에 닥친 매카시즘(반공산주의 운동) 광풍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정치적 공세에 당하기만 했던 오펜하이머와 달리 아인슈타인은 이에 반발하는 사회운동가의 모습을 보였다.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미 육군의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왼쪽)과 오펜하이머 박사. 1942년에 찍은 사진이다. 오펜하이머는 38세의 젊은 나이였지만 그로브스 장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었다./미 에너지부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미 육군의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왼쪽)과 오펜하이머 박사. 1942년에 찍은 사진이다. 오펜하이머는 38세의 젊은 나이였지만 그로브스 장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었다./미 에너지부

◇힌두교에 매료된 유대인

오펜하이머는 유대인이긴 했지만 유대교를 맹종하는 신자는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산스크리트어와 힌두교에 심취해 힌두교와 인도 문학에 대한 경외심을 자주 표현했다. 원폭 실험에 성공한 후 그는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며 자책했다고 하는데, 이 문구는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어구다.

오펜하이머는 하버드대 학부생 시절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면서 힌두교 철학에 빠져들었다. 그가 전공한 물리학 분야인 양자역학과 우주 창조와 기원을 고찰하는 힌두교와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도 있다.

1950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촬영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왼쪽)과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오른쪽). 4년 뒤 오펜하이머 박사가 스파이 혐의로 청문회에 서자 아인슈타인은 “조국에 헌신한 대가가 이런 것이냐”고 분개했다고 한다./위키미디어
1950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촬영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왼쪽)과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오른쪽). 4년 뒤 오펜하이머 박사가 스파이 혐의로 청문회에 서자 아인슈타인은 “조국에 헌신한 대가가 이런 것이냐”고 분개했다고 한다./위키미디어

◇뉴욕보단 뉴멕시코를 좋아했다

뉴욕 출신인 오펜하이머는 생전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로 물리학과 뉴멕시코주(州)를 꼽았다. 유년 시절 여행한 뉴멕시코의 황량하고도 광활한 풍경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뉴멕시코주에 ‘본부’를 꾸린 것이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맨해튼 프로젝트’란 이름은 미국의 2차 대전 참전 후 기반시설 건설 및 무기 생산 시설 구축 등을 위해 과학·공학자들을 대거 모은 육군 공병대의 연구 시설 중 상당수가 뉴욕 맨해튼 컬럼비아대에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맨해튼에서 개발 자체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계획 초기에 맨해튼에서 초기 연구가 이뤄져 이후에도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암호명이 사용됐다.

◇전에도 영화 나왔지만 ‘혹평’

