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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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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4-03-08 10:42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수석고문


고요가 조용히 날개를 펼칩니다

팔랑이는 이파리처럼, 이파리의 날개처럼

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산비둘기들이 마을로 내려옵니다

내려와 잠드는 처마 끝에

달빛을 비춰줍니다

고요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달빛도 그림자의 그늘을 접고

나뭇가지에 어깨를 걸치고 앉아

고요가 잠든 집을 지켜줍니다

 

고요가 조용히 일어나 잠들려는 나를

살짝 깨웁니다

눈뜬 별들의 바다가 깊습니다

나도 살짝 별들의 어깨에 기대봅니다

 

잠이 달아났습니다

달빛이 혼자 출렁이며 은하를 건너갑니다

은하 속에서 달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깊은 은하 속으로 사람이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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