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하마스, 이스라엘 기습 공격··· 新중동전쟁 확전 우려

이스탄불=정철환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0-08 15:11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서고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를 폭격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이 신(新)중동전쟁 수준으로 확전될 위험이 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에 진입했다”며 전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가자지구를 폭격하며 ‘철(鐵)의 검’이라고 명명한 보복 공격을 시작했다.

이날 충돌로 이스라엘(8일 오후 11시 기준)에서 군인과 민간인 등 사망자가 최소 600명 나왔고 팔레스타인 사망자도 313명에 달했다. 부상자를 합치면 사상자가 4700명에 육박하는 등 인명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8일 “이번 공격은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겨냥한 최악의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집트·시리아가 주축이 된 이슬람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침공한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최종 승리를 거뒀으나 군인 2500명이 전사하고 8000명이 부상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7일 하마스 무장 대원들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에 설치된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곳곳으로 침투했다. 22개 지역에서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하고 인질 최소 57명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 과정에 중동 최강 군사·첩보 강국으로 꼽히던 이스라엘은 아무런 방비 없이 하마스의 공격에 노출됐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은 곳곳이 뚫렸고 첩보 조직 ‘모사드’ 또한 하마스 기습 가능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마스는 ‘알아크사 홍수’라고 이름 붙인 이번 공습에 대해 “동(東)예루살렘 내 이슬람 성지를 훼손하고,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팔레스타인을 탄압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 정상화 기조를 원치 않는 이란이 배후에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를 중재해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적인 지원을 약속한다”고 8일 밝혔다.

유대교 안식일인 이날 오전 가자지구 하마스 포대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최소 5000발이 발사됐다. 이 중 상당수는 가자지구에서 동북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방향으로 날아갔다. 초막절(이스라엘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가족 단위로 모여 있던 이들이 많아 피해를 키웠다.

미사일과 로켓포 공격에 특화된 하마스 내 알카삼 여단의 주축 미사일인 M-73(사거리 80㎞), S55(사거리 55㎞), R160(사거리 160㎞) 등 중장거리 미사일들이 내리꽃히는 지점마다 굉음과 함께 불꽃이 일어났고 주택과 상점 건물이 파괴됐다. 최강의 첩보력을 과시하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벽 기습 공격에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거리로 달려나왔다. 미사일 공격에 더해, 하마스 및 이들과 연합한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 300여 명이 이스라엘 본토로 침투했다. 장기간 이어진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로 지형지물을 훤히 꿰고 있던 이들은 오토바이와 트럭을 타고 장벽을 넘거나 뚫어 이스라엘로 진입했다.

무장 병력이 난사한 총탄으로 피습 지역 곳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스라엘 영토에 발을 들여놓은 무장세력은 거침없었다. 경찰서 등 관공서와 협동농장 키부츠 등을 급습했다. 동남부 네게브 사막에서 철야로 열리던 음악 축제 행사장에도 난입해 민간인 등을 무작위로 납치했다. 이날 소셜미디어엔 하마스 및 이슬라믹 지하드로 추정되는 무장 병력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성, 또는 양발이 묶인 채 얼굴에서 피를 흘리는 맨발 차림의 여성 등을 무자비하게 끌고 가는 장면이 올라와 충격을 줬다. 외신들은 끌려간 이스라엘군과 민간인들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을 막기 위한 ‘인간 방패’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48년 건국 후 벌어진 아랍 진영과의 세 차례(1~3차 중동전쟁)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후 벌어진 팔레스타인과의 크고 작은 무력 충돌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앞세워 진압했던 이스라엘은 이날 하마스의 공습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베냐민 네탸나후 정권은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언하고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피습 직후 낸 메시지에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역량을 파괴하고 이들이 배치됐거나 숨어있는 사악한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겠다”며 ‘궤멸적 복수’를 공언했다. BBC는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격으로 하마스의 전투원과 무기가 모여 있다고 알려진 11층 ‘팔레스타인 타워’ 등 빌딩 여럿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세에 오랜 교전 경험을 축적한 하마스가 ‘지구전’으로 버틸 경우 지구촌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두 곳의 화약고에서 장기전을 치르는 상황이 된다. 문제는 이번 싸움이 온건 성향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통치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까지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는 벌써부터 현실이 되고 있다.

