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23-11-20 13:34

임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하늘빛 깊어져
가로수 이파리 물들어가면
심연에 묻힌 것들이
명치끝에서 치오른다
단풍빛 눈빛이며
뒤돌아 선 가랑잎 사람
말씨 곱던 그녀랑
두레박으로 퍼올리고 싶다
다시 만난다면
봄날처럼 웃을 수 있을까
가을은 촉수를 흔들며 사냥감을 찾고
나무 빛깔에 스며들며
덜컥 가을의 포로가 되고 만다
냄비에선 김치찌개가 보글거리고
달님도 창문 안을 기웃거리는데.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여섯 손가락 2021.04.27 (화)
백 철 현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뒷마당 한 귀퉁이, 낡은 플라스틱 화분 하나 나는 겨우내 내팽개쳐진 고아였다   긴 겨울밤 혼자인 게 외로웠고 버려진 게 무서웠다   그러나 나는 모성으로 견뎌왔다   나는 자궁이다 내 피와 살을 삭혀 만든 흙빛 양수로 가득 찬 잉태의 곳간이다   절벽 끝 어미 새처럼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얼음덩이 같은 알갱이를 맨살로 품었다   3월, 오랜 산통 끝에 연둣빛 옥동자가...
백철현
두 친구 2021.04.27 (화)
김춘희 / ( 사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그의 생애의 기쁨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  가정을 이루었을 때, 첫 딸 아기를 안았을 때, 캐나다로 이민 온 후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의 마음을 살펴본다.  낯선 남의 땅에 살면서도 소소한 기쁨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친구와의 만남의 인연을 첫 째 로   꼽아  본다 .     1979 년 이민 5 년 차 되던 그해 연말 부부 동반 동창회가 어느 동창 집에서 열렸다....
김춘희
할아버지의 봄 2021.04.27 (화)
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어느 해 봄이었다. 할아버지는 햇볕만 찾아다녔다. 안마당, 바깥마당을 오가며 먼 하늘과 산을 바라보고, 새로 소생한 나무와 풀, 꽃 따위를 유심히 들여다보곤 긴 한숨을 토했다. 그 눈빛은 너무 아득해 아무도 말을 붙일 수 없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그랬다. 말 수도 줄고, 왕성한 식욕도 떨어지고, 웃음도 잃어갔다. 말을 건네고 맛난 음식을 해다 바쳐도 영 반응이 없다. 그저, “물 한 대접과 요강이나 갖다 놔라.”...
박성희
걸어야 얻는 것들 2021.04.27 (화)
조규남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걷는 것은흙과 바람과 도란 거리는발길과 눈길의 속삭임입니다생의 변두리를 겉도는듯지루한 일상을 흔들어 깨워낯 설은 듯 눈 크게 뜨게 하는소생의 심호흡이지요 걸어 가노라면치매처럼 증발된지난 것들의 흔적들이 일깨워지고걷는 길은 어느새조금 앞선 내일과어깨 부딪으며 콧노래 부릅니다 걸으면 매 걸음은반복의 일상을 비질하듯 쓸어내고물을 뿌린 후의 정갈한 내음 같은한겨울 산사의 청아한...
조규남
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사월은설레임으로 온다 서툰 걸음으로 다가와울타리 너머 소담히 피어난연지꽃에 눈맞춤하고 사월은헤매이며 온다 낯선 걸음으로 서성이다들녘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따라 꿈 나래짓하고 청춘이 그러하다서툰 헤매임과 낯선 설레임으로환상의 늪을 서성이고  인생이 또한 그러하다희미한 별빛, 사위는 달빛에 기대어사막의 샘을 찾아 헤매인다
김해영
권 순 욱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어린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밴쿠버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가 1982년 5월 17일이었다.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딸 아이는 4학년으로 한국에서는 새 학기 초였다.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어리둥절해 한 시도 엄마 아빠의 손을 놓고 곁을 떠나지 못하던 아이들이 40여 년간 이 땅에서 장성하여 슬하에 자녀를 둔 50대의 어엿한 부모가 되었다. 그러는 중 우리 부부도 나이가...
권순욱
최민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다.'라고 누군가 말하였다. 예고도 없이, 마음의 준비도 없이 방심하고 있는 순간, 별안간 맞닥뜨리게 된다는 뜻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느닷없이 찾아 드는 드라마틱한 사랑은 아닌 게 아니라 사고라 할 만하다.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알 수 없는 운명의 휘둘림 속에 속수무책으로 이끌려 들게 된다. 느닷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봄도 그렇게 사랑처럼 온다....
최민자
헤어지는 이유 2021.04.19 (월)
강영아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제9회 한카문학상 운문(시)부문 버금상)설렘이 익숙함으로 여겨지는 순간편안함이 무례함으로 여겨지는 순간고마움이 당연함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 그런 순간들을 인지하지 못하고그냥 지나치게 될 때모든 반짝이는 것들에 녹이 슬기 시작하지 처음엔 반짝거림에 가려잘 보이지 않았던 그 녹이조금씩 조금씩 빛을 집어삼키고 결국 이별의 순간은 다가오지그 순간순간을 무시한 대가로 너와 나의 삶도...
강영아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