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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도 훔치나··· 뜨거운 감자 된 ‘AI 음성’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김민기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5-21 11:21

배우 스칼릿 조핸슨 법적 대응에
오픈AI, 목소리 사용 일시 중단

사진=스칼렛 조핸슨, 그래픽=양인성

“믿기지 않은 일에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

20일 미국 할리우드 인기 여배우인 스칼릿 조핸슨은 미국의 인공지능(AI) 업체인 오픈AI가 만들어낸 AI 음성이 자신의 목소리와 ‘무서울 정도로 유사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013년 사람과 AI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영화 ‘허(Her)’에서 AI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그는 성명서에서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조차 (오픈AI의 음성과 자신의 목소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며 “이 음성을 만든 방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요구한다”고 했다.

조핸슨의 분노를 일으킨 음성은 오픈AI가 자사 AI챗봇 ‘챗GPT’에서 제공하는 다섯 가지 음성 중 ‘스카이(Sky)’라 불리는 여성의 목소리다. 지난 13일 오픈AI가 영화 ‘허(Her)’에서처럼 사람같이 보고, 듣고, 말하는 차세대 AI 비서를 공개하며 이 음성으로 제품을 시연한 후, 온라인상에는 해당 음성을 조핸슨의 목소리와 비교하며 배우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AI에 학습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날 조핸슨이 “오픈AI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연락을 해왔지만 거절했었다”고 밝히며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이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조핸슨씨에게 연락하기 전에 다른 성우를 캐스팅했다”며 “하지만 배우에 대한 존경심으로 ‘스카이’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AI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언론·서적·사진 등의 콘텐츠를 적절한 대가 지불 없이 AI 학습에 이용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 영화 및 음악과 같은 창작물까지 동의 없이 무단 사용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AI 학습 데이터와 제공하는 콘텐츠를 둘러싼 합법성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뜨거운 감자 된 ‘AI 음성’

AI로 음성·동영상 등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게 더 없이 편리해진 상황에, 전에 없던 사회적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음성 AI 스타트업인 로보는 두 명의 성우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성우인 레어맨씨는 지난해 팟캐스트를 듣다가 자신의 목소리가 입혀진 챗봇 음성을 듣고 깜짝 놀랐다. 로보는 성우인 레어맨씨의 아내 리니아 세이지의 목소리도 도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로보의 홍보 활동에도 이들의 목소리가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2019년 프리랜서들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라디오 대본 녹음을 해주고 각각 1200달러와 400달러를 받았다”며 “테스트용, 학술용이고 내부적으로만 이용될 것이라고 안내받았는데 사실은 기술 개발에 쓰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선 ‘AI 음성’과 관련해 소송 제기, 중지 요청 등 갈등이 잇달아 생기고 있다.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가 지난 4월 공개한 신곡에는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낸 전설적인 래퍼 고(故) 투팍 샤커의 목소리가 포함됐다. 이에 투팍 샤커 재단은 거세게 항의하며 “음악의 공개·이용을 중단하고 즉시 삭제하라”는 이의 제기를 했다. 고(故) 투팍 측이 법적 대응도 시사하자 드레이크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해당 곡을 삭제했다. 지난 2월에는 영화 각본가가 아마존 스튜디오를 상대로 할리우드 파업 중 제작 기간을 맞추기 위해 AI로 배우 목소리를 구현했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개인이 아닌 회사가 AI 학습 데이터를 갖고 신경전을 펼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7일 소니뮤직그룹은 700개 이상의 AI 기업에 자사 음원을 학습에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AI 학습 데이터, 투명하게 공개하라’

전문가들은 이처럼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로 ‘AI 학습 데이터가 블랙박스처럼 비공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오픈AI·MS·구글과 같은 대기업들은 AI 모델이 학습한 데이터를 ‘기업 비밀’로 여기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무단으로 자신의 저작물이나 음성을 빼앗긴 사람들로서는 빅테크를 상대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가 오픈AI가 자사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AI에 학습시켰다고 고소한 가운데, 오픈AI 측은 지난 2월 법원에 “뉴욕타임스가 자신의 주장에 알맞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수만 번 시도를 했다”며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역공을 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미 캘리포니아에선 ‘A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업은 제품이 나온 후 데이터에 관한 요약본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AI 서비스가 나온 후 갈등이 불거질 경우, 합법적인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은 데이터가 AI 학습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살펴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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