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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4-06-07 16:16

곽선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입니다. 어제 오후, 속칭 <버뮤다 연쇄살인>의 여섯 번째 희생자가, 다섯 번째 희생자 이후 불과 7주만에 발견되면서 사회를 다시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오늘 경찰은…”
 고준호 씨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양손으로 뼈채 들고서 발라 먹던 고기를 잠시 내려놓고,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TV 리모컨을 집어올려 홈쇼핑으로 채널을 돌려 버렸다. 고기를 먹으면서 연쇄살인 어쩌구 하는 얘기를 듣기에 고준호 씨의 비위는 너무 섬세했다. 작년 겨울 무렵 언론에 발표되면서 근 1년 째 전국민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버뮤다 연쇄살인”은, 사건 현장에 시신의 머리와 손발 이외의 부분들이 사라진 모습으로 발견된다고 해서 그런 별칭이 붙었는데, 피해자들이 모두 동남아계 여성이라는 점 이외에는 피해자들 사이의 공통점이나 접점이 없어 수사에 좀처럼 진척이 없는 듯 했다. 고준호 씨가 리모컨을 소파 위로 던져버리고, 아까 뜯던 뼈를 막 다시 집어들려는데 아내가 새로운 요리를 식탁에 내왔다.
 “먹을 만해요?”
 고준호 씨는 언제 인상을 썼었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먹을 만하다니, 당신 요리는 최고지! 동남아에서 나고 자란 당신이 어쩜 이렇게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아내는 칭찬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다소곳이 시선을 내렸다.
“당신도 같이 먹지, 왜. 당신은 이렇게 음식을 맛있게 해놓고 어째서 안 먹어?”
 아내는 쑥스럽다는 듯 베시시 웃었다.
 “적나라하게 먹는 모습 보이기도 민망하고… 또 원래 자기가 한 음식은 먹기 싫다고 하잖아요.”
 아내는 그런 여자였다. 빈말로도 예쁘다고 할 수 있는 얼굴은 아니었고, 동남아 여자는 체구가 작고 여리다는 편견을 비웃기라도하듯 키와 덩치도 큰 편인데다가, 체력도 엔간한 남자 못잖게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성품은 요즘 여자답지 않게 유순하고, 조신하고, 사치 안 하고, 살림 야무지게 하고, 심지어 순종적이기까지 한, 그야말로 전래동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현모양처였다. 니가 뭐 아쉬워서 동남아 여자를 만나냐, 요새 세상에 동남아 여자랑 결혼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며 그를 말렸던 일가친척들과 가까운 친구들도, 그의 아내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그를 떠받드는지 알게 되자 모두 입을 모아 장가 잘 갔다고 난리였다.
 고준호 씨는 흡족했다. 아니, 흡족을 넘어 행복했다. 못생긴 여자랑은 살아도 음식 못하는 여자하고는 못 산다는 말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아무튼 고준호 씨는 행복했다. 원체 입이 짧은 그였다. 쌀 냄새가 난다며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는 법이 없고, 라면은 자극적이라서 질린다며 다 먹지 못했고, 이런저런 고기도 특유의 누린내가 싫다며 몇 입 먹는 게 전부고, 하는 식이었다. 한데  아내가 해주는 음식은 달랐다. 주로 고기 요리였는데, 고준호 씨는 예전처럼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맛있었다. 맛있어도 너무 맛있었다. 결혼한 지 1년반 만에 체중이 18킬로그램이나 증가한 게 그 증거였다.
 오늘도 고준호 씨는 아내가 내온 요리를 혼자서 전부 싹싹 비운 후에야 그의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 고준호 씨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다. 아내와도 처음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로 만났다. 아내가 푸드트럭을 할 생각이라며 트럭 전면 디자인을 의뢰했는데, 앞으로 팔 음식을 맛보시라며 권했다. 고준호 씨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그 음식을 예의상 맛봤고, 그 맛에 그만 반해버렸고,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고, 그게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됐다.
 고준호 씨는 오늘 밤을 새워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막판에 또 수정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준호 씨는 즐거웠다. 밤샘작업을 하는 날이면 으레 그러듯, 아내가 새벽에 끝내주는 야식을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이다. 
 고준호 씨는 눈을 번쩍 떴다. 아뿔싸. 창머리에 새벽 특유의, 여리면서도 환한 빛이 어려 있었다. 간밤에9시가 넘어 저녁식사를 마쳤더니 이내 식곤증이 몰려와서 잠시 눈을 붙이려 한 것이, 그만 새벽 5시까지 내리 자버렸다.  고준호 씨는 마른 세수를 했다. 눈이 부었는지 눈두덩 근처가 뻑뻑했다. 순간 화가 불쑥 치밀었다. 알람도 맞춰놓지 않고 잠든 자신보다, 새벽에 야식을 가지고 왔을 때 잠든 자신을 봤을 텐데도 깨워주지 않은 아내에게 화가 났다. 고준호 씨는 뿌루퉁한 얼굴로 쿵쿵 발소리를 내며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면서, “이봐!”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부스스한 얼굴로 화들짝 깨어날 아내에게 잔뜩 짜증을 부릴 심산이었다. 그러나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침대는 누웠던 흔적 없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뭐야,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고준호 씨는 욕실 문을 확 열어젖혔다. 욕실은, 비어 있었다. 또한 아내의 옷장도, 몇 벌 되지도 않는 옷과 여권이 그 내용물의 전부였지만, 비어 있었다.
