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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재료로 슬쩍 대체··· 질 나쁜 스킴플레이션

황지윤 기자 김성모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1-17 10:28

꼼수 가격 인상 새 수법 등장



“‘초콜릿(chocolate)’ 맛이라고 적혀 있던 포장지 문구가 ‘초콜릿 같은(chocolatey)’ 맛으로 바뀌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지난 9일 글로벌 식품 기업 펩시코 계열사인 퀘이커사의 초코바 제품 ‘딥스 그래놀라 바’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유통 기한이 지난 오래된 맛이 난다”는 소비자 제보를 받고 이 제품의 포장지를 과거와 비교한 것이다. 확인 결과, 초콜릿 코팅 원료인 코코아 버터가 값싼 팜유로 바뀌어 있었다. 포장지 오른쪽 위에 “진짜 밀크 초콜릿으로 만들었다”던 문구도 사라졌다. 제보자는 CBC에 “사기당한 기분이다. 이게 어떻게 같은 제품이냐”고 했다.

◇꼼수 가격 인상의 끝판왕, 스킴플레이션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제품값이나 용량은 유지한 채 값싼 재료를 써서 비용을 줄이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 꼼수 가격 인상의 새로운 수법으로 등장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7월 테스코·모리슨·알디·세인즈버리 등 대형 수퍼마켓 체인의 스킴플레이션 실태를 폭로했다.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료의 함량 등을 줄인 제품이 수두룩했다. 파스타 소스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함량이 33%였는데 26%로 줄고, 과카몰리의 아보카도 함량이 80%에서 77%로 소리 소문 없이 줄어드는 식이다. 마요네즈의 계란 노른자 함량이나 두루마리 휴지 규격이 바뀐 경우도 있었다.

한국 기업도 유혹을 피해 가지 못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델몬트 오렌지 주스’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췄고, 기존 80% 제품은 45%로 낮췄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는 튀김기름으로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다가 최근 ‘올리브·해바라기유 50% 블렌딩 오일’을 사용한다고 공지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서비스를 줄이는 것도 한 예다. 영국 BBC는 지난달 “식품업계뿐 아니라 각종 사업체로까지 스킴플레이션이 퍼지고 있다”면서 “호텔이 상시 제공하던 청소 서비스를 요청할 때만 제공하거나, 레스토랑 서비스가 느리고 열악해졌다면 이는 스킴플레이션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한 식당이 ‘다음 손님을 위해 식탁을 닦고 나가 달라’는 안내문을 붙여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았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스킴플레이션은 제품 품질을 떨어뜨려 슈링크플레이션보다 질적으로 더 나쁘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보다 알아차리기 어려워 가장 교묘한 꼼수”라고 했다.

◇국민은 ‘쥐어짜인다’

제품 용량 축소와 재료비 삭감 같은 꼼수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에 시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쥐어짠다는 뜻의 ‘스크루(screw)’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단어다.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중산층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체감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돈을 쥐어짜내야 할 정도로 일생 생활이 어려워지면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실질 경기도 살아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최근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유가 내수 회복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물가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한 스크루플레이션이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고물가 시대의 소리 없는 가격 인상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광범위한 실태 조사를 통해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는 숨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홈페이지에 단위당 가격 변화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식품업계에 대한 정부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4일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정직한 경영 방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16일에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슈링크플레이션처럼 슬그머니 표기만 바꾸는 것은 꼼수”라며 “그렇게 하는 기업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다.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인색하게 군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이 제품 가격과 용량은 그대로 두면서 값싼 원료로 대체해 실질적으로는 가격 인상 효과를 보는 걸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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