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자작나무 숲길에서

이봉란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1-22 11:34

이봉란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쏟아지는 모시빛의 햇살아래
너는 눈이 부시게도 빛나고 있었지.
누군가를 향한 너의 기다림은
하얀 여백이 되어가고 있었고
지울 수 없는 명징한 약속은
까만 상흔이 되어 나부끼고 있었어.

고결하게 새겨진 너의 이름은
성실한 애달픔을 묵묵히 지우며
무심한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지.
하얗게 사무치는 천년의 침묵은
한겹 두겹 수피를 벗겨 내었고,
영혼을 향한 순백의 기도로 다시 태어났었어.

빛과 어둠은 자리를 바꾸어 나갔지만
너의 가녀린 뿌리는 한결같이 지켜내며
옅은 호흡을 정갈하게도 뱉어내었지
빈약한 줄기는 고요의 시간이 살찌웠고,
대지를 딛고 일어선 너의 이름은
하늘을 향한 연녹빛 잎사귀가 되었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영겁의 인연이 허락한 일이었기에
쏟아지는 별빛들은 너의 길을 축복하였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은
삶을 견뎌내게 하였기에
너의 껍질은 단단한 운명이 되었지.

서녘길 흩어지는 노을 속에
너의 그림자도 흐려지고 있었지만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빛 한줌을 따
너와 나 사이에 걸어두었어
너의 기다림을 축원 드렸지
기다림은 낮과 밤이 주는 고귀한 선물이었어.

너의 여린 잎에 이름 석자를 적으며,
하얀 줄기 아래 나는 잠이 들었어
기다림은 약속이라는 언어에
맑은 눈물을 흩뿌리는 일이었지.
너와내가 디딘곳은 마를 날이 없었어
한 순간도 마를 날이 없었지
단 한순간도 말이야.

*자작나무 꽃말: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봉란 님 사진을 교체바랍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한국 방문하고 2019년 10월 중순에 출국할 때 어머니께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요”라고 경쾌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전에도 여러 번 방문하고 어머니와 같이 지내다가 헤어졌지만 언제나 눈물을 흘리곤 하였는데, 다시 곧 만난다며 처음으로 씩씩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캐나다로 귀국하여 2020년 4월 중순에 한국 방문하고자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기다리는데 악몽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것이다. 캐나다 정부에서 해외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김현옥
꿈 그리고 미련 2022.06.28 (화)
늘아주 큰 것을 바라며많이 이루고자 하지만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마는그 꿈, 그저 쓸모없는개꿈 같은 것이라는 걸이제 와 돌아보니겨우 알게 되었죠꼭하고 싶은 게 많아도할 게 별로 없고갖고 싶은 게 있어도가질 수 없고폼 나게 살려고 해도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그게 바람처럼 지나가는헛꿈이라는 것을 말이죠난그럼에도쉼 없이 꿈을 꾸려 애를 쓰는 건잡을 수 없는 그 꿈에때론 울기도 하고때론 웃기도 하며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야...
나영표
대구떼의 수난 2022.06.20 (월)
유네스코가 지정한 관광지 가스페 반도(Gaspé)는 우리가 1980-90년 사이에 여름마다 찾아갔던 여름 휴가지이다. 몬트리올에서 생 로랑(St-Laurent) 강을 왼쪽으로 끼고 북쪽으로 올라간다. 한나절 드라이브 길에 벌써 바다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대서양 어귀에 리무스키(Rimouski)라는 큰 도시가 나온다. 여태껏 보아 왔던 경치와는 사뭇 다르다. 바닷가 근처에 새우나 조개 같은 어패류의 롤 샌드위치를 파는 간이 판매소가 여기저기 눈에...
김춘희
Song for Mother 2022.06.20 (월)
Song for Mother                             Translated by Lotus Chung Wherever you areFlowing with loveBecoming a river of our hometownBlue mother. Just keep going with lifeTo busy childrenBeing forgotten often by childrenAlways invisibly together like the windWith endless forgivenessThe mother embraces us always. Taking a new life in your painSelflessly raising us this much with caring loveNever to be deeply gratefulPlease forgive our rudeness. Worrying rather than being happyMore farewells than...
Lotus Chung
올봄에 우리 집 앞뜰에 도그우드 (Dogwood) 묘목 한 그루가 심어졌다. 어느새 이 타운하우스에서 12년째 살고 있다. 옆집과 공동 소유인 한 뼘 앞마당에 다년생 화초들과 제법 커다란 캐나다 단풍나무가 있어서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었다. 이사 온 지 아마 3년 쯤 됐을까, 거실 앞 유리창 가까이에서 그늘이 되어주던 단풍나무에 병이 들기 시작하더니 그 후 두어 해 지나고 결국 관리부의 결정으로 베어버리게 되었다. 곧 새 나무로 심어 준다고 한...
김진양
봄은 그렇게 2022.06.20 (월)
봄은 그렇게 기다려겨울 내 자라난기다림 하나가봄 물은 너에게가슴마다 고운 비 흘러햇살 묻은 바람도 쉬어가한 잎 두 잎 속살 데워서연둣빛 봄을 지펴갑니다봄은 그렇게 설레어그대 꽃에 너울 지고그대 사랑에 여울저할머니 분홍 가슴도그리움 일렁이는가슴 뛰는 영혼의 닻에그렇게 설레어그대 앞에 잠겨 갑니다
백혜순
봄은 그렇게 2022.06.15 (수)
봄은 그렇게 기다려겨울 내 자라난기다림 하나가봄 물은 너에게가슴마다 고운 비 흘러햇살 묻은 바람도 쉬어가한 잎 두 잎 속살 데워서연둣빛 봄을 지펴갑니다봄은 그렇게 설레어그대 꽃에 너울 지고그대 사랑에 여울저할머니 분홍 가슴도그리움 일렁이는가슴 뛰는 영혼의 닻에그렇게 설레어그대 앞에 잠겨 갑니다
백혜순
도그우드의 전설 2022.06.15 (수)
올봄에 우리 집 앞뜰에 도그우드 (Dogwood) 묘목 한 그루가 심어졌다. 어느새 이 타운하우스에서 12년째 살고 있다. 옆집과 공동 소유인 한 뼘 앞마당에 다년생 화초들과 제법 커다란 캐나다 단풍나무가 있어서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었다. 이사 온 지 아마 3년 쯤 됐을까, 거실 앞 유리창 가까이에서 그늘이 되어주던 단풍나무에 병이 들기 시작하더니 그 후 두어 해 지나고...
김진양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