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아내, 자식, 부모··· 은퇴하면 누구랑 살 때 더 행복할까

이경은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3-04 07:52

日 노후 일타강사 노지리 핀웰연구소 대표
60대 은퇴자 행복지수 오각형 분석해보니
“노후엔 혼자서 즐겁게 사는 게 최고다” vs “그래도 둘이 서로 의지하며 늙어가는 게 좋다”

은퇴는 부부가 인생 쉼표를 찍고 새롭게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출발점이다. 자녀들이 독립해서 떠나고 나면 부부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퇴직하고 집에서 왕노릇하는 남편이 밉다’, ‘월급 끊겼다고 잔소리하는 아내가 마녀 같다’면서 갈라설 구실을 찾기도 하고, “병들고 아프면 자식들은 소용 없고, 결국 배우자밖에 없다”, “나이 들수록 부부뿐이고, 배우자 없는 인생은 재앙”이라면서 힘든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은퇴하면 누구랑 살까. 이에 대한 생각은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린다. 그래도 노후에 어떤 선택을 내린 인생 선배들이 평균적으로 더 만족하면서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일본 핀웰연구소가 올해 초 60대 고령자 6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배우자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고, 삶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살고 있었다.


핀웰연구소의 노지리사토시(野尻哲史)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은퇴하고 나서 누구와 사느냐는 노년기 삶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변수”라면서 “배우자와 함께 사는 은퇴가정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반면, 혼자 사는 독거 노인들은 건강, 인간관계, 직장, 자산 등 모든 측면에서 삶의 만족도가 평균에 못 미쳐 격차가 컸다”고 말했다.

히토츠바시대학(상학부)을 졸업한 노지리 대표는 일본 메릴린치증권을 거쳐 피델리티운용 은퇴교육연구소장을 역임한 금융통이다. <노후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한 자산 준비>, <자산 수명을 늘리는 현명한 기술> 등 은퇴와 관련된 책을 다수 펴냈다.

지난 2015년 피델리티운용 재직 시절엔 서울에서 한일 노후 준비와 관련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2019년 ‘핀웰연구소’를 설립해 은퇴 준비 전도사로 활동 중인 노지리 대표에게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만드는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60대 은퇴자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연초에 ‘60대 6000명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60대의 노후 생활에 대해 생활전반, 건강상태, 일의보람, 인간관계, 자산수준 등 5개 항목으로 나눠 살펴보고 ‘행복지수 오각형’을 만들었다. 오각형 모양을 보면 생활전반, 건강상태, 일의보람, 인간관계 등 4개 항목은 만족도 점수가 3점대로 중간 이상이다(만족 5점, 불만 1점). 일의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은퇴 생활을 즐기는 60대가 제법 많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자산수준 항목은 만족도가 2점대로 낮았다.”

–자산수준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지난 2019년, 일본에선 금융청이 ‘100세 시대에 노후 자금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이슈가 됐다. 그때 일반인들에게 ‘노후준비=2000만엔’이라는 숫자가 머릿 속에 각인된 것 같다. 이번 조사에서도 2000만엔을 분기점으로 자산수준 만족도에 온도차가 컸다. 2000만엔 넘는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만족도가 낮았다. 참고로 자산수준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경우는 1억엔(약 9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하면서 적당한 현금 흐름(연소득 1800만~3600만원)이 발생하는 가정이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은퇴 후 누구랑 살 때 가장 행복한가.

“은퇴 가족 유형을 독신, 부부, 독신+자녀, 독신+부모, 부부+자녀, 부부+부모 등으로 세분화해서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랬더니 노후에 부부끼리 사는 가정의 만족도가 전 영역에 걸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배우자는 노년기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설문 응답자의 80%가 남성이었기에 결국 아내가 있는 은퇴 남성의 생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단 자식이든 부모든 식구가 한 사람이라도 더 늘어나면 은퇴 부부끼리 살 때에 비해 삶의 만족도는 낮아졌다.”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인 그룹은?

“일본엔 결혼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 발표(2020년 기준)에 따르면, 50대 1인가구 비중은 전체의 30.8%로, 약 514만명에 달한다. 한국도 싱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알아야 할 점이 있다. 60대 이후 독거노인은 전 영역에 걸쳐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다. 고령 독신자는 건강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아프기 쉽고, 사회와 단절되어 살아서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독거노인이라도 부모 혹은 자녀와 함께 살면 행복 곡선이 우상향했다. 60대 이후에는 혼자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살게 됐다면?

