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구 소련과 군수물자 그리고 시계 이야기

정관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2-27 09:06

정관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1991년 구 소련이 붕괴되기 전 USSR 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전 세계를 미국이 이끄는 민주, 자유, 자본주의 체제와 소련이 이끄는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서로 자신의 체제가 우월하다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던 시절이었다. 이 때의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최초의 달 탐험, 대륙간 탄도 유도탄, 100메가톤급 핵 폭탄 실험 등등으로 미국을 주눅들게 하기도 했으며 또 쿠바위기를 조성해 3차대전 일보직전까지 끌고 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기도 했다. 이들의 경쟁은 올림픽으로도 이어져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한동안 각종 메달을 휩쓸곤 했다. 미국은 이런 동구 공산권 국가들의 약진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큰 위협으로 받아들였으나 당시 양대 전쟁 (유럽에서는 독일, 이태리와 아시아 태평양에서는 일본과)을 승리로 이끈 슈퍼파워 미국도 그들의 기세를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이 무시무시한 철옹성 같았던 공산체제가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된다. 그것은 미국의 무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 다만 세계가 글로벌화 되다 보니 발생한 일종의 부산물이었다. 자본주의의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행동양식과 풍요로움이 TV와 소니 워크맨을 통해 철의 장막 안으로 계속 흘러 들어간 것이다. 미국이 한 동안 소련과 동구 독재국가들의 힘의 과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소련과 동구권의 국가들은 각종 매스컴을 통해 유입되는 서구문화를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철의 장막을 아무리 높이 쌓아봐야 모두 헛 일이었다. 동구권 국민들의 의식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지내온 이런 문화도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신 문화는 모든 게 화려해 보이는 게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자유, 민주 진영의 실상을 알아갈수록 그들은 지금까지 공산독재정권에 의해 철저히 속아왔다는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한다.
      그렇게 견고해 보이던 공산주의 체제가 불란서 혁명이나 나치 독일과 일본 군국주의 체제가 일으킨 제 2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도 없이 내부 동요로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세상은 이렇게 단순하고 때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로 천지개벽이 일곤 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소련권의 해체가 시작된다. 건조중 소련 해체기를 맞이한 항공모함이 중국으로 팔려간다. 이 때 과거의 우수한 소련 무기의 성능과 비밀도 함께 공개되며 미국은 다시 한번 세계의 유일한 슈퍼파워로 올라선다.
      한 때 소련의 AK 소총과 다발총 ( 다 연발총 ) 은 성능에서 미국의 M1소총과 카빈소총을 능가했다. 그리고 소련의 T34 탱크는 미국의 M48 탱크를 능가했다. 햔국 전쟁 중 소련의 T34탱크는 지상군의 왕 노릇을 톡톡히 했다. 더욱 미국을 난처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전투기에서 였다. 소련의 MIG- 15는 미국의 F-86 보다 속력과 무장에 있어 앞섰다. 다급해진 미국은 소련의 전투기 제작기술을 알고자 현상금을 건다. 누구든지 MIG-15 기를 몰고 귀순하는 사람에게 현금 10만불을 지급하겠다는 전단을 이북의 모든 공군전투비행장에 살포했다. 당시 10만불은 평생을 그 이자로 만 살아 갈 수 있을 만큼 거금이었다. 서부개척시대 살인범을 체포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내건 현상금 같은, 다분히 미국 자본주의식 유인책이었는데 이게 기가 막히게 먹혀 들어간다. 노금석이라는 북한공군 대위가 미국이 그렇게 원하던 바로 그 미그기를 몰고 남한 땅으로 넘어왔다. 미국은 서둘러 미그-15와 노금석 대위를 미국으로 데려 간디. 약속한 10만불도 지급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작년 2022년 12월, 90세로 미국에서 사망했다. 망명직후, 미국으로 간 그는 당시 닉슨 부통령를 만났고 미국 각지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며 그 후의 삶 또한 맑은 날의 연속이었다.   
