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자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강물을 보네
깊어지며 흐르는 거역 없는 몸짓을 보네
하루를 다 날아온 고단한 태양을 눕히고
어느 산기슭 떠나온 나뭇등걸도 함께 눕히고
강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나를 보네
팔랑이는 잔물결들 사이로 얼핏 설핏 보네
정(精) 때 묻은 부모 형제 다 두고
태평양 큰물 건너오던 반세기 전 그날
비단결 검은 머리 스물여섯 살 새아씨여!
세월을 보네
꿈, 좌절, 인내들이 들락거린 한 세월을 보네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째 일어서면서
고향 떠나 멀리 또 하나의 고향을 만들며
땀 흘려 간절히 노 저어 온 ‘이민’이라는 배
아, 문득 깨닫네.
저녁놀 흥건히 몸 푸는 Fraser 강어귀에서
본향처럼 기다리는 바다를 앞에 놓고
서리꽃 머리 올 쓸어 올리며, 나 처음처럼 깨닫네
강물 나 세월… 모두는
집을 향해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는 걸.
TOWARD HOME
Bong Ja Ahn
I see the River:
Flows and deepens without resistance.
Laying the tired sun after a day-long flight,
Laying a tree stump from the foot of a mountain,
Where does the river flow to?
I see Me:
A glimpse of me through fluttering ripples.
The 26-year-old bride with silky black hair,
Crossing the Pacific Ocean a half-century ago,
Leaving parents and siblings behind.
I see Time:
Passage of dreams, frustration, and perseverance.
A boat, ‘Immigration’, I rowed with earnest sweat,
Keep falling and standing up many a time,
Building a second home far away from home.
Ah, I suddenly realize.
At the estuary of the Fraser River at dusk
Where the Ocean waits like eternal home,
With frosty hair, I realize it for the first time:
The River, Me, Time... all of us
Flowing ceaselessly toward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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