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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2개만 판매” 美서 열풍··· 얼려도 안 터지는 김밥의 비밀

강우량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1-19 10:26

냉동 김밥의 원조 ‘복만사’ 르포
“1인당 2개까지만 살 수 있어요.”

지난해 11월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한 대형 마트 김밥 진열대에 이런 쪽지가 붙은 사진이 올라왔다.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냉동 김밥의 인기를 보여준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산 냉동 김밥은 미국 대형 마트인 ‘트레이더조’와 한인 마트 ‘H마트’ 등에 납품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중동에서도 냉동 김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냉동 김밥을 비롯해 즉석밥과 냉동 비빔밥 등 ‘쌀 가공품’ 수출액은 9778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의 4650만달러와 비교하면 3년 만에 2배로 뛰었다.


◇“2년간 R&D로 노하우 쌓아”

지난 9일 오전 경남 하동군에 있는 높이 8m, 면적 600평 규모 복을만드는사람들(복만사) 공장에선 작업자들이 직접 만 김밥을 급속 냉각기에 넣고 있었다. 40분쯤 지나자 꽁꽁 언 ‘우엉유부 냉동 김밥’이 나왔다. 이렇게 얼리면 최대 12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다.

복만사는 2020년 국내 최초로 홍콩에 냉동 김밥을 수출했다. 지금은 미국, 영국,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 19국에 수출하고 있다. 복만사 외에 경북 구미시 올곧 등 냉동 김밥 수출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냉동 김밥이 수출 상품이 되기까진 복만사가 2018~2020년 약 2년간 들인 연구개발(R&D)이 바탕에 깔려 있다. 조은우(43) 복만사 대표는 냉동 김밥을 들어 보이며 “간편한 한 끼 식사용이지만, 그 안엔 각종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 ‘노리마키(김말이)’란 이름으로 냉동 김밥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김밥을 냉동해 팔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냉동 김밥은 일반 김밥을 얼릴 때 생기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해야 했다.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진다. 그래서 냉동 김밥은 ‘옆구리 터진’ 김밥이 되기 일쑤였다. 복만사는 시행착오를 거쳐, 오이처럼 수분이 많은 식재료는 넣지 않는 방안을 찾았다. 갓 지은 밥도 냉각기에 식혀서 김으로 말았다. 전자레인지로 3분 만에 해동할 수 있도록 냉동 김밥 한 줄 가운데에 공간을 마련한 전용 용기도 만들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커피 한 잔 가격에 즐긴다

해외로 수출되는 냉동 김밥은 대부분 비건(채식)식이다. 김밥 안에 고기가 있으면 수출 검역에서 막히기 때문이다. 복만사 등 업체들은 고기를 빼고도 고기와 비슷한 식재료를 찾는 과제에 직면했다.

그렇게 개발된 게 해외에서 ‘단짠(단맛+짠맛)’ 비건 식품으로 히트 친 우엉유부 냉동 김밥이다. 유부에 간장 소스를 입혀, 우엉과 함께 담아 고기 식감을 구현했다. 이 김밥에는 우엉과 유부를 비롯해 당근과 시금치, 단무지 등이 들어가는데, 외국인들 사이에서 ‘불고기 버거’와 비슷한 맛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복만사 냉동 김밥을 비롯해, 국산 냉동 김밥은 미국 등에서 2.99~3.99달러에 팔리고 있다. 우리 돈으로 5000원 남짓이다. 뉴욕 스타벅스의 카페라테 한 잔 가격(3.26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가성비도 인기 비결이다. 올곧이 지난해 8월 트레이더조에 냉동 김밥 250t(톤)을 넣자 마자,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완판되기도 했다.

조은우 복을만드는사람들 대표/복을만드는사람들 제공
조은우 복을만드는사람들 대표/복을만드는사람들 제공

◇냉동 김밥 채운 ‘K식재료’

이날 복만사 공장에 들어온 쌀은 차로 20분쯤 떨어진 하동군 농협 쌀조합 공동 사업 법인의 RPC(미곡 종합 처리장)에서 들여왔다. 쌀을 불려 밥을 짓는 녹차는 공장에서 길 하나 건너 ‘하동 녹차 연구소’에서 공급받는다. 시금치, 양파 등 속재료도 인근 농가나 농협을 통해 구매한다.

이처럼 복만사는 냉동 김밥 재료의 99.9%를 국산으로 쓰고 있다. 조 대표는 “가격을 생각하면 값싼 중국산에 눈길이 가지만, 그랬다간 품질이 떨어져 버린다”며 “우리 식재료로 만들어야 진짜 우리 음식”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복만사가 하동 등 인근 지역에서 조달한 쌀과 양파, 당근 등 농산물은 136t이다. 우리 식재료에, R&D 노력, 그리고 김밥 특유의 가성비가 더해지면서 해외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냉동 김밥은 우리 업체가 음식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지역과 함께 새로운 수출 품목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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