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英 현충일 행사에 태극기··· 6·25 참전용사가 ‘아리랑’ 불렀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1-12 09:44

지난 11일(현지 시각) 영국 현충일(1차 세계대전 종전일) 기념 행사가 열린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 바닥에 태극기와 무궁화가 조명으로 띄워져 있다. 찰스 3세 국왕과 리시 수낙 총리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영국군 6·25전쟁 참전 용사 콜린 새커리가 무대에 올라 한국어로 ‘아리랑’을 불렀다. 행사를 주최한 영국왕립군단은 “한국 전쟁이 끝나고 70년이 지난 지금 영 연방군의 봉사와 막대한 희생을 기억한다”고 전했다. 6·25전쟁엔 영국군 8만1000명이 참전해 1100명이 사망하고 2500명이 부상했다./BBC
지난 11일(현지 시각) 영국 현충일(1차 세계대전 종전일) 기념 행사가 열린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 바닥에 태극기와 무궁화가 조명으로 띄워져 있다. 찰스 3세 국왕과 리시 수낙 총리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영국군 6·25전쟁 참전 용사 콜린 새커리가 무대에 올라 한국어로 ‘아리랑’을 불렀다. 행사를 주최한 영국왕립군단은 “한국 전쟁이 끝나고 70년이 지난 지금 영 연방군의 봉사와 막대한 희생을 기억한다”고 전했다. 6·25전쟁엔 영국군 8만1000명이 참전해 1100명이 사망하고 2500명이 부상했다./BBC

“우리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다. 우릴 잊지 말아 달라.”

영국 런던의 대표적 공연장 중 하나인 로열 앨버트홀. 영국의 현충일인 11일(현지 시각) 이곳에서 펼쳐진 ‘영국군 현충일 추모제(The Royal British Legion Festival of Remembrance)’ 행사 무대에 군복을 갖춰입은 콜린 태커리(93) 전 육군 준위가 올랐다. 그는 2019년 영국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유명 인사로, 6·25 참전 용사기도 하다.

그가 이날 선택한 노래는 우리 민요 ‘아리랑’이었다. 태커리씨는 “아리랑은 (우리의) 단합과 힘, 그리고 추모를 상징한다”며 “한국전 참전 용사를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5000여 명의 관중 앞에서 비교적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아리랑을 열창했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그는 애써 차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목소리에는 참혹했던 전쟁과 안타깝게 스러져간 전우들에 대한 회한이 묻어났다. 태커리씨는 1950년 9월 한국행 수송선에 올라 약 2년간 부산에서 압록강 인근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여러 전투에 참가했다.

찰스 3세 국왕 부처와 윌리엄 왕세자 부부, 리시 수낙 총리 부부 등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6·25 참전 용사들은 70여 년 전 기억을 소환했다. 육군 낙하산 부대 소위로 참전했던 브라이언 패릿(92) 전 육군 준장은 “오늘 밤 우리는 아주 먼 나라에서 목숨을 잃은 동지와 친구들을 기억한다”고 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현충일 기념 행사에 참석한 영국군 6·25전쟁 참전 용사들이 현역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차례대로 단상에 올라 전쟁 경험담과 한국의 전후 고도 성장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BBC
지난 1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현충일 기념 행사에 참석한 영국군 6·25전쟁 참전 용사들이 현역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차례대로 단상에 올라 전쟁 경험담과 한국의 전후 고도 성장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BBC

뒤이어 등장한 마이크 모그리지(89)씨는 “70년이 지난 지금, 끊임없이 변화해 온 세계에서 한국이 얼마나 큰 발전을 이루었는지를 보면 (참전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동안 행사장 바닥엔 대형 태극기와 무궁화의 영상이 비쳤다. 켄 켈드, 트레버 존씨 등 다른 참전 용사들의 인터뷰 영상이 소개되는 동안에도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이 깔렸고, 당시 가난하고 처참했던 한국의 모습과 전투 장면들이 등장했다.

이날 행사를 중계한 BBC 진행자는 “한국전쟁은 영국이 20세기에 겪은 가장 중요한 전쟁 중 하나였지만 (1·2차 대전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못해 ‘잊힌 전쟁(forgotten war)’이라고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영국군은 3년간의 전쟁 기간 동안 연인원 9만명이 참전, 1078명이 전사했다. 미국 다음으로 큰 파병 규모이자 인명 손실이다. 특히 글로스터셔 연대 1대대는 1951년 4월 ‘임진강 전투’에서 중공군 3만명에 맞서 서울을 지켜내다 600여 명 대부분이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는 큰 희생을 치르기도 했다.

영국의 현충일 행사는 1차 세계대전 종전일(1918년 11월 11일)에 맞춰 열린다. 이날 현충일 행사와 함께 개최되는 추모제는 왕실 주요 인사와 정부 요인이 총출동하는 중요 행사다. 영국 육·해·공군 군악대의 연주와 각종 공연과 함께 영국군의 전쟁사를 되돌아보고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된다.

올해 행사에서 6·25전쟁이 주목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올해가 한·영 수교 140주년 겸 6·25 정전 70주년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으로 한국에 대한 영국 내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찰스 3세 대관식 이후 영국을 찾는 첫 국빈이다. 찰스 3세와의 회담과 수낙 총리와의 국빈 만찬, 영국 의회 연설 등이 예정돼 있다.

