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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PD 첫 한국계 총경 “부산 토박이 아줌마인 나도 해냈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2-26 08:08

퀸스지구대 허정윤 총경


“인스펙터(총경), 정윤, 허.”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퀸스 칼리지포인트 경찰 아카데미 강당에 한국 이름이 불리자 객석에서 “코리아!”라는 환호 소리가 들렸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뉴욕 경찰(NYPD) 정복을 입은 한 자그마한 여성 경찰이 등장해 에드워드 커반 NYPD 경찰청장에게 거수경례를 한 뒤 총경 배지를 받았다. 이 경찰 이름은 ‘허정윤’, NYPD가 설립된 1845년 이래 17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계 미국인 총경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NYPD는 강한 공권력을 자랑하는 미국 경찰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와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전체 인원은 약 3만6000명으로 이 중 한국계는 300여 명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계가 NYPD를 거쳐갔지만 기업으로 따지면 임원급이라고 할 수 있는 총경 보직을 단 사람은 남녀를 통틀어 허 총경이 처음이다.

그는 1960년대 경상남도 진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뒤 부산여대를 졸업한 ‘부산 토박이’다. 23일 본지와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진한 부산 사투리와 영어를 섞어서 사용했다. 또 “제가 나이가 너무 많아서 기사에는 절대로 나이를 쓰시면 안 돼요, 호호호”라고 웃으며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국 아주머니’ 어투로 말했다. 허 총경은 해군인 아버지와 군무원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외동딸로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하나뿐인 딸을 누구보다 아꼈던 어머니는 허 총경이 중학교에 다니던 때부터 평소 알고 지냈던 미국 선교사를 불러 영어를 가르쳤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가 되고 싶었던 허 총경은 미국으로 유학해 인디애나대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그는 “아버지가 배의 엔진을 담당하는 기술자였는데 미국에 출장을 자주 다니셨고 덕분에 저도 미국과 친숙해졌다”고 했다. 인디애나대를 졸업한 뒤 한인이 많이 사는 뉴욕에 갔고, 회계학을 공부하던 도중 경찰이 되기 위해 뉴욕 경찰학교 시험을 봤다. 그는 “NYPD가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저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라고 했다. 군인 가정에서 자랐고, 아버지의 친척 중에 1960년대 경찰청장(당시 직함 치안국장)을 지낸 박주식씨도 있는 등 집안에 군·경 공무원이 많았다는 것이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퀸즈 칼리지포인트 경찰아카데미 강당에서 한국계 최초 총경이 탄생했다. 총경 뱃지를 받는 허정윤 총경의 진급식 모습. /NYPD 유튜브
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퀸즈 칼리지포인트 경찰아카데미 강당에서 한국계 최초 총경이 탄생했다. 총경 뱃지를 받는 허정윤 총경의 진급식 모습. /NYPD 유튜브

당시 뉴욕 경찰학교 입학 시험엔 법학과 같은 기본 과목도 있었지만 ‘주어진 위급 상황에서 운전해서 길을 잘 찾는 방법’ ‘책 한 쪽을 보여주고 넘긴 뒤 전에 본 페이지에 있었던 것을 기억해 내는 메모리 테스트’ 등이 있었다고 한다. 밤을 새워 가며 공부해 시험에 합격한 뒤 1998년 NYPD가 된 그는 맨해튼과 퀸스 등 뉴욕 전역을 옮겨 다니며 현장에서 뛰었다. 이후엔 조직 내부 감사 보직을 맡아 활약했다. “감사를 담당하면 내부에 적이 많았겠다”는 질문에 그는 “공정하게 처리해서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NYPD는 경감까지는 시험을 쳐서 올라가고 이후엔 이른바 ‘윗선’의 지명을 받아야 승진이 가능하다. 허 총경은 “’윗선’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선 자신에게 주어진 무대(floor)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대가 주어지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경력을 업그레이드할 황금 같은 기회다. NYPD는 1년에 한 번 정도 경찰 고위직이 다수 앉은 방에 혼자 들어가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의 문제와 해결 방안 등을 발표하는 자리가 바로 그 순간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똑똑하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허 총경은 “엄청나게 긴장되는 순간이라 시작도 하기 전에 기절한 사람도 있다”며 “범죄 관련 통계를 철저하게 분석, 발표해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했다. 조직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신망을 얻은 그는 지난해 경정으로 승진하고, 1년 만에 총경으로 또다시 올라섰다.

한국을 떠나온 지 약 30년이 됐지만 한국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인터뷰 후 다시 전화를 걸어 와 “뉴욕 한국 총영사관이 많이 응원을 해줬다”며 한인 사회에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한국계 NYPD로 조직 내 승진 기록을 경신해 온 그는 “미국 검찰 조직에서 인정받거나 유명 셰프가 된 사람은 많았지만 이상하게 NYPD 고위직이 없었다”면서 “한국계 후배들을 위한 길을 터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했다. “후배들이 승진 시험을 쳐서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많은 아줌마인 저도 이렇게 해냈잖아요. 훨씬 똑똑하고 영어 잘하는 요즘 한국계가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는 앞으로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인 퀸스 북부 지역의 8개 경찰서를 총괄하는 본부에서 근무하게 된다. 8개 경찰서가 유기적으로 업무가 잘 돌아가도록 관리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허 총경은 끝까지 “나이는 비밀”이라고 했다. 정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정년까지 남은 기간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길을 뚫겠습니다. 후배들아, 빨리 따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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