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범 잡는 영화 ‘시민 덕희’ 실제 주인공 김성자씨
“보이스피싱 당한 이후로 한동안 눈만 뜨면 경찰서로 출근했어요. 그 좁은 동네에 피해자가 어찌나 많던지 항상 바글바글하더라고요. 한참 앉아 있으면 경찰이 귀찮아하면서 ‘아줌마, 애들 밥 주러 안 가?’ 그랬어요. 영화가 나와서 통쾌하지만, 아직도 경찰차만 지나가면 화가 치밀어요.”
보이스피싱 범죄 추적극 ‘시민 덕희’가 24일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실화의 주인공 김성자(50)씨도 재조명받고 있다. 경기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씨는 2016년 보이스피싱으로 전 재산 3200만원을 잃고, 경찰 대신 자신이 직접 나서 총책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영화는 주인공 덕희(라미란)가 총책을 잡으며 통쾌하게 끝났지만, 실제 김씨의 삶은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김씨는 사기를 당한 3200만원은 물론, 최대 1억원이 걸렸던 보이스피싱 범죄 신고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총책 검거를 발표하며 김씨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야 100만원의 보상금을 제안했다. 김씨는 이를 거절하고 담당 경찰의 업무 태만 등에 대해 항의하는 진정서를 경찰청에 제출했다. 23일 만난 김씨는 “경찰청, 법무부, 청와대까지 백방 진정서를 내봤지만 ‘예산이 없다’ ’내부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한참 속앓이를 할 때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 왔어요. ‘계속 싸우면 더 아프지 않나. 영화로 잘 만들어 드리겠다’는 말에 마음이 녹아 허락했어요.”
2016년 김씨는 자신에게 사기를 쳤던 조직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범죄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조직원은 “김성자씨가 돈도 제일 빨리 보내고, 제일 끈질겨서” 그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직원과 전화·이메일로 수차례 연락하며 피해자 명단, 총책 신상 정보, 사무소 위치, 총책 귀국 비행편 정보까지 입수해 경찰에 넘겼다. “전화비만 70만원이 나왔어요. 경찰이 하도 내 말을 안 믿어주니까, ‘한국 오면 소주 한잔 사겠다’면서 조직원을 살살 달래 증거될 만한 자료를 싹 다 받아냈죠.”
중국에 거주하던 총책이 명절을 쇠러 한국에 들어온다는 정보를 듣고는 집 앞에 찾아가 이틀간 잠복까지 감행했다. 두렵진 않았느냐고 묻자, 김씨는 “전 재산 잃어 본 적 있느냐”고 되물었다. “세 아이 키우면서 밤낮없이 미싱 일해서 번 돈이었어요. 한 번은 술이랑 수면제를 잔뜩 먹고 기억이 끊어졌는데, 제가 천장에 줄을 매달아 놓았더라고요. 옆에선 아들이 ‘엄마, 죽지 마’ 하면서 울고 있고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죠.”
총책을 잡고서도 돈을 되찾기 위해 면회도 여러 번 갔다. “내 돈 내놓으라고 닦달했더니 씩 웃으면서 그러더라고요. ‘당신이 멍청해서 당한 거지. 어차피 경제사범은 몇 년 살지도 않아.’ 그 말 듣고 집에 오는데 계속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이후 김씨가 재판마다 쫓아다니면서 판사에게 엄벌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자 총책은 그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제안했다. 김씨는 “피해자 중엔 1200만원을 사기당하고 목숨을 끊은 분도 있었다. 내가 그 돈을 받고 합의해주면 형량이 줄어들까 봐 차마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총책은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김씨는 피해액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김씨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코미디 영화인데도 계속 눈물이 흐르더라. 두 번째 봤을 땐 라미란 배우가 하도 욕을 시원하게 해서 속이 뻥 뚫렸다”고 했다. 그가 본 영화 속 주인공 덕희와 싱크로율은 99%라고 했다. “영화화가 결정되고부터 주변에서 라미란 배우가 하면 딱 맞겠다고 했거든요. 털털하고 욕 잘하는 것까지 저랑 똑같더라고요. 같이 본 딸도 엄마 보는 줄 알았대요.” 그가 뽑은 명대사는 총책과 맞닥뜨린 덕희가 던진 한마디였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니네 눈엔 피눈물 나는 거야.’ 저도 총책한테 그 말을 똑같이 했거든요. 내가 멍청해서 당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서, 무너졌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일으켜 세워줘서 감사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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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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