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수석고문
낡은 지갑 속에서
낡은 쪽지 한 장을 발견 한다
아버지 이름으로 입금된 송금 전표
싸늘한 시체처럼 싸느랗게 떠오르는 이름 석 자
이제 그 이름으로 입금 시킬 아버지가 없다
적은 금액 속에 묻어 나는 까만 눈물
풍수지탄風樹之嘆, 풍수지탄風樹之嘆
내 얄팍했던 지갑이 원망스럽다
아니다, 아니다 얇은 지갑이 죄가 아니다
지갑 속에 숨어 있던 내 양심이 죄다
아버지께 송금된 마지막 교신
이 세상 큰 바다를 건너가신 마지막 흔적
이제는 입금 시킬 곳 없는 커다랗게 입 벌린 허공이
큰 죄의 무게로 나를 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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