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3월의 일기장

유장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3-18 12:31

유장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펼쳐보니
뒤척였던 적보다 구겨졌던 적이 더 많았군요
먼지 투성이로 처박혔던 것보다 나았다고
혼자 위로도 해보지만
눈 보라 쳤던 겨울밤에 웅크리던 낱말 들
다시 덮을까요?

여전히 봄은 멀어 보였죠
나무 밑 다람쥐가 조심스레 도토리를 오물거리네요
가난한 위장을
찌그러졌던 속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듬더군요
햇살이
푸른 햇살이
돌돌 말려 올라간 꼬리에 머무네요
잔잔하게 바라봅니다

조용히 덮었어요
그리고 너덜거리는 일기장을 햇살에 비춰보는데
버텨줘서 고맙다고
바람이 무심히 말하데요

저도 땅콩을 까먹으렵니다
혹시 알아요
햇살이 제 몸에 머물지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유장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따로 또 같이 2023.02.13 (월)
 오늘은 집에 손님이 오는 날이다. 저녁 준비로 동동대는 내 옆에서 남편은 어느 때보다 협조적인 자세로 하명을 기다리고 있다. 청소기를 돌리고 거실 유리창을 닦고 바베큐 그릴도 달구고… . 바쁜 가운데 손발이 맞는 손님맞이는 수월하게 마무리가 되어 간다. 오늘 손님은 같은 해 밴쿠버에 정착해 한동네에 살던 유고인 프레드락과 수잔나 부부이다. 연배가 비슷한 우리는 긴 세월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일상의 애환을 나누고 살아온 귀한...
조정
겨울 앓이 2023.02.13 (월)
겨울은 망각의 푸른 바다를 건너 약속의 봄을 찾아가는 빈 가슴 나그네 긴 회한의 터널 그 너머찬 바람, 서리 다 이겨낸지친 들판에 서서 만나야 할 그 사람                                      찾아야 할 그 사랑잃을 수 없는 시간 속으로배냇그리움에 멀미가 난다 다가올  새봄은 또다시 찾아오는 아픔이겠지나를  죄어오는 망연(忘戀)의 넋일 수 있어 가는...
김석봉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쓴 글을 발견하였다. 이런 흔적 물들을 통해 과거를 되새김질해 본다. 실체가 없어도 있었던 현실인데도, 실체가 있어야 지난 현실이 또렷해진다.통통한 몸매와 얼굴에 늘 웃음이 가득하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둘째는 입력한 것에 비해 출력을 재미있게 잘한다.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놈이다. 그의 글을 그대로 옮겨 본다.  “저의 형 박형진입니다.나이는 이제 9살이 되고요,...
박광일
나무 의자 2023.02.13 (월)
망자를 기억하며숲 길 모퉁이 고즈넉한 곳지나는 사람 발걸음 위로하며  떠난 사람 이름 써넣은나무 의자 놓여있다꽂아 놓은 조화는 을씨년스럽고애처로워다니는 사람 마음 훔쳐간다사랑하는 이 떠나보내지 못한 채품에 보듬어 안고 이랑을 지었나 보다 마주하던 죽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안간힘으로 도망쳤을까?죽음을 순하게 받아들이는기백 보였을까?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은 채침묵으로 견디며한 길로 나 있는 신작로...
박혜경
내 인생의 강물 2023.02.06 (월)
    인생의 강물은 내 맘대로 흐르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다. 완만하게 굽이돌며 한 없이 흐른다. 거침없이 흐르는 푸른 강물이다. 내가 나에게 끼어들 새가 없다. 일반적으로 강물에 실린 그리움과 기다림의 원천은 어머니다. 그런데 나의 그것들은 내 나이 열한 살 때, 보라색 치마에 긴팔의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온 띠동갑의 한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는 시집갈 나이 스물셋에 산골 초등학교에 주산 선생님으로 왔다. 살랑살랑...
박병호
만두 필살기 2023.02.06 (월)
  설 하면 역시 만두를 빼놓을 수가 없다. 만두 국 뿐만 아니라, 구워도 먹고, 찜 기에 쪄서 먹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음식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만들어 준 손 만두는 설날에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었고, 밀가루로 반죽한 만두 피까지 쓱쓱 밀어가며 속을 듬뿍 넣고, 아기 궁둥이 마냥 토실 하고 먹음직스럽게 왕 사이즈로 빚어 먹었다.그 시절, 어렸던 난 엄마를 따라 손 만두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가 만두 중에서도 속이 제일 작아...
허지수
화산석 2023.02.06 (월)
솟구친붉은 핏줄​바늘 끌연흔일까​그림자새기면서​굳어버린주름살​거미 귀엿듣는 듯​초 침 소리기울이면​기나긴씨 날 줄 찾아​은빛 침핥고 간다
하태린
너 떠난 그날 2023.02.02 (목)
너 떠난 그날비바람이 울었다너로 인해 살아온 날들이고마웠다고찔레꽃 하얀 무덤가홀로가는 네가 그랬듯이홀로찾은 나도 그렇게 슬펐다목련이 지듯 떠나가는 것들찔레꽃 하얀 무덤가허공에 그리움에 문패하나 걸고아쉬워 뒤돌아가던 걸음 문뜩 멈추고뒤돌아서 너를 보며그 설음에 겨워나 홀로 오래도록 서 있었다고너 떠난 그날 바람처럼 울었다.
이봉란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