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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출산·출퇴근 전쟁, 하이브리드 근무가 답이다”

한경진 기자 김지완 인턴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2-24 12:06

[WEEKLY BIZ] [Cover Story] 근무 형태 20년 연구한 스탠퍼드大 니컬러스 블룸 교수 인터뷰
그래픽=김의균·DALL E
그래픽=김의균·DALL E

2023년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른바 ‘근태(勤怠) 전쟁’으로 골머리를 앓은 한 해였다. 코로나 사태가 물러가고 엔데믹에 접어들자 재택근무를 폐지하려는 경영진과 사무실 복귀를 거부하는 직원들 사이의 줄다리기가 연중 이어졌다.

지난 5월 아마존 직원 1000명은 ‘주3일 사무실 근무’에 반발하며 파업에 나섰다. 구글 직원들은 본사 근처 숙박 혜택으로 출근을 유도하는 사 측에 ‘고맙지만, 됐어(No, thank you)’라는 밈으로 응수했다. 직장을 놀이터처럼 꾸민 ‘꿈의 오피스’로 유명한 실리콘밸리마저 사무실 출근을 거부하면서 ‘어디서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논쟁이 계속되는 근무 형태에 대한 현답을 듣기 위해 WEEKLY BIZ는 니컬러스 블룸(50)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화상으로 만나 기업과 근로자를 모두 만족시킬 ‘스윗 스폿(sweet spot)’을 물었다. 지난 20년 간 재택근무와 기업 생산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헤쳐 온 블룸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니컬러스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화상 인터뷰는 캘리포니아 시각으로 저녁 7시쯤 교수의 집에서 재택 근무 형식으로 진행됐다. /블룸 교수 제공
니컬러스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화상 인터뷰는 캘리포니아 시각으로 저녁 7시쯤 교수의 집에서 재택 근무 형식으로 진행됐다. /블룸 교수 제공


블룸 교수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그는 “기업, 근로자, 사회 모두가 ‘윈·윈·윈’하며 3각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근무란 일주일에 3~4일(통상 화·수·목)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1~2일(월·금)은 원격으로 일하는 업무 방식을 말한다. 효율적인 중간 타협안으로 통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블룸 교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정착되면 기업은 사무실 유지비를 줄이고 직원 퇴사율을 낮출 수 있으며, 근로자는 지하철과 광역 버스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는 도심 과밀화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이를 돌보면서도 업무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처럼 저출산 고령화를 겪는 나라에서 경제 활동 참여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블룸 교수는 지난해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50인’에 선정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월스트리트, 빅테크 기업은 물론 세계 주요 언론이 근무 형태에 관한 통찰을 얻으려고 그를 찾는다. 블룸 교수는 “나는 오직 경제학적 관점에서 하이브리드 근무가 기업에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에 지지할 뿐, 노동 운동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제안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택근무 확산은 미국 노동 시장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100% 사무실 출근으로 회귀 못 한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타운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전까지 재택근무는 소수의 전문직 종사자가 가끔 하던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주로 아픈 아이를 돌보거나, 집에 배관공을 부르기 위해서였죠. 2019년까지 7% 수준이었던 미국의 원격 근무 비율은 코로나로 2020년 61.5%까지 치솟았어요. 이 수치는 올해 6월 기준 28% 수준입니다. 사무실 복귀가 꽤 이뤄졌지만, 100%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뉴욕(13.4%), 런던(9%), 샌프란시스코(20%) 공실률은 최근 2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에서 사무실 복귀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불가능해 보였던 원격 근무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고, 장점이 많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에는 재택근무를 하려면 종이 뭉치가 가득한 서류 가방을 짊어지고 다녀야 했어요. 1990년대에는 플로피 디스크와 팩스가 필요했습니다. 이제는 초고속 통신망과 줌(화상회의 플랫폼), 드롭박스(클라우드 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 슬랙(협업 소프트웨어)이 있어요. 첨단 기술로 원격 근무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원격 근무 비율 그래프는 ‘나이키 상표 모양’을 그리고 있다. 줄어들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블룸 교수는 “원격 근무를 향한 ‘빅 시프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원격 근무 통계를 제공하는 기업 플렉스 인덱스가 지난 10월 미국 회사 5565곳을 조사한 결과, 하이브리드 근무 비율(62%)은 사무실 풀타임 근무(38%)를 압도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100% 재택근무는 생산성에 재앙

블룸 교수는 하이브리드 근무의 효율성을 실험으로 검증해 본 적 있다. 그는 2010년 중국 여행 플랫폼 시트립(현 트립닷컴) 회장이던 량젠장(梁建章)과 함께 현장 실험에 나섰다. 두 사람은 트립닷컴의 콜센터 직원 249명을 추려 생일이 짝수인 직원은 하이브리드 근무(4일 재택+1일 출근), 홀수인 직원은 100% 사무실 근무를 하도록 했다. 9개월 뒤 하이브리드 근무 직원이 사무실 근무 직원보다 성과가 1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사무실 밖에서 일하면 딴짓을 많이 하지 않나요.

“재택근무의 세 가지 적은 침대, 냉장고, 텔레비전이란 말이 있죠. 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어요. 최근에도 트립닷컴의 엔지니어·회계사·개발자·마케팅 직군 16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실험을 했는데요. 근무 도중 자녀를 돌보거나, TV를 보는 ‘딴짓’ 시간은 평균 1시간이었습니다. 출퇴근길에 허비하는 1시간 30분보다 오히려 30분을 더 일한 거죠. 게다가 집이 사무실보다 훨씬 조용해서 집중하기가 쉬웠고요.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이 올랐습니다.”

블룸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중 출퇴근을 가장 싫어하고, 일주일에 2~3일을 집에서 일할 수 있다면 월급을 일부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다”며 “경영진은 직원 한 사람이 그만둘 때마다, 신규 인력을 뽑고 교육시키는 데 2만달러 이상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블룸 교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시대의 대세라고 주장하면서도 “100% 재택근무는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며 선을 그었다.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적절하게 병행해야만 최적의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 교수는 “여러 차례 현장 실험을 진행해 보니 100% 재택근무는 직원들의 고립감을 키우고, 조직 관리에 문제가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리고 여전히 경영진은 직원의 근면 성실함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길 원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재택근무는 단지 생산성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했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도 “재택근무는 뉴노멀이 아니라 일탈일 뿐”이라고 했다.

-경영진은 왜 재택근무를 싫어할까요.

“정확히 말하면 ‘100% 재택근무’를 싫어하는 겁니다. 완전 재택근무 체제가 오히려 생산성에 해가 되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죠. 직원이 흩어져 있으면 혁신 실험이나 조직 문화 구축이 어려워요. 주니어 직원은 업무를 제대로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완전한 원격 근무는 오히려 기업 생산성을 10% 정도 떨어뜨려요. 하이브리드 근무는 달라요. 사무실 풀타임 근무와 생산성에서 차이가 없거나 소폭 낫고, 직원 만족도를 높여 퇴사율을 크게 줄여줍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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