오펜하이머의 일기를 다룬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최소 두 편의 영화가 오펜하이머를 다뤘다. 롤랑 조페 감독의 ‘멸망의 창조’(1989년), 드라마 다큐인 ‘시작과 끝’(1947) 등이다. 컴퓨터 그래픽 등이 발달하기 전에 만들어진 두 영화는 원폭과 관련한 어설픈 묘사와 역사적 고증 부족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반면 1980년대 BBC가 방영한 7부작 드라마 ‘오펜하이머’는 골든글로브·에미상 등 주요 드라마상 후보에 오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켈로나를 비롯해 BC주 중부에서 발생 중인 산불 연기의 여파로 광역 밴쿠버 지역의 대기질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BC주 대기질 데이터 지도에 따르면, 18일 오후 3시 현재 광역...
‘노스로드 페스티벌’, 로히드몰서 내달 2일 개최
다문화 공연부터 플리마켓, 푸드트럭 등 즐길거리 넘쳐
▲2019년 코리아 커뮤니티 데이 당시 모습 (밴쿠버조선일보 DB) 노스로드 상권의 최대 축제 ‘노스로드 페스티벌’이 오는 9월 2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로히드시티...
MSCA 접속 통해 확인 쉬워져··· 이민자 편의 확대
앞으로 사회보장번호(SIN)를 온라인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 연방정부는 18일 성명을 통해 시스템을 더 현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서비스 캐나다의 온라인 서비스인...
컴패스카드 보여주면 할인 가능··· 선착순 5000명
이번주 주말부터 열리는 2023 PNE 페어(PNE Fair)를 맞아 트랜스링크가 특별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트랜스링크는 오는 8월 25일(금)과 9월 1일(금) PNE 입구에서 컴패스 카드를 보여주는...
한미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오후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강풍 여파에 산불 빠르게 번져··· 대피령 잇따라
켈로나 도시 전체가 연기로 자욱··· 피해 커질 듯
오카나간 호수 인근에서 일어난 산불이 강풍의 여파로 삽시간에 번지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 산불로 인해 BC주 중부 최대 도시 켈로나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된 동시에, 수천 여...
10월 초까지 간헐적 부족 예상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당뇨 치료제 오젬픽(Ozempic)이 캐나다에서도 공급 차질을 겪고있다. 18일 해당 약품의 제조업체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글로벌 공급 제약과...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 지역만 산불 236건
올해 캐나다 산불 1100건··· 그리스만한 면적 집어삼켜
▲노스웨스트준주 옐로나이프 인근 산불 (NWT Fire Facebook)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 지역에서 236건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주도인 옐로나이프 주민 2만명 전원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올해...
▲Getty Images Bank대한항공이 안전 운항을 위한 승객 표준중량 측정을 실시한다.18일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공항에서 휴대 수하물을 포함한 승객 표준중량 측정을 실시할...
6월 이후 출몰한 곰만 20여 마리
코퀴틀람 소재 공원 3곳에 곰 출몰이 잦아짐에 따라 앞으로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다. 코퀴틀람 시당국은 최근 곰들이 공원 내 쓰레기통과 피크닉 장소 주변에 접근한다는 신고가...
캐나다도 새 변이 EG.5 확산 조짐··· 재유행 우려
면역력 약화가 원인··· 정부 “필요 시 방역 실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에서도 재유행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6일 캐나다 공중보건청(PHAC)이 발표한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점진적으로...
강풍·마른번개로 금요일 오전까지 산불 피해 늘듯
웨스트 켈로나 등 오카나간 지역 대피령 잇따라
▲켈로나 인근 맥도걸 크릭 산불 모습(BC Wildfire Service) 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강한 바람과 마른번개의 여파로 이미 역대 최악 수준이었던 BC의 산불 피해가 심화되고...
[깨알지식 Q]
‘원자폭탄의 아버지’와 ‘군축(軍縮)의 아버지’라는 정반대의 두 별명을 가지고 있는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傳記) 영화 ‘오펜하이머’가 15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Getty Images Bank잦은 음주가 50세 미만 ‘젊은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신철민 교수 연구팀은 젊은 대장암 발병 요인을 파악하고자,...
작년 9월 메이플릿지서 구매··· 100만 달러 당첨
지난해 9월 추첨한 6/49 로또 당첨금의 주인공을 찾고 있다. BC 복권공사(BCLC)는 2022년 9월 28일 추첨한 6/49 로또의 100만 달러 당첨자가 아직까지 당첨금을 수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부 시스템서 정보 변경 후 2만불 타가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기소
팬데믹으로 직장을 잃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지원금을 부정 수급한 전 국세청(CRA) 직원이 적발됐다.   지난 10일 경찰은 유콘준주 도슨시티에 거주하는...
팰리세이드, 엘란트라, 투싼 등
미국서도 5만여대 리콜 진행
기아에 이어 현대 자동차도 화재 위험 문제로 캐나다서 리콜 조치됐다.   연방 교통국은 캐나다에 수입된 총 1만1120대의 현대 차량을 리콜한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특정...
밴쿠버 쇼네시 골프클럽서 24일 개막
고진영, 리디아고, 브룩 헨더슨 등 출격
▲2019년 대회 우승자 고진영 (Photo by Mike Stobe/Getty Images) 캐나다 유일의 LPGA 투어인 캐나다 퍼시픽 캔자스시티(CPKC) 여자오픈(이하 CPKC 여자오픈)이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밴쿠버 쇼네시...
일러스트=박상훈코로나 펜데믹 기간 중 줄어든 외부 활동과 고립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이 쪘지만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살 찐 정도가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
리튼 올해 캐나다 최고 기온 41.4도 기록
무더위 한동안 이어질 듯··· 다음 주말에 비 소식
지난주부터 BC 남부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일부 지역의 기온은 섭씨 40도를 넘어섰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BC주...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