      이후 미국이 밝혀낸 소련제 무기의 우수성은 바로 그 무기의 목적과 성능에 충실한 결과물 이었다고했다. 전투기의 예를 들면 설계상의 모든 성능이 나오도록 비행기를 설계한 후 자투리 공간 (?) 에 조종석을 배치하고 보니 조정석에는 겨우 조종사 1명이 앉으면 꽉 차서 다른 각종 조종사를 위한 안전장치는 뒷전에 밀리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전투기 설계 시 조종사의 안전을 제일 먼저 염두에 두고 제작에 들어가는 것과 엄청난 격차로, 이로 인해 미제는 동일한 성능이지만 기체가 크고 무거워져 속력이나 무장에서 소련제를 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요즘의 미국 전투기들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면 미국은 과거 소련 식 전투기 설계는 따르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의 러시아는 어떤 식으로 전투기를 제작하는지 궁금하다. 국력이 예전 같지 못하니 뭣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는듯 하다.
      옛 소련의 군수물자 이야기를 하자면 보스토크 ( BOCTOK ) 시계 이야기를 빠트릴 수가 없다. 웬 군수물자에 그 조그만 손목 시계냐고? 그렇다 시계도 매우 중요한 군수물자 중의 하나다. 시계가 없으면 아무리 크고 중요한 작전도 실시가 불가능하다. 작전계획 자체를 세울 수가 없다. 이 시계는 2차대전 당시 소련군에 대량 공급되었다. 그러다 소련이 독일군에게 밀려 모스크바까지 위험해 지자 다른 군수공장과 함께 동부 내륙으로 공장을 옮겨 계속 시계를 만든다. 지금은 군수가 줄어 민수를 많이 하므로 아마존에서도 싼 값에 구매가 가능하다. 그 덕에 필자도 하나 사서 왕년의 소련 군수폼의 질을 평가하고 싶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지 배송이 늦어져 구매 후 배달까지 약 3개월 걸렸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그 정도 걸렸는데 이건 러시아에서 오는 것이라 늦을 것을 예상했으나 하여튼 너무 늦어져 거의 포기상태에서 물품을 받았다. 구식 기계식 GMT 자동시계 ( 2개 도시의 시간을 동시에 체크 할 수 있는 시계 ) 가격 치고는 아주 저렴해서 과연 이 가격에 제대로 GMT를 구현해 내는지도 궁금했다.  구매 후기를 보면 어떤 사람은 가짜 GMT 시계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포장을 뜯고 알맹이를 꺼내 보니 척 보기에 예상 보다는 괜찮았다. 일단 시계을 흔들어 자동 작동여부를 확인했다. 잘 돌아 가는 듯 했다. 이번에는 태엽을 당겨 밥을 충분히 주었다. 태엽은 스위스나 일제 시계와 달리 태엽 축과 완전히 일체형이 아니어서 끝 부분이 상하로 움직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서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어 놀라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방식이 태엽 고장을 막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계 케이스의 모서리나 시계줄이 매우 날카롭다. 생산 과정에서 충분히 연마 과정을 거치지 않아 금속 모서리 마다 여전히 날카로움이 남아있었다. 시계줄은 딴 것으로 바꾼다 해도 케이스 부분의 날카로움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틀에 걸친 자동 지속 시간과 GMT 체크 결과 자동은 약 30 시간 지속으로 예상과 맞아 떨어지고 GMT도 문제 없었다. 정확도는 일일 오차가 +10초로 하루에 10초씩 빠르게 가는데 이는 모든 기계식 시계가 오차를 발생시킨다. 현존 최고의 시계라는 롤렉스도 하루에 2-3초 이상의 오차를 내고 있다. 이런 오차가 싫고 정말 정확한 시계를 원하는 사람은 기계식 보다 훨씬 저렴하고 시간은 한 달에 10초 이내 오차가 발생하는 쿼츠 시계를 사면 된다.
      결국 필자는 이 시계를 통해 대략적이나마 구 소련의 무기체계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이 시계는 한마디로 우리가 보는 서구식의 세련된 감각의 시계는 결코 아니다. 투박한 시계다.  시계 모서리나 시계 줄에는 결코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알맹이 즉 내부 기계는 그 목적에 충실하게 정확하고 튼튼하게 그 가격대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시계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내구성은 5-6년이 지나봐야 알겠으니 그 때까지 계속 차고 볼 일이다. 쿼츠 시계에 신물이 나고 패션에 구애 받지 않는 분으로 기계식 자동 GMT 시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서는 한번 구매해 볼만한 시계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언뜻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다. 미장원에 간지도 일 년이 넘었다. 화장조차 안 한 지도 꽤 되었다.옷장의 옷들은 하릴없이 늙어가고, 나 역시 옷 몇 벌로 사계절을 보냈다.   하얗게 센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반은 희었고 반은 예전에 염색한 부분이 남아 있다. 영락없는할머니 모습이다. 육십이 훌쩍 넘었으니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왜 이리도 거부감을느끼는 것일까. 머리가 세기 시작한 때부터 흰머리가 돋아나기 무섭게...
