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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뻔한 라면 회사 살린 전업주부···그녀 손에서 불닭볶음면 시작됐다

김명일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1-08 08:09

WSJ “66조 라면시장 뒤흔든 여성”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집중조명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부회장을 집중조명 했다.

WSJ은 김정수 부회장에 대해 “그녀의 삶은 한국 드라마의 한 페이지에서 찢겨 나온 것 같다”며 “그녀는 삼양재벌가에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1990년대 후반 부도를 선언한 라면회사에 돌연 입사했다”고 소개했다.

김정수 부회장이 주도해 만든 ‘불닭볶음면’에 대해선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너무 매워서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소비자들이 조리가 쉽고 저렴한 음식을 찾으면서 라면 시장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했고, 불닭볶음면 역시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불닭볶음면은 라면 업계에서 잘 알려진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모험적인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가격은 기존의 미국 내 다른 제품들보다 약 3배 정도 비싸다.

월마트는 불닭볶음면이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프리미엄 라면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 삼양 측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일부 서부 해안 매장에서 불닭볶음면 판매 테스트를 한 후 올해 미국 전역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앨버슨의 제니퍼 샌즈 최고 상품 책임자는 핑크부터 보라색, 라임그린까지 삼양 제품의 화사한 포장에 높은 점수를 주며 “우리는 제품의 맛과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제품은 증가하는 라면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기업 경영 분석업체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의 말을 빌려 “삼양은 망할 뻔한 회사였다”며 “삼성, LG, 현대 등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은 창업주의 남성 후계자들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김정수 회장이 며느리로서 성공을 거둔 것은 독특하다”고 했다.

김정수 부회장이 불닭볶음면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2010년 유명 볶음밥 집을 딸과 함께 방문했다가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매운맛으로 유명한 볶음밥집 밖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손님들은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김 부회장은 극도로 매운 음식에 대한 수요를 목격하고 이를 라면 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제품을 만드는 데엔 몇 달이 걸렸다. 김 부회장은 처음엔 시제품이 매워서 거의 먹지 못했다면서도 “그런데 오랫동안 먹다보니 점점 더 맛있고 친숙해졌다”고 했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먹방에 나서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더욱 치솟았다.

한편 김정수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삼양식품이 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김정수 부회장은 입사 후 영업본부장 전무이사, 영업본부장 부사장, 각자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냈다.

과거 재벌가 며느리가 경영에 참여한 사례가 종종 있지만 김정수 부회장과 같이 성과와 실력을 인정받아 높은 자리에 오른 사례는 드물다. 김정수 부회장은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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