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다
진통 끝에 나의 자궁에서 나온 글이 걸음마를 배운다
안아달라고 칭얼댄다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 글에 옷을 입혀 세상 밖으로 보내본다
지나가는 이들이 내 글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뒷얘기로 쑥덕거린다
한 대 때리고 도망간다
내 글이 운다
내 마음이 차였다
자랑스럽게 내보낸 나의 글은 그 흔한 목걸이 하나 없이
누군가 길거리에 내던져 버린 옷을 걸쳐 입고 있었다
그 글은 시체처럼 길거리 구석에 누워있었다
지나가는 발에 차여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 글에서 중환자실 떠나는 이의 죽음의 악취가 풍겼다
차라리 평생 만삭의 몸으로 살 걸 그랬나 싶었다
그 글의 가슴에 펌프질을 시작하고 나의 숨을 나누어본다
이백 주울 전기 충격을 보낸다
마지막 소생의 몸부림이다
내 글의 눈이 열리고 산자의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맞춤 정장 양복점에 새로운 옷을 주문한다
그 글에 꼭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 줄자가 춤을 춘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내 글이 내 마음과는 다른 길로 걸어간다
이쪽이라고 힌트를 주어도 못 들은 척 그의 길을 간다
나는 그 글을 낳은 어미일지언정
내 글은 그 나름대로 가고 싶은 곳이 있나 보다
그래도 뒤 돌아 다시 한번 나에게 와서 안겼다
마지막 인사인가 보다
떠나는 그글이 언젠가 따스한 볕아래 뿌리내리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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