8일 서안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이스라엘 북쪽 레바논에 본거지를 둔 헤즈볼라가 골란 고원 내 이스라엘 점령지를 향해 박격포를 발사했다. 무장 단체들의 잇따른 발호는 중동 전체를 불안으로 몰고 가 세력이 급속도로 위축된 IS(이슬람국가) 등 극단주의 테러 단체들의 연쇄적 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측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되고 공항 운영은 사실상 중단됐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이번 사태로 인한 현지 교민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약 4% 급등했다. 9일 오전 9시 50분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17% 오른 배럴당 86.2달러, 브렌트유는 3.97% 오른 87.95달러에 거래이다.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원유 생산국이 아니기...
소셜미디어에 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영상을 올린 샤니 루크의 어머니. /엑스(옛 트위터)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침공 직후 군인과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납치했다. 특히 하마스가 나체 상태의 젊은 여성을 트럭에 태운 뒤 행진하는...
발리 사원에서 나체로 명상하고 있는 남성. /인스타그램인도네시아 발리의 힌두교 사원에서 나체로 명상한 외국인 남성이 현지 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다. 발리는 관광객 질서 유지...
피 흘리고 있는 이스라엘 여성을 지프에 강제로 태우고 있는 하마스 대원. /엑스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무차별 납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마스 군사 조직 대변인 아부 오베이다는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서고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를 폭격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이 신(新)중동전쟁 수준으로 확전될 위험이...
미국 오리건주에서 경비행기가 추락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엑스(구 트위터)미국 오리건주에서 경비행기 한 대가 추락해 비행 훈련 중이던 학생과 교관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6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6시 45분쯤...
먼지와 핏자국으로 엉망이 되어 눈에 초점을 잃은 채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는 한 남성이 우두커니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구조대원이 스파이더맨 잠옷을 입은 열살짜리 아들의 시신을 시신 운반용 가방에 옮기는 모습이었다.6일(현지시각) 영국...
올 9월은 전세계와 한국이 각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9월을 경험했다.5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발표에 따르면 올해 9월은 전세계...
美 뉴저지주 경찰서로 차량 돌진 “신고 처리 결과에 불만 품은 듯”
존 하그리브스가 SUV 차량을 몰아 경찰서를 부순 뒤 만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 /엑스(X·트위터)미국에서 한 남성이 차를 몰아 경찰서로 돌진해 내부를 박살 내는 사고 순간이 포착됐다....
배달기사 앨런 콜리(31·가장 왼쪽)에게 모욕적 표현이 담긴 문장을 반복 재생해 들려주는 유튜버 테너 쿡(21·오른쪽 흰색 모자)./트위터미국의 한 유튜버가 일면식이 없는 배달기사에게 장난을 치고 그 반응을 촬영하다 배달기사가 쏜 총에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아르헨티나의 한 아파트 8층에 매달려 있는 소년.아르헨티나에서 아파트 8층 난간 그물에 걸린 11세 소년이 이웃들에 의해 무사히 구조되는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다.지난달 30일(현지시각) 라나시온, 텔레노체 로사리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같은 달 28일 오후...
전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탑승자들 5인. 오션게이트 익스펜디션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톡턴 러시,파키스탄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이민 1세대, 곰탕집으로 시작
미쉐린 ‘별’ 받은 식당만 9개
NYT “프랑스 요리 패권 끝내”
▲뉴욕에서 처음 한식 파인 다이닝으로 미쉐린 별을 따낸 임정식 셰프의 '정식'. 정식을 선두로 현재 뉴욕에는 고급 한식 파인 다이닝 식당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정식의 '한입...
"식사 인원이 1명 이상일 경우 18%의 팁이 자동으로 부과된다"는 영수증 공지. /레딧미국의 한 베트남 음식 전문점에서 팁(tip) 18%를 자동 적용해 부과한 것을 두고 미국 네티즌들의 비판이...
456명이 456만弗 놓고 실제 경쟁
넷플릭스가 공개한 리얼리티쇼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 스틸 사진. 원작 드라마와 유사하게 꾸며진 세트에서 출연진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고 있다./넷플릭스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본뜬 리얼리티 쇼 ‘오징어...
미국 유타주 사막에 무사 착륙 소행성 샘플은 일본 이어 두 번째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로봇팔을 이용해 암석을 채취하는 모습. 로봇팔이 베누 표면에 닿으면 질소 가스를 방출해 표면의 암석들을 공중에 띄워 채집기로 암석들을 채취하는 방식이다. 오시리스-렉스는 10초간 암석을 채취한 뒤 다시 이륙했다....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영아들이 마약에 노출돼 1명이 사망했다. /abc 방송화면 캡처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3명의 아이가 낮잠 시간에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1세 영아는 결국 사망했는데, 사망 원인이 마약의 일종인 아편성...
최근 출간 ‘머스크 평전’ 후폭풍
미 연방 상원은 15일(현지 시각)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우크라이나전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혔다. 머스크가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starlink)’ 통신망을 일시 차단해 우크라이나의 대러 군사작전을 막았는지...
사고 8개월 뒤 부적절한 발언 담긴 보디캠 영상 공개 문제 발언한 경찰관 “악의 없었다” 해명
자아나비 칸둘라(23)./BBC미국 시애틀에서 한 유학생이 과속으로 달리던 경찰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후 현장에 도착한 다른 경찰관이 ‘목숨값’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정황이 담긴 바디캠 영상이 뒤늦게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15일(현지...
서울은 휘발유값 평균 1850원 턱밑 국제유가 배럴당 100불 전망 많아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감산 여파로 국제유가가 재차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가격도 10주째 오름세다.1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0.77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0.61달러(0.68%)...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