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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where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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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4-01-02 16:16

愚步 김토마스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 4시 30분쯤. 출근길에 bus shelter를 지나는데, 어떤 사람이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homeless guy인 것 같았다. 살펴보니 흐트러진 갈색 머리의 젊은이가 누워있는데 그는 얇은 천으로 된 검정 상의와 파란색 하의 그리고 흰색 양말만 신고 있었다. 그의 허리와 발목은 속살이 다 드러나 있었고 신발도 신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요동치는 바람에 나는 움찔하며 놀라고 말았다. 그는 상체를 비틀다가 하체를 쭉 뻗더니 빠르게 수축하고는 격렬하게 떨었다. 아마도 추운 날씨 때문에 경련을 일으킨 것 같았다. 그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눈이 촉촉해진 것을 느꼈다. 문득 이민 초기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유난히 매서운 어느 겨울에 배달 일을 하러 나갔는데,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쩔쩔매다가 끝내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되살아 난 것이다. 마음조차 저리고 무서웠으며 몹시 슬펐다. 나는 무심결에 shelter 안으로 들어가 $5를 꺼내 들고 소리쳤다. “이봐, 여기는 너무 추워! 일어나! 이 돈으로 맥도날드에 가서 따뜻한 걸 사 마시라고! 이대로 오래 있으면 큰일 난단 말이야!”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그의 얼굴 앞에 돈을 내려놓고 더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에 돈이 있다고! 어서 일어나!” 그때 청년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날래게 돈을 집어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더니 바로 눈을 감았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몇 걸음을 내딛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일었다. “내가 그에게 겨우 $5를 준 거야? 이거 너무 인색한 거 아냐?” 나는 지갑을 열고 $20를 꺼내 그에게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의 얼굴 앞에 돈을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여기 돈을 더 줄게! 빨리 일어나! 따뜻한 거 사 마시고 정신을 차리란 말이야!”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shelter를 돌아 나오는 데 여전히 불안해서 결국 나는 cellphone으로 call centre에 전화하여 peace officer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운전하는 중에도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고, 참 불쌍한 인간이네! 저러다 얼어 죽으면 어떡해!” 그러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허공을 향해 부르짖고 있었다. “Oh my goodness! God, where are you? Where are you? Where are you?” 나는 몇 번이나 큰소리로 질러대며 화를 달래고 있었다. 이런 세상(世上)이 싫고 이런 상황을 내버려 둔 신(神)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다 길가의 세븐일레븐이 눈에 띄었다. 나는 얼른 들어가 hot chocolate 한 잔을 사서 shelter로 다시 돌아갔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누워있었고, peace officer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봐 젊은이, 이거 hot chocolate이야! 빨리 따뜻한 걸 좀 마셔봐! 제발 좀 일어나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그는 움직이지도 반응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의 앞에 종이컵을 내려놓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더 늦기 전에 일하러 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해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도대체 내가 어떻게 무얼 해야 하는 거야?” 그런 순간에 한 생각이 번뜩였다. “그래, 내 옷이라도 벗어서 덮어줘야겠구나! 잠깐이라도 따뜻하게 해주는 게 좋겠어!” 나는 얼른 파카를 벗어 그의 몸을 감싸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대피소를 떠날 수 있었다. 운전하며 갈 길을 재촉하는데 반대편 저 멀리서 peace officer 차량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는 되었다고 안심을 하면서도, 나는 또다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God, where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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