민정희
천사의 손길 2021.11.24 (수)
오래전에 TV에서 ‘Touched by an Angel’이라는 드라마를 시청한 적이 있다. 이드라마는 1994년 9월부터 2003년 4월까지 CBS 방송국에서 방영된 미국 fantasy dramaTV series이다. 주로 토요일이나 주일에 방영되었는데, 모든 에피소드를 다 시청하지는못하였고, 시간이 가능한 한 애청하였던 드라마였다. 인간 세상에 천사들이 인간의 모습으로살아가면서, 삶의 어려운 일들, 질병, 가족 간의 문제, 주위 사람들, 환경에서의 문제들을해결해 나가는 데 하나님의...
김현옥
가을의 속삭임 2021.11.24 (수)
인적이 드문 낯선 곳에 홀로 피어난 들풀빗방울이 촉촉이 온몸을 적셔주자근질근질한 꽃잎은 춤사위로 털어낸다 저만치 외떨어져 앉은 꽃송이가 가여운지별 님이 총총 반짝거리며밤새 말벗이 되어 곁을 지켜주고  불현듯 날아온 새들이 날이 밝았다며목청껏 화음을 맞추는데어느새 꽃단장한 들꽃이 춤을 추듯 한들거린다
유우영
회 뜨는 식당으로 2021.11.16 (화)
사람이 그리울 땐 식당에 가자음식 파는 자의 손놀림을 보며사물의 평정은 칼잡이의 몫이라는 걸 느껴보자공격과 방어의 회 뜨는 데 다 익숙하잖은가진열대의 자동차도가로세로 좁은 통로에 줄 세우려밀고 당기는 누군가가명령하는 자의 칼날을 지극히 받아내려 했던 증거다우리는 널린 횟감에 대해 진보한 칼 솜씨로나날이 대응하고 있는 거지  피사체 앞에 미각을 갖다 대고 콧날 쫑긋한 겨자 맛의 댓글을 들여다보자하루치의...
김경래
나는 해외 교민이며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그 정체성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그래서아침에 눈을 뜨면, 고국의 소식에 눈과 귀를 기울이며 살아온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내가 그동안 트럭을 타고 미국과 카나다 전역을 돌아 다닐 때 과거엔는 CD를 통하여한국의 가요를 들으며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다행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YouTube를 볼 수 있게되어 고국의 소식을 소상하게 보고 듣게 되었으며 실시간 댓글로의사를 소통할 수 있음은 우리...
김유훈
시월도 중순에 접어 들면서 뒤란 장독대에 쏟아지는 햇살이 한결 엷어졌다. 들판은 서서히 황금물결에서 허허로운 벌판으로 변해 갔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떠들썩하다. 나는 책 좀 읽자고평소의 버릇대로 주방에는 신문을, 화장실에는 수필집 한 권을, 안방에는 논어를, 서재에는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비치해 놓고 진지하게 읽자고 다짐하나 허사다.책 한 페이지를 읽는 동안 창 밖에서 부르는 소리 뜨거운 손짓 때묻은 내 영혼까지를 씻어...
반숙자
바람의 외투 2021.11.16 (화)
공기방울 같은 우울을 싣고 열차를 탄다고골리의 외투에서 불어온 존재의 욕망처럼열차는 바람을 싣고 달려간다손에 잡힐 듯 멀어져 가는 들판과 농부와 산과 산그림자의 간극,사람과 사람 사이의 외투는 아득히 멀어지고고원의 땅으로 가는 열차의 하중은 미개척지의 동굴 같은 미증유의 빙산,나는 종유석처럼 허공에 떠서 방향을 잃는다고골리의 도둑맞은 외투 같은 우울을 안고 돌밭 길을 간다차창을 두드리며 달려오는 빗소리,죽은 외투의...
이영춘
Life 2021.11.12 (금)
Written by YoungJoo KimTranslated by Lotus Chung로터스정 번역시 Could you see it! Over there! Those sadly sorrowful things come running Dare to say it's the time   Those things that have hurt so much Isn't it life, is it?   As if time has been busy It flows very busy One of Pushkin’s silence Even if you were deceived by life Be at ease and don’t feel sad The present is depressing every day I have had forgot That winter for three months Where have I been with aphasia?   Who is...
로터스 정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