 “선생님, 이런 경우에는 실종신고가 안 됩니다. 다 큰 성인이 그냥 제 발로 걸어 나갔는데. 한 일주일 기다려보시고, 그래도 안 돌아오면 그때 가출신고를 접수시키세요. 뭐, 신고를 해도 본인에게 돌아올 의사가 없으면 찾기는 어렵습니다만…”
 파출소를 나서는 고준호 씨의 얼굴은 흙빛이었다. 상황파악이 좀체 되질 않았다. 아내와는 단 한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아니, 싸울 일이 없었다. 입안의 혀처럼, 아내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었으니까. 오늘처럼 고준호 씨가 일방적으로 화를 내면, 아내는 대역죄인인 양 빌다시피 사과 한 일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아내는 서운한 내색조차 내비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런 날이면 더욱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고준호 씨의 기분을 전환시켜주려 애쓰던 여자였다. 이렇게 뜬금없이 감쪽같이 사라지다니. 아내와는 브로커를 통해 만난 사이도 아니고, 위장결혼은 더더욱 아니었다. 고준호 씨는 어째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아내의 친정이 동남아 어딘가에 있다는 것 외에는 아내에 대해 그닥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고준호 씨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내는 평소 만나는 사람도 없었고, 외출이라고는 기껏해야 일주일에 두세 번 마트에 가는 것, 그리고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지인의 농장에서 보기 드물게 질 좋은 고기를 구할 수 있어서 한 이틀 정도 다녀오겠다”며 신바람 나게 나갔다가, 이틀 후에 고기로 꽉 찬 아이스박스를 갖고 느긋하게 돌아오는 것 외에는 달리 나다니는 곳도 없었다. 아내의 자취를 찾을 길이 도무지 없었다. 고준호 씨에게는 오로지 한 가지 선택 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아내를 기다리는 일.
 며칠의 시간이 흘렀는지, 시간감각이 사라진 고준호 씨로서는 알 수 없었다. 혹여 전화가 올까봐 핸드폰은 방전이 되지 않게 챙기고, 적막을 견디기 힘들어 TV를 24시간 틀어놓고, 그 앞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기절하듯 잠들고, 깨어나면 그새 아내가 돌아오지 않았을까 하며 크지도 않은 아파트 곳곳을 – 심지어 침대 밑까지 – 둘러보고, 그러다가 상심해서 술을 병째로 들이붓고, 결국엔 구토하고 괴로워하다가 잠이 들고, 또 깨어나면 다시 집안을 샅샅히 훑고… 고준호 씨는 화를 냈다가, 죄책감에 몸부림쳤다가, 슬퍼졌다가, 온갖 불길한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불안해졌다가를 반복했다. 그 시나리오 중 최악은, 아내가 저 버뮤다 연쇄살인의 희생자로 발견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체격이나 체력이 좋은들, 아내도 여자다. 혹여라도 저 극악무도한 살인자 놈의 표적이 되었다면…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고준호 씨는 전신에 돋는 소름을 털어내려 도리질을 하다가 결국엔 술을 찾았다.
 실은, 아내의 부재보다 더욱 고준호 씨를 괴롭히는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아내가 냉장고와 냉동고에 넣어둔 음식 몇 가지와 독주, 그리고 물 외에는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아내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아내가 해주던 음식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내가 해놓은 음식이 떨어진 후, 고준호 씨는 어떤 음식도 제대로 목에 넘길 수 없었다. 세상 모든 음식이 이렇게  흙맛이었던가. 라면이고, 짜장면이고, 김밥이고 간에, 뭐 하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내의 음식이 아무리 맛있은들 이 정도까지 길들여져 버렸다는 것이 고준호 씨 자신으로서도 의아스러울만큼, 모든 음식이 맛대가리 없게 느껴졌다. TV 앞에 앉았다가 선잠이 들면, 고준호 씨는 아내의 요리가 잔뜩 차려진 식탁 앞에서 아무리 손을 뻗어도 음식에 손이 닫지 않는 악몽을 꾸다가 식은 땀에 젖어 깨어나고는 했다.
 그날도 고준호 씨는, 아내의 음식을 눈 앞에 두고 헛심을 쓰는 꿈을 꾸다가 간신히 깨어났다. 작업실 한쪽 구석에서 무너지듯 모로 쓰러진 채 잠이 든 탓에 몸 아래 깔려있던 왼팔이 묵직하게 우리면서 아팠다. 오른손으로 아픈 팔을 주무르던 중, 거실 쪽에서 “속보입니다”를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에 그는 자기도 모르게 거실로 나왔다.
 “세상을 충격과 공포 속에 몰아 넣었던 버뮤다 연쇄살인의 범인이 검거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범인은 여성, 그것도 동남아 출신의 여성이었습니다.”
 고준호 씨는 얼어버렸다. 화면 너머 수갑을 찬 범인의 실루엣, 그것은 분명 아내였다. 낡아서 오른쪽 어깨 장식이 너덜거리는 쥐색 털잠바. 고준호 씨가 제발 내다버리라고 할 때마다 아내는 아직 한참 더 입을 수 있다며 베시시 웃던 바로 그 옷이었다.
 “30대 초반의 이 여성은, 범죄대상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경찰의 비호를 받던 신체장애 동남아 여성의 집에 침입했다가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체포 후 그간의 범죄를 모두 자백했는데요. 충격적이게도 피해자들의 시신을 토막 내어 식용으로 씀으로서 처리했으며, 머리와 손발은 식재료로 다루기가 어려워서 남겨두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본인은 단 한번도 인육을 입에 대지 않았으며, 식인을 위해 살인을 한 것만큼은 결단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고준호 씨는 변기통을 부여잡고 지난 1년간 먹은 모든 것을 토할 기세로 토악질을 하고 있었다. 눈물과 콧물과 토사물 범벅이 된 채로, 고준호 씨는 변기 앞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과 반대로, 그는 미친 사람처럼 큰 소리로 웃어제꼈다.
 “어쩐지 너무 맛있더라니! 으… 으웨엑… 아하하하하, 그래그래, 너무 맛있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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