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도 아보츠포드에서 개교한 프레이저밸리 한국어학교가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는다. 2001년 봄에 캐나다 이민을 와서 그 해 9월부터
교사로 지원하여 근무를 했으니 나의 23년 이민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돌아보면 그야말로 잠시 한번 눈을 떴다가 감았을 뿐인데 어느새 개교 30주년을
맞게 되는 의미를 되짚어 보면서, 그 발자취와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白書 형식으로 기록해 둠으로써, 헌신해 오신 분들에 대한 감사와 그리고 또 다른 미래를 열어가는 초석으로 삼아보고자 한다.
1.
태동, 성장기(1994-2005)
어느 시대나 선각, 선구, 선도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밴쿠버 동쪽 외곽 랭리, 아보츠포드, 칠리왁, 호프를
아우르는 프레이저밸리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 가운데 몇몇사람들이 중차대한 질문에 부딪혔다. 이민자로서
이 땅에 살면서 당당히 주류가 되고, 비즈니스를 일으켜 성공과 부를 축적하는 일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음을 자각하고 절감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2세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사명과 같은 것이었고 그리하여 김재상, 노철성, 이병규씨 등 지역 OB들을 중심으로 프레이저밸리 한국어학교, 한인회, 그리고 YB들을
중심으로 실업인협회 등이 잇달아 태동을 하게 되었다.
“2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 그리고 한국 역사를 익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기르고 또한 세계를 볼 줄 아는 안목과 공동체 의식을 배움으로써 21세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진정한 리더십을 배양케하는데 그 목적을 둔다.”
정관에 기록된 학교의 교육목표이다. 2세들에 대한 모국어교육과 정체성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초창기 조경희, 배광은 교장의 리더십으로
학교의 토대를 세워나가며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한국어수업과 함께 문화 체험 등을 통해 한국의 뿌리를 2세들에게
심어주기 시작했다. 캐나다데이를 맞아서는 재학생 전원이 한복과 일부는 태권도 도복을 차려 입고 시내
메인 도로에서 펼쳐진 아보츠포드시 주최 퍼레이드에 참가하여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민간 외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또한 2005년부터는
‘작은 불꽃 음악회’라는 펀드레이징 행사를 격년제로 실시해오면서 광역 밴쿠버 지역보다도 먼저 미래 한인 청소년을 위한 교육문화센터 건립의 꿈을
꾸며 달려온 시간이었다.
2.
발전기 (2006-2023)
요즈음은 교회, 성당, 사찰마다 웬만하면 자체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이
시기 초만해도 한글학교의 주된 공통된 문제점은 수업 장소의 확보 문제였다. 매년 스쿨보드를 통해 방과후에
학교 교실을 빌려 엄격한 감독과 제한 속에 수업을 해오던 차에, 마침 랭리에 폐교 부지를 구입하여 1년여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 단장한 교회와 비전을 함께 나누게 되고, 토요
교실을 신설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시기부터는 지금까지 매주 아보츠포드 금요교실과 랭리 토요교실, 2개의 캠퍼스 체제가 확립되어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대상으로 문화강좌들도 제공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기동안 학교 발전을 위해 민완기, 홍지숙, 권순로 교장이 차례로 헌신하며 17년동안 기틀을 다져오게 된다. 당시 밴조선 교육특집면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 당시 가졌던 교육철학과 꾸었던 꿈을 기억해본다.
· 말하기와 함께 특별히 쓰기 학습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은 이 세상을 결국은 자신이 갖고있는 언어능력만큼
향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누리며, 인간으로서의 희로애락을 자신의 부모와, 이웃과 함께 공유하게하기
위함입니다 특히나 글쓰기는 생활 언어의 차원을 넘어 그 안에 자기만의 가치와 시각을 담게 됩니다. 일기와
독후감 등의 쓰기 교육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학생, 학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캐나다라는 다양한 복합문화사회속에서 제 빛을 잃지않고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그 다양성을 향유하는 가운데 고유의 색을 잃지않고 살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하늘의 무지개가 7가지 서로 다른 색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세계를 품고 자긍심 높은 한국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사랑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3.
도약기 (2023-현재)
23-24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여 한창 수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교회 교육관 증축
공사와 관련, 토요 교실 캠퍼스를 이전해야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였다.
사전준비없이 일어난 일이라 당황스러웠으나 학교 이사진을 중심으로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인근의
트리니티대학 캠퍼스에 무사히 안착하여 그곳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다시 한번 큰 도약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대학 안에 주말 학교가 아닌 상시 운영되는 ‘한국어학당’을 만들어가는 꿈인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국제 사회 속 달라진 위상과 현지 캐네디언들의 어드밴스 실용 한국어에 대한 관심 등을 고려해 볼
때 그저 꿈을 꾸어 보는 이야기만은 아니리라 확신해본다.
이번에 30주년
개교기념식과 팬데믹 이후 중단되었던 ‘작은 불꽃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교사진과 이사진, 학생들이 다
함께 부를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그 가사가 주는 의미가 크고 깊어서 그리고 계속해서 꿈을 꾸는 자리에
있으라고 우리를 권면하는 듯 하여 글을 마치며 그 노래의 가사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라고 설레는 맘으로 낯선 길
가려하네
배운다는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건 희망을 노래하는것
PS 역대 학교 교사진, 이사진 전체를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한 분 한 분
호명하고 싶지만, 지면이 허락하지 않을 듯 하여 현직 교사 분들의 이름만을 사랑을 담아 윤동주의 별
헤는 마음으로 한 분씩 불러봅니다. 도경숙,김미애,남윤경,이미화,이혜진,선하미(금요교실)/ 양효진,임송하,최낙숙,이은숙,이정희,백영미,한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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