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변이, 전파력 증가에 대한 증거는 못 찾아
▲Getty Images Bank
미국 머크사(MSD_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라게브리오(성분 몰누피라비르)’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 변이가 다른 사람에게 확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전에도
라게브리오가 코로나19 변이를 일으킨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여기에
힘을 싣는 과학적인 근거가 하나 더 더해진 셈이다.
테오 샌더슨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연구원팀은 25일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가 전세계에서 수집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 1500만여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라게브리오가 유도한 것으로 보이는 돌연변이 패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라게브리오를 복용한 사람에게서 이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미복용자에 비해
8배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라게브리오는 머크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로, 주요 성분은 몰누피라비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동안 바이러스의 유전체(RNA)에
껴들어 방해하는 원리다. 이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라게브리오가 사람의
DNA에도 영향을 미쳐 암이나 기형을 유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글로벌 코로나19 염기서열 분석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코로나19 돌연변이 발생 빈도(왼쪽)과, 라게브리오(성분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환자군에서 나타난 코로나19 돌연변이 발생 빈도(오른쪽)이 유사하게 나타났다./Theo Sanderson, Nature (2023)
글로벌 코로나19 염기서열 분석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코로나19 돌연변이 발생 빈도(왼쪽)과, 라게브리오(성분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환자군에서 나타난 코로나19 돌연변이 발생 빈도(오른쪽)이 유사하게 나타났다./Theo Sanderson, Nature (2023)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를 이루는 염기 중 시토신(C) 자리에 몰래 들어갈 수 있다. 시토신과 분자 구조가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다른 비슷한 구조를 가진 염기인 티민(T) 또는
우라실(U) 흉내 낸다. 또한 구아닌(G) 자리에 껴 들어가 아데닌(A)인 척 흉내를 내기도 한다. 결국 바이러스가 정상적으로 증식하지 못하게 막아 없애버린다.
연구진은 라게브리오를 도입한 2022년 이후 전 세계에서 이런 돌연변이
패턴을 가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라게브리오를
복용한 환자군에서 나온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에도 돌연변이 패턴이 유사했다.
특히 영국과 호주, 미국, 일본
등 그 해부터 라게브리오를 사용한 국가, 특히 노년층에서 이러한 돌연변이가 많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팍스브리드와 라게브리오를 둘 다 승인한 국가에서는 노년층에게 병용금기약물이 많은 팍스브리드보다는 라게브리오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캐나다, 프랑스처럼
라게브리오를 승인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이런 돌연변이가 적게 나타났다.
물론 바이러스는 늘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진화한다. 면역계를 속여 더
많은 숙주를 감염시키고 번식하기 위해서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C가 U로 바뀌는 현상이 비교적 잦다. 그런데 라게브리오를 복용하면 이런 변이가 일어나는 빈도가 6배 가량
증가했다. 자연적으로는 거의 잘 나타나지 않는 G에서 A, U에서 C, A에서 G로
바뀌는 변이도 5~20배 가량 증가했다.
샌더슨 연구원은 “몰누피라비르가 새로운 돌연변이를 일으켜, 약물 치료에도 살아남은 바이러스가 유전적 다양성을 갖게 한다”며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때 이 연구 결과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새로운 변이를 만들거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경로와 속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서 지난 1월과 8월에도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 ‘메드 아카이브(medRxiv)’에 실었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더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라게브리오를 복용할 경우 각 돌연변이가 얼마나 많이 생길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여전히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내선
리 미국 하버드대 의대 바이러스학전문연구소장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작용원리 때문에
근본적으로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제시
블룸 미국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원래 변이가 잦다”며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 진화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추가 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25일자에 발표됐다.
참고 자료
Nature(2023) DOI:
10.1038/s41586-023-06649-6
medRxiv(2023) Doi: https://doi.org/10.1101/2023.01.26.23284998
medRxiv(2023) Doi: https://doi.org/10.1101/2023.01.26.23284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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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먹는 치료제가 바이러스 변이 일으켰다
2023.09.25 (월)
머크 치료제 라게브리오 변이 유발 증거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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