“혼자 살고 싶진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지역 사회 혹은 지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서 외부와 교류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60대 독거노인이 재테크를 하고 있으면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단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산 운용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자신과 외부를 잇는 연결 고리를 갖고 소통했기 때문이다.”

생활전반 만족도를 높이려면 자산수준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생활전반 만족도를 높이려면 자산수준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노후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은?

“산악 사고는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많이 발생한다. 하산 루트에서 위험을 만나지 않으려면 험하지 않은 길을 고르고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사람의 인생도 하산 준비를 철저히 해야 성공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자산이 일찍 소진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퇴직한다고 해서 소비 수준이 ‘요이땅’하듯 바로 낮아지진 않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에 넉넉한 생활을 했던 가정이 퇴직 이후에 바로 씀씀이를 줄이긴 어렵다. 퇴직이 임박해 온다면, 생활비를 덜 써보려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통계를 보면 60대 후반 생활비는 50대 후반의 70% 정도다.

그렇다면 노후 생활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우선 다음 공식을 보자.


노후 생활비는 크게 근로수입, 연금수입, 자산수입 등 3가지로 충당해야 한다. 퇴직 이후 재무 관리는 양쪽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노후 생활비가 더 커진 상태가 장시간 지속된다면, 인생 종착역엔 노인 파산이 기다리고 있다. 은퇴 준비는 위 등식에 나온 4개 항목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은 개인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다.

“품위 있는 노후는 현금 흐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일본도 개인이 보유하는 자산의 50% 이상이 토지였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1990년 전후 버블 경제 시기가 그랬다. 하지만 이후 토지 보유 비중은 현재 24% 정도까지 내려왔다. 지금은 현금·예금 비중이 33%로 가장 높고, 보험이나 연금, 유가증권 등에도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

노지리 대표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 2015년 피델리티에서 근무하던 당시, 한일 노후 준비와 관련해 강연하고 언론 인터뷰도 가졌다. 2015년 4월 20일자 조선일보 B2면/조선DB
노지리 대표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 2015년 피델리티에서 근무하던 당시, 한일 노후 준비와 관련해 강연하고 언론 인터뷰도 가졌다. 2015년 4월 20일자 조선일보 B2면/조선DB

–요즘 한국에선 엔화 투자가 열풍인데.

