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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밟으려다 액셀”···지난해 고령운전 사고 8.8% 급증

최혜승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9-17 11:55

지난해 서울 강서구에서 80대 운전자가 왕복 6차로를 가로질러 아파트 담장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한문철TV
지난해 서울 강서구에서 80대 운전자가 왕복 6차로를 가로질러 아파트 담장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한문철TV

2022년 12월 13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한 대가 왕복 6차로를 가로질러 아파트 담장을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차량은 사고 지점에서 100m쯤 떨어진 골목에서 좌회전하던 중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1차 사고를 냈다. 이후 대로를 향해 질주하더니 가드레일을 부수고 아파트 담장을 들이받고 나서야 멈춰 섰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운전자는 80대 여성으로, 그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해 이 같은 사고를 일으켰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같은 해 10월 18일 경북 영덕의 한 휴게소에선 80대 남성 운전자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주차된 차량 1대와 행인들을 잇따라 덮쳤다. 이 사고로 3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이중 휴게소 계단을 내려오던 50대 행인은 두 다리가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 운전자도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헷갈려 이 같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지난해 만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가 낸 사고는 3만4652건으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5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노인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2017년 2만6713건 ▲2018년 3만12건 ▲2019년 3만 3239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3만1072건)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교통량이 줄어들면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그러다 2021년 3만1841건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 반등한 데 이어, 지난해 8.8%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가 3.1% 줄어든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교통사고 사망·부상자 수도 전체적으로 줄어든 반면, 노인 운전자가 가해자인 사상자 수는 되레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6.2% 감소한 데 비해, 노인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735명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서 노인 운전자가 가해자였던 비율은 26.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상자 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3.4% 감소했지만 노인 운전자 가해 부상자는 10.2% 증가했다.

지난해 9월 김해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0대 운전자가 주차 도중 차량 7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했다. /유튜브
지난해 9월 김해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0대 운전자가 주차 도중 차량 7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했다. /유튜브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가 늘어난 배경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고령 운전자도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2017년 279만여명에서 지난해 438만여명으로, 5년 새 1.6배로 늘어났다. 2025년엔 498만명, 2035년엔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령 운전자는 인지능력 저하에 따른 운전 조작 미숙, 위기 상황 대처 능력 부족, 각종 질환 등으로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2019년 1월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면허갱신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치매 검사,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면허 소지 기준도 강화했다.

이와 함께 노인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진 면허 반납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반납률은 미미한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도로교통공단, 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률은 2%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438만7358명의 고령 운전자 중 2.6%(11만2942명)만이 운전면허를 반납했고, 올해 6월 기준으로는 고령운전자 453만6247명 중 5만1338명이 면허를 반납해 반납률이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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