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천둥 같은 빗방울들이 마당으로 쏟아진다
마당은 금세 물 바다가 된다
날 짐승 먹이로 남겨 둔 아버지의 경전 같은 콩 알들이
둥둥 떠내려 간다
아버지가 떠내려 간다
지상에 남겨 둔 아버지의 유훈,
목숨 가진 것들은 다 먹어야 산다고
저 풀잎들은 산소를 먹고 수분을 먹고
날 새들은 낟 알을 먹고 벌레를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유훈
그 유훈 빗물에 둥둥 떠내려 간다
텅 빈 마당,
이제 아버지도 가고 콩알도 가고 새들도 숨죽이고 풀숲에 든다
빈 하늘만 먹구름 같은 큰 눈알을 굴리며
빗줄기 속에서 주룩 주룩 장단을 맞춘다
떠나간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떠나간 것은 새 생명을 싹 틔우는 것이라고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