“일본도 최근 미국 주식이나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났고 수익 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현역 시절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일이라도 당장 매도해서 부족한 노후 생활비로 써야 할 수도 있는 은퇴 세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환율이 불리할 때 해외 자산을 매도한다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위험도 있다. 해외 투자는 대상이 무엇이든 여유 자금으로 해야 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지난해 설문조사 및 토론 통해 의견들 종합
다양한 분야서 철저한 교육 필요··· 차별 금지 인식 촉진
BC주의 인종차별 금지법(anti-racism legislation)이 올봄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이 법안에 대한 BC 주민들의 의견들이 공개됐다.   BC 정부는 인종차별 금지법이 어떤 방식으로 구조적...
“현 정부에 화난다” 59%··· 1년 전 보다 9%p 증가
“캐나다 망가지고 있어” 70%··· 최대 이슈는 ‘인플레’
절반 이상의 캐나다인이 현 트뤼도 정부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기관 레제(Leger)가 7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59%가 현 연방정부의 국가 운영...
인구 증가에 일자리 늘었지만, 실업률은 상승
경기 둔화도 겹쳐··· 6월 금리 인하설 무게
캐나다의 일자리 수가 인구 증가에 힘입어 예상보다 늘었지만, 실업률은 상승하면서 고용시장이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 연방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BC에서는 빅토리아·팍스빌·오카나간밸리 등 3곳
의료시설 훌륭하고, 여러 액티비티 즐길 수 있는 곳 인기
미국 뉴저지 본사의 럭셔리 부동산 업체인 소더비(Sotheby’s)는 최근 캐나다에서 은퇴하기 가장 좋은 도시 10곳을 소개했다. 멋진 풍경과 훌륭한 의료 서비스, 친절한 지역사회 등의 요소를...
BCLC 온라인 구매 복권 역사상 최고액
BC에서 5800만 달러 복권에 당첨된 행운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7일 BC복권공사(BCLC)는 6일 추첨에서 6/49 골드볼 잭팟10자리 추첨번호와 일치한 사람이 BC주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어··· 화재 원인 조사 중
코퀴틀람 어스틴 하이츠의 저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약 1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7일 새벽 2시쯤 코퀴틀람...
어린이 4명 포함 스리랑카계 일가족 숨져
스리랑카 국적 19세 용의자, 1급 살인 혐의로 기소
▲살인사건이 발생한 오타와 교외 바헤이븐의 주택가 (구글맵 캡처)  오타와 교외의 한 가정집에서 어린이 4명 포함 일가족 6명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19세 남성으로 확인된...
꽃의 계절인 봄을 반기지 않는 이들이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비염 환자들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코로 들어와 코 점막이 과민 반응을 일으킨다. 유독...
“빠지면 돈 줄게”··· 유명 스트리머 한마디에 ‘풍덩’
바다 돌진 영상 생중계돼··· 경찰, 운전자 기소 검토
스트리밍 사이트 라이브 방송 중 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한 10대 남성이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10시쯤 포드무디 로키포인트 선착장에서 한 19세...
5차례 연속 5% 유지··· 인플레이션 압력 여전
경제 성장 더뎌··· 6월 금리 인하 가능성 높아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 BoC)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티프 맥클렘 중앙은행 총재는 6일 열린 정례 금리 정책 회의에서 현행 5.0%인 기준금리를...
올 들어 4번째··· 지난달에는 사망자도 나와
WorkSafeBC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 시급”
광역 밴쿠버에서 크레인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C주의 산재보상 위원회인 WorkSafeBC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2시 40분쯤...
감염자 대부분 미접종자··· BC서도 감염 사례 발생
팬데믹 후 접종률 감소··· 2차 접종 여부 확인해야
전 세계에서 홍역(measles)이 확산하는 가운데 BC에서도 5년 만에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봄방학을 앞두고 홍역 예방 접종을 권고하고 나섰다.   4일 BC 보건당국은 지난 주말...
7일간 물만 마시며 단식하면 신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7일간 단식하면 평균 5.7kg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었다. 단식은 체중 감량 이상의 건강상의 이점이 있었지만, 그 효과는 최소...
스티브한 부동산, 8·9일 양일간 토론토 부동산 세미나 개최
8년 연속 메달리언 클럽(Medallion Club)에 빛나는 스티브한 그룹(Steve Hahn + Group)과 토론토의 리트렌드 리얼티(Retrend Realty)가 오는 8일과 9일 써리(15483 104 Ave)에서 토론토 부동산 세미나를...
토론토 종합병원 등 캐나다 10곳 탑 250
세계 최고는 메이요 클리닉··· 아산병원 22위
토론토 종합병원(Toronto General Hospital)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좋은 병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9일 미국 뉴욕 본사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는 글로벌 조사기관...
캐나다 최초로 ‘간호사 1명당 최소 환자 수’ 법제화
지난해 간호사 6567명↑··· 인력 채용·유지에 추가 지원
BC주가 간호사 1명당 최소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캐나다 최초의 주가 됐다.   1일 BC주 보건부는 BC 간호사 노조(BC Nurses’ Union, BCNU)와 협업을 통해 중환자실과 수술실을 비롯한 6곳의...
日 노후 일타강사 노지리 핀웰연구소 대표
60대 은퇴자 행복지수 오각형 분석해보니
“노후엔 혼자서 즐겁게 사는 게 최고다” vs “그래도 둘이 서로 의지하며 늙어가는 게 좋다”은퇴는 부부가 인생 쉼표를 찍고 새롭게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출발점이다. 자녀들이...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1일(현지시각) ‘요거트 섭취가 당뇨병 위험을 줄인다’는 주장을 관련 제품에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FDA는 이날...
[아무튼, 주말] [정시행 기자의 드라이브]
‘괴물 부모’에 직격탄 날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수
▲지역사회 집단 트라우마·심리 치료의 권위자인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은 단순히 교권 추락이 아닌 공동체 붕괴의 관점에서 다루고 대책을...
은행 직원 사칭해 신용카드 유출됐다고 속여
집 방문해 카드 가져가··· 개인정보 공유 유의해야
경찰이 최근 버나비에서 노인을 상대로 한 금융 사기 피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29일 버나비 RCMP는 지난 한 주 동안 데빗·신용카드와 관련된 비슷한 수법의...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