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왜 유통업체들이 무인 계산대 치워버릴까

성유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1-25 12:40

[WEEKLY BIZ] 매장 계산대의 경제학
캐나다 토론토 수퍼마켓에 설치된 무인 계산대. /조선일보DB
캐나다 토론토 수퍼마켓에 설치된 무인 계산대. /조선일보DB

6년 전 처음 무인 계산대를 도입한 영국 수퍼마켓 체인 ‘부스’가 이달 초 “매장 28곳 중 두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매장에서 무인 계산대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고객 불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채·과일처럼 바코드 없는 품목을 정확히 식별하기 어렵고, 술을 사려면 성인 여부 확인을 위해 직원을 기다려야 했다. 부스의 운영 임원 나이절 머레이는 BBC라디오에 “직원이 (직접) 응대하는 계산 방식이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손님이 직접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는 무인 계산대(셀프 계산대)를 포기하는 유통 기업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무인 계산대는 대면 접촉을 꺼리는 팬데믹 기간에 보급 속도가 빨라졌다. 미국식품산업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작년 미국 식료품 소매유통업체의 96%가 무인 계산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계산 실수가 잦고 상품을 훔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무인 계산대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반감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무인 계산대를 늘릴 때마다 “계산 업무를 고객에게 떠넘긴다”는 고객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유통업체가 무인 계산대와 유인 계산대를 모두 저울에 올려놓고 ‘결제 프로세스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무인 계산대 제한하는 법안까지 등장

무인 계산대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미국에서 흔하다. 월마트는 최근 뉴멕시코주 매장 3곳에서 무인 계산대를 없앴다. 수퍼마켓 협동조합 숍라이트의 델라웨어주 매장 6곳은 팬데믹 기간 무인 계산대를 대거 도입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아지자 지난 9월 유인 계산대를 다시 추가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수퍼마켓 체인 웨그먼스는 무인 계산 방식인 스캔 앱 사용을 중단했다. 고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상품 바코드를 찍으며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무인 계산대에서 총액만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계산할 때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을 중단한 것은 고객이 고의든 실수든 바코드를 스캔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며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인 계산대 숫자를 제한하는 법안마저 등장했다. 로드아일랜드주 메건 코터 하원 의원은 올해 초 ‘한 매장에서 무인 계산대를 8대 이상 운영할 수 없고 무인 계산대 한 대당 유인 계산대도 한 대 이상 둬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고객이 10개 이상 품목을 무인 계산대에서 계산하면 10% 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코터 의원은 “고객이 계산원 일을 대신 해준다면 이득이 있어야 공평하다”고 했다.

네덜란드·벨기에 수퍼마켓 체인 ‘점보’는 매장에 ‘수다 상자(Kletskassa)’라는 계산대를 도입했다. /점보
네덜란드·벨기에 수퍼마켓 체인 ‘점보’는 매장에 ‘수다 상자(Kletskassa)’라는 계산대를 도입했다. /점보

유럽에선 직원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결제할 수 있는 이색 계산대가 등장했다. 네덜란드·벨기에 수퍼마켓 체인 ‘점보’는 지난 2019년 매장에 ‘수다 상자(Kletskassa)’라는 계산대를 도입했다. 직원과 가벼운 잡담을 나눠도 되는 계산대로, 현재는 매장 100곳 이상으로 확대했다. 프랑스의 카르푸도 비슷한 개념의 ‘수다 계산대(blabla caisse)’를 선보였다.

