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낙엽이 되어
길을 떠나기로 했다
내려앉은 하늘
머리에 무겁게 이고
혼자 걸어가는 길
세상은 고요한데
길 위에 놓인 시간은 늘
천둥 번개가 몰아친다
떠나기로 작정할 때
어렴풋이 그려진 그림처럼
뭇 발길에 밟히고
이리저리 걷어 차이고
자꾸 끌려 다닌다
낙엽이 되어
길을 떠난다는 것은
한 몸 오롯이 던지고 던져
형체도 없고 마음도 없는
나를 마저 버리는 일
낙엽이 되어
길을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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