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숙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얼마만인가 이 설레임은
번호표를 확인하고 기차에 오른다
자리를 앉다 보니 역방향이다
역방향이건 정 방향이건 무슨 상관이랴
잠시 서울을 비워 두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게 중요한 일이다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산 나무 구름 바람 숲 속의 외딴집
벽돌색 지붕위에 햇살이 눈부시다
딸아이가 삶아온 계란에
소금을 꾹꾹 찍어 먹으면서
그 옛날 소풍 갈 때나 운동회 날
계란을 쩌 주신 어머니가 생각 나
눈시울이 붉어져 창가로 고개를 내민다
손자 녀석 좋아하는 오징어를 구워서
가방속에 넣는다는 것을 깜박 잊고 왔다는
할아버지 말에 손자는 괜찮다 하고
나는 아이쿠! 우리 손자 다 컸네 하며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배부르게 먹다 보니 졸음이 몰려온다
눈치도 없이 햇살은 자꾸만 방해를 한다
안돼!
휘초리라도 한 대 있으면
때려주고 싶은 심정을 너희들은 아니?
소중한 이 시간
아름다운 이 순간을
오색 보따리에 꽁꽁 싸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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