미국인 21% “실수로 계산 안해”

무인 계산대가 고객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과 별개로 유통업체에 수익을 높여주는 효과도 불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레스터대 연구진은 무인 계산대 도입 매장에서 손님들이 계산하지 않고 갖고 나간 물품 액수가 전체 매출의 4%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연구진은 “도난을 적발해도 고객은 기계 결함이나 제품 바코드 문제 때문이라고 변명하거나 기기 조작에 능숙하지 않아 실수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미국 금융 서비스 업체 렌딩트리가 지난 10월 무인 계산대를 사용해 본 소비자 1924명을 조사했더니 ‘고의로 바코드 스캔 없이 물품을 가져간 적 있다’는 답변이 15%였다. 또한 응답자의 21%는 ‘실수로 계산 없이 물품을 가져갔다’고 답했다. 과일·야채처럼 화면에서 상품 종류를 선택하고 무게를 달아 금액을 재는 상품의 경우에 실수가 흔하다. 비싼 유기농 야채를 저울에 올려놓고 가격이 더 싼 일반 야채 값을 지불하는 식이다.

무인 계산대가 계산원이 일자리를 잃게 만든다거나 고령층·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을 염두에 둔 미국 식료품 체인점 ‘스파클 마켓’은 지난 7월 “이웃을 고용하는 일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계산원을 무인 계산대로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론 라슨 루터대 교수는 WEEKLY BIZ에 “모든 고객에게 무인 계산대를 사용하도록 강요하지 말고 선호에 따라 유인 계산대를 선택할 권리도 줘야 한다”고 했다.

하이브리드·자동 결제 방식 부상

수익성을 우선한다면 무인 계산대와 유인 계산대를 함께 두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가장 낫다는 분석도 있다. 컨설팅 업체 카탈리나가 재작년 미국 거래 데이터 45억건을 분석했더니 무인 계산대를 통해 이뤄진 거래는 전체 거래의 38%에 달했지만 이 거래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무인 계산대에서 주로 10개 미만 소규모 품목을 결제하고,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할 때는 유인 계산대를 선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아마존고 매장에선 상품을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아마존
미국 아마존고 매장에선 상품을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아마존

