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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도 화상 면접에 몰래 끼어드는 ‘헬리콥터 부모’ 있다”

한경진 기자 김지완 인턴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1-20 16:04

[WEEKLY BIZ] 미국 취업 시장의 새로운 풍경…눈맞춤 못 하고, 터무니 없는 보상 요구도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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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며) 면접관한테는 이렇게 답해야지. 채용 조건도 물어봐.”

미국 인디애나의 취업 컨설턴트 샤나 레이크는 코로나 팬데믹 동안 ‘헬리콥터 부모’가 자식 면접에 갑자기 끼어드는 ‘사고’를 여러 번 목격했다. 화상 면접에서 카메라 사각지대에 숨어있던 부모가 자식에게 모범 답안을 속삭이며 훈수를 두는 일이 늘었다는 것이다. 한 구직자는 면접 직후 회사에 전화를 걸어 “우리 어머니 생각은 이렇다”고도 부연했다.

최근 미국에서 20대 구직자들이 취업 면접에 부모님을 대동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헬리콥터 부모와 인생의 모든 의사 결정을 부모에게 의탁한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출생) 자녀가 취업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미국 뉴욕의 취업 컨설턴트 린지 폴락은 “구직자 부모는 헬리콥터에서 내려야 한다”며 “득보다 실이 크니 고용주에게는 그냥 전화하지 말라”고 호소한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미국 교육 전문 매체 인텔리전트닷컴이 지난달 인사 담당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복수 응답)에 따르면, 담당자 5명 중 1명(19%)은 채용 면접에 부모를 데려온 구직자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젊은 구직자에 대한 편견을 키우고 있다. 인사 담당자의 38%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보다 높은 연령대의 구직자를 선호한다고 했다. 젊은 구직자를 기피하는 사유로는 “눈맞춤을 잘하지 못할 정도로 대인 소통에 문제가 있다”(53%)거나, “세상 물정 모르고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한다”(50%)는 점 등이 꼽혔다.

미국 버몬트의 호텔 인사 담당자인 샘 맥도웰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자녀를 취직시키려는 부모들의 연락이 호텔에 쏟아지고 있다”며 “지원자보다 부모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대체 누가 구직자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입 직원 어머니가 연락해 “우리 애는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인사 담당 전무는 “부모들이 자녀들의 이력서를 대신 보내는 경우가 늘었지만, 취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당사자는 부모가 아니라 자녀”라고 말했다.

채용 전문가들은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이가 늘어난 원인을 코로나 팬데믹에서 찾는다. 격리 생활로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면서 부모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미 인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8~24세 미 성인의 절반 이상이 부모의 집에 함께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 컨설턴트 샤나 레이크는 “‘헬리콥터 부모’는 수십 년간 존재했지만 원격 근무 증가로 더 심해졌다”고 했다.

다이앤 게이스키 미국 뉴욕 이타카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현재 젊은 세대는 코로나로 2년 이상 대면 교육 기회를 잃고, 경력 개발에도 차질을 빚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수업은 물론 동아리 활동부터 인턴십 경험까지 충분히 쌓지 못했기 때문에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게이스키 교수는 “Z세대에게는 무엇을 입을지부터 말하는 방법까지 매우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수 있다”며 “고용주는 기대치와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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