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장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펼쳐보니
뒤척였던 적보다 구겨졌던 적이 더 많았군요
먼지 투성이로 처박혔던 것보다 나았다고
혼자 위로도 해보지만
눈 보라 쳤던 겨울밤에 웅크리던 낱말 들
다시 덮을까요?
여전히 봄은 멀어 보였죠
나무 밑 다람쥐가 조심스레 도토리를 오물거리네요
가난한 위장을
찌그러졌던 속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듬더군요
햇살이
푸른 햇살이
돌돌 말려 올라간 꼬리에 머무네요
잔잔하게 바라봅니다
조용히 덮었어요
그리고 너덜거리는 일기장을 햇살에 비춰보는데
버텨줘서 고맙다고
바람이 무심히 말하데요
저도 땅콩을 까먹으렵니다
혹시 알아요
햇살이 제 몸에 머물지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