무인 계산대를 둘러싸고 과도기를 겪고 있을 뿐 결국은 기술 발전으로 계산대가 아예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마존이 만든 무인 매장 ‘아마존고’처럼 원하는 물건을 골라 나가면 매장의 AI 카메라가 감지해 자동 결제하는 매장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스캔 앱 사용을 중단했던 웨그먼스도 올해 카트에 물건을 담기만 하면 자동으로 인식하는 ‘스마트 쇼핑 카트’를 시범 도입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인구 증가에 일자리 늘었지만··· 실업률은 오르막
금리 동결 전망 지배적··· 신규 이민자 취업 어려워
캐나다 실업률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기준 금리 동결 관측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1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캐나다의 일자리는 인구 증가에 힘입어, 이전 달...
애포츠포드 병원 인근서 난동··· 추가 부상자는 없어
애포츠포드 병원 인근에서 흉기로 의료진을 위협하던 남성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경찰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는 독립기관인 IIO(Independent Investigations Office...
[Advertorial]
20년간 쌓아온 노하우로 맞춤형 컨설팅 제공
비숙련 취업부터 투자·가족초청 이민도 ‘성공 보장’
20년 전통의 미국 이민 및 영주권 취득 전문 컨설팅 기업인 토마스앤앰코(Tomas&Amkor)가 드디어 밴쿠버에 정식으로 상륙했다.   토마스앤앰코는 지난 2003년 미국 LA에서 첫 걸음을 뗀...
[장수의학자 박상철의 노화혁명]
인류 문명 발전의 지향점은 만인 평등 사회 구축이다. 귀족 혁명, 시민혁명,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투쟁은 사회 계급에 대한 평등을 추구하는 도전이었다. 이어서 인간적 측면에서도...
써리의 한 수영장에서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20대 인명구조요원이 기소됐다.   써리 RCMP에 따르면 지난 4월 11일 써리에 위치한 렉센터에서 인명구조요원인 24세의 남성이 미성년자를...
수출 부진, 소비 위축에 3분기 경제 성장률 -0.3%
경기 침체는 가까스로 모면··· 금리 동결 유력
지난 3분기 캐나다의 경제가 수출 부진과 소비 심리 위축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4분기에 경제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리 인하는...
구글이 공영방송 CBC와 일간 ‘더 글로브 앤드 메일’ 등 캐나다 언론사들에 매년 뉴스 사용료로 1억캐나다달러를 내기로 했다. 구글이 매년 1억캐나다달러를 캐나다 정부가 신설한...
NYT “미국과 캐나다, 인도 관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지난 10월 써리에서 열린 시크교도 시위 모습(sikhs for justice)인도 정부 관계자가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을 펼쳐 온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암살 계획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2024년 운영 예산 승인··· 내년에 4~13% 올라
내년부터 밴쿠버 내 일부 공공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이용 요금이 대폭 오를 전망이다. 29일 밴쿠버 공원관리위원회(Vancouver Park Board)는 2024년 운영 예산안을 최종 승인하고, 공원...
지난해 살인율 8% 늘어··· BC서는 155명 살해당해
총기 관련 살인이 41%··· 살인 혐의 미성년자 급증
캐나다의 살인율이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BC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살인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캐나다에서는...
시설·기관 등 최대 1만 달러 신청 가능
보안 장비 구입, 낙서 제거 등에 사용
이번 주부터 증오가 동기인 범죄를 경험했거나 경험할 위험이 있는 BC주 전역의 공동체 기관은 반증오 커뮤니티 지원 기금에 대한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28일 BC정부에 따르면 반증오...
30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예매 대기
이달 초 2만여 장 티켓 90분 만에 매진
이달 초 티켓이 90분 만에 매진됐던 ‘스탠리파크 트레인 브라이트 나이트(Bright Nights)’ 행사 기간이 내년 초까지 연장됐다.   29일 밴쿠버 공원 위원회는 브라이트 나이트에 대한...
긴 시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구글 계정이 있다면 이번주 안으로 로그인을 해보는게 좋다. 구글이 오는 12월 장기 휴면 상태인 계정을 일괄 삭제하기 때문이다.28일(현지 시각) AP통신에...
BC국립공원 및 유적지는 1/19 신청 열려
오는 1월부터 일부 국립공원 야영지에 대한 예약 접수가 시작될 전망이다. 캐나다 국립공원 관리청(Parks Canada)은 28일 공지를 통해 내년 1월 중순부터 BC주를 포함한 전국 국립공원 및...
인플루엔자 양성 환자 비율 6.8%, 작년보다 높아
입원자도 급증세··· 다음주 독감 시즌 공식화될 듯
연말을 앞두고 캐나다의 인플루엔자(독감)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캐나다 공중보건국(PHAC)이 발표한 ‘FluWatch‘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양성 환자 비율이...
“워라밸 보장 요구” 로저스 슈가 노조 파업 장기화
광역 밴쿠버 곳곳서 설탕 부족 현상··· 가격도 올라
▲28일 오후 버나비 한인타운 인근 세이브온 푸드와 월마트 매장의 설탕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서부 캐나다 최대 규모의 설탕 공장 노조 파업 장기화 여파로 설탕 부족 현상이...
2022년 기대수명 81.3세··· 3년 연속 줄어
코로나 사망 세 번째로 많아··· 암이 1위
캐나다인의 기대수명이 코로나19 이후 3년 연속으로 줄어들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27일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사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인의 기대수명은 81.3세로,...
“13~18세 주타깃··· 성착취 피해 매년 늘어”
온라인 성착취 범죄에 시달려 온 10대 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27일 프린스 조지 RCMP는 지난 10월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12세 소년이 온라인상에서 성착취...
절반 이상 “돈 절약 위해 집에 머무는 시간 늘어”
재정 스트레스로 정신건강 악화··· 부채도 점점 증가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을 삼가던 캐나다인이 이제는 주머니 사정 악화로 ‘집콕’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스 캐나다가 부채 관리 기업인 MNP LTD의...
캐나다 보건국, "5개 주에서 총 63명 감염자 발생"
캐나다에서 멕시코산 캔털루프 멜론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캐나다 공중보건청(PHAC)은 ‘말리치타(Malichita)’ 또는 ‘루디(Rudy)’라는 상표로 판매되는...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