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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리폼이 불법? “전청조의 짝퉁 마이바흐도 처벌각”

김아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1-25 20:28

[아무튼, 주말] 법원 판결에 시장은 혼돈 리폼업자 “죽으란 말이냐”
한 유튜버가 산 지 10년 넘은 명품 빅백을 미니백으로 리폼했다며 자랑하고 있다. 유행이 지난 빅백을 팔려고도 해봤으나 수백만 원 주고 산 가방의 가치가 0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리폼을 결심했다고 한다. /유튜브
한 유튜버가 산 지 10년 넘은 명품 빅백을 미니백으로 리폼했다며 자랑하고 있다. 유행이 지난 빅백을 팔려고도 해봤으나 수백만 원 주고 산 가방의 가치가 0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리폼을 결심했다고 한다. /유튜브

“그냥 가져오세요. 리폼해드립니다.”

최근 법원이 명품 제품 ‘리폼(reform·수선)’은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해 관련 업계가 시끄럽다. 지난 20일 서울의 한 가방 수선 업체 사장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인지 몇 번을 당부했다. “어디 가서 여기서 해줬다고 소문은 내지 마세요. 아셨죠?”

그러면서 법원 판결 이후 의뢰 건수가 확 줄었다고 투덜댔다. “몇백만 원 주고 산 가방인데 오래됐다고 버리나요? 소비자도 여태까지 이런 방식으로 해서 요긴하게 써왔는데 이제 하지 말라고요? 판사 양반이 무슨 말 하는지는 알겠는데 업자들 다 죽이는 일이죠.”

◇리폼 영상 수두룩, 당근에도 매물 쏟아져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케케묵은 명품 가방을 리폼했다며 자랑하는 영상이나 사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튜버는 유행이 지나 집에서 잠자고 있던 루이비통 빅 백을 리폼 업체에 맡겨 미니 백으로 만들었다. 그 미니 백은 당시 루이비통 ‘품절 템’으로 매장에 줄을 서도 살 수 없는 제품이었다. 200만원 상당인데, 이 유튜버는 45만원을 주고 똑같이 만들었다.

“어차피 버리지도 쓰지도 않을 거라면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명품 리폼 업체는 언론에도 자주 소개됐다. 한 개의 가방을 지갑, 파우치, 키링 등 18개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리폼 기술을 선보여 돈을 긁어모았다거나, 리폼으로 연 매출 10억원 가까이를 올렸다며 ‘장인’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그것을 불법으로 봤다. 수선비를 받고 지갑 등 다른 물건으로 리폼해준 업자는 루이비통에 1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가방 소유자가 원하는 대로 리폼을 해줬을 뿐, 제3자에게 판매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리폼 제품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고, 리폼 제품은 그 자체가 교환 가치를 가진 물품으로 ‘상품’이라고 봤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잠재적으로 리폼 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라는 얘기다.

인터넷에선 “소주병에 참기름 파는 할매들한테도 청구해라” “비싼 가방 사서 빵꾸나면 버리라는 말이냐” “성형외과 의사들도 엄마한테 소송당할 수도 있겠네” 등 비아냥이 쏟아졌다. 그리고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인터넷 카페나 당근마켓에는 지난 21일에도 리폼한 가방이 판결을 비웃듯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청조의 ‘짝퉁’ 마이바흐도?

이런 식이면 펜싱 선수 출신 남현희의 예비 남편이라고 주장한 전청조의 짝퉁 마이바흐도 법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청조는 2억원에 가까운 벤츠S클래스 차량을 더 비싼 3억~6억원대 마이바흐인 것처럼 고쳐서 타고 다녔다.

튜닝 업계 용어로 일명 ‘드레스업’이지만 리폼인 셈. 한 유튜버는 짝퉁 마이바흐와 진짜 마이바흐를 비교하면서 “앞쪽에서 봤을 때는 깜박 속을 정도로 비슷하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런데 ‘드레스업’ 비용이 진짜 차값보다 더 나올 수도 있다”며 “하지만 마이바흐를 타고 싶은데 차 출고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이렇게라도 해서 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청조는 래핑을 하고 엠블럼, 차량 뒤쪽 레터링 등을 바꿨다.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명품 리폼이 불법이라면 전청조한테 짝퉁 마이바흐 개조해준 업체도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선 “외관 래핑이 불법일 수는 없다”고 한다. 자동차 개조는 그간 뜨거운 감자였다. 일본 등 튜닝 선진국에선 합법이지만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아서다. 외관 래핑 등이 불법으로 판결 난 경우는 아직 없었다. 박기태 변호사는 “이번 명품 리폼 불법 판결은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 논리대로면 개인이 제품을 사서 버리려고 가위로 자른다거나, 혹은 접어 입거나 수선만 해도 모두 앞으로 중고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으니 ‘상표의 사용’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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