찰스 3세는 지난 7일 자신의 첫 ‘킹스 스피치(King’s Speech·국정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빈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8일에는 영국 왕실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런던 외곽의 한인 타운인 뉴몰든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인 교포 사회 인사들을 만나 격려하고, 탈북 동포 대표들도 만나 탈북민 인권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22일 무차별 총격에 이은 화재가 발생, 40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러시아 당국은 이를 즉각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친(親)우크라이나 혹은 반(反) 푸틴 세력의 연관 여부를 조사...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이 22일 공개된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암 발병 사실을 밝히고 있다. /BBC 제공지난 1월 복부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라던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42)이 암...
10일 공개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의 사진에서 편집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받은 부분들. /인디펜던트 제공영국 왕실이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과 세 자녀가 함께 있는 가족사진 한...
이스라엘군은 성탄절 전날인 24일(현지 시각)에도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집중 공격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밤부터 지금까지 육·해·공 합동 작전을 통해 약 200개의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 목표물을...
▲카렐대 캠퍼스 모습 (wikimedia)체코 수도 프라하 중심가에 있는 카렐대 캠퍼스에서 21일(현지 시각)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체코 경찰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각) 동성애자와 동성 커플에 대해 제한적으로 축복을 허용한다는 공식 방침을 내놨다. 혼인 성사(성당에서 하는 결혼식)나 미사와 같이 교회의 전통적...
지난 11일(현지 시각) 영국 현충일(1차 세계대전 종전일) 기념 행사가 열린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 바닥에 태극기와 무궁화가 조명으로 띄워져 있다. 찰스 3세 국왕과 리시 수낙 총리 등이...
韓·英 수교 140주년 맞아 8일 한인 타운 ‘뉴몰든’ 방문
영국 런던 뉴몰든 역 앞 거리. 한글 간판이 쉽게 눈에 띈다. /조선 DB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유럽의 ‘작은 한국’으로 불리는 영국 런던 외곽의 한인 타운 ‘뉴몰든(New Malden)’을 오는 8일(현지 시각) 방문한다고 3일 영국 왕실이 발표했다. 찰스 3세 국왕 개인은 물론,...
“이스라엘이 전쟁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28일 오후(현지시각)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스라엘은 전날(27일) 오후부터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북부...
이스라엘 예루살렘 현장··· 정철환 특파원 르포
하마스, 소셜미디어에 여성·아이들 희생 영상 살포
이스라엘도 참상 보도하며 분노 증폭시켜··· 피의 보복 악순환
▲10일(현지 시각)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입구에서 이스라엘 경찰들이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입장을 통제하고 있다. /정철환 특파원“아이의 휴대폰에서 인스타그램·틱톡·X(옛...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서고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를 폭격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이 신(新)중동전쟁 수준으로 확전될 위험이...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총격으로 숨진 나엘(17)의 장례식이 벌어진 1일(현지시각) 오후 파리 북서부 낭테르시. 장례식장인 ‘이븐 바디스’ 모스크(회교 사원)로 향하는 길은 곳곳에 무장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검은색 복면 차림의 한 경찰은 “장례식 직후...
러시아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이 24일(현지 시각) 휘하 부대를 이끌고 러시아 군부를 겨냥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철수했다.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이 일어난 것은 1991년 8월 소련 공산당 보수파가 일으킨 쿠데타 이후 약...
러시아 군부를 상대로 반란을 선언한 러시아 민간 용병 단체 와그너(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각) 오후 “우리는 반역자가 아닌 애국자”라며 와그너 그룹을 반역자로 규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그는...
러시아 보안·방위군 저항 약한 듯…“모스크바 경계 태세 강화”
러시아 군부를 겨냥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 단체 와그너(바그너) 그룹 선봉대가 24일(현지시간) 오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350㎞ 떨어진 리페츠크까지 진출한 것이 확인됐다. 앞서 영국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의 부대가 모스크바까지 가려...
영국에 ‘찰스 3세 시대’가 공식 개막했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는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중심가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치르고, 영국과 14개 영(英)연방 왕국의 군주로 등극했음을 공식 선포했다.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부부는 이날 오후...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구설에 올랐던 도미닉 라브(49) 영국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이 사임한다고 21일(현지 시각) 밝혔다. 전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특별 조사위원회가 그의 혐의 대부분이 문제가 되는 행동이라고 인정하는 47쪽짜리 보고서를 내놓자 스스로...
영국 해리 왕자가 자서전 ‘스페어(Spare·예비품)’에서 영국 왕실에 대한 신랄한 폭로와 함께 자신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25명을 사살한 사실을 밝혀 나라 안팎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국내에선 “생명 경시 태도이자 영국군을 욕보인 것”이란...
자서전서 폭로
▲사진출처=Bruce Detorres via Flickr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의 자서전 ‘스페어(spare·예비품)’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왕실 내 가족 간 갈등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파문을...
유명 축구선수 아자다니 포함
이란 축구선수 아미르 나스르-아자다니(26). 이란 관영 매체 IRNA에 따르면, 나스르-아자다니는 지난달 16일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던 중 보안요원 3명을 살해한...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