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를 전격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해리스는 자메이카 출신 부친과 인도 출신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만약 그녀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첫 여성이자 아시아계 대통령이 된다. 해리스는 몇 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나서 바로 바지에 손을 닦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악수(握手, handshake)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두 사람이 서로 한 손을 건네 잡는 행위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인사 방법 중 하나이다’ 라고 쓰여 있다. 악수는 중세에 기사들이 손을 맞잡고 흔들어 싸울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 인사법으로 굳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악수를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왼손 소매에 무기를 숨겼기 때문에 왼손으로 악수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른손으로 바뀌었다. 오른손이 ‘칼을 잡는 손’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악수는 친교나 사업상의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악수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일본인은 손을 많이 흔들고 동시에 고개를 숙인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매일 보는 친구 사이라도 만나자마자 바로 악수를 한다. 쿠웨이트의 경우에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 악수하지 않는다. 인도에서는 상대방의 양손을 잡는다. 미국은 서로 주먹을 부딪치는 ‘댑(dap)’ 같은 인사법도 있다.
악수에도 예의가 있는데, 반드시 고개를 들고 상대방을 응시해야 한다. 눈은 다른 데 두고 손만 잡는 행동은 뭔가 좋지 않은 마음을 숨기려는 의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 될 수 있다. 손을 맞잡을 때도 너무 꽉 쥐거나 손끝만 내밀어 상대방이 잡도록 유도하는 것은 결례이며, 악수를 청하는데도 응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또한 왼손잡이라도 반드시 오른손으로 악수해야 한다. 서로 적당한 세기로 맞잡고 두세 번 위아래로 흔드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은 내 옷소매 안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맞잡은 손에 힘을 너무 주거나 힘을 빼서는 안 되며 너무 오래 잡고 있는 것도 좋지 않다. 2~3초 정도가 무난하다.
악수한 후 상대가 보는 앞에서 손을 닦지 않도록 한다. 악수를 청해 온 상대는 서 있는데 앉아서 받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다. 여성이라면 남성의 악수를 앉아서 받을 수도 있지만, 남성은 반드시 일어나서 해야 한다. 그러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나 상사가 악수를 청했을 때는 누워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여성이라도 서서 악수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다. 윗사람과 악수할 때도 고개를 숙인 체하지 말고, 머리를 들고 눈을 보며 악수해야 한다. 두 손으로 맞잡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한국식 예법이니 외국인과 악수할 때는 삼가는 것이 좋다. 추울 때라도 장갑은 벗는 것이 좋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미용 장갑은 벗지 않아도 된다. 악수는 윗사람이 먼저 청하는 것이 예의이다. 남녀 간에는 여성이 먼저 청하는 것이 기본이며, 여성이 청하기 전에 남성이 먼저 손을 불쑥 내미는 것은 결례라고 볼 수 있다. 악수한 상태에서 인사말 외에 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좋지 않으며. 일단 잡은 손을 놓고 나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악수하는 꿈은 협력과 연결, 길운의 전조이며, 주변 인맥의 중요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검사와의 악수는 자유와 화해를 뜻하며, 남녀 간의 악수는 합궁, 약속, 결혼을 암시한다고 한다. 큰손과의 악수는 경제적인 지원을 의미하며, 채권자와의 악수는 합리적인 협의를 나타내고, 헤어진 친구와의 악수는 화해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대통령과 악수하는 꿈은 엄청난 길몽으로 큰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고 하니 다음 날 필히 로또라도 사고 볼일이다.
필자는 소음인 체질로 손발이 항상 찬 편이다. 특히 추운 날씨에는 손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져 악수하기가 조심스럽다. 이민 초기 지역 성당에 다니던 어느 추운 겨울날, 백인 할아버지와 악수하게 되었는데 그분이 흠칫 놀라며 ‘오우…소우 콜드’ 하여 웃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주로 주먹인사를 하거나 미리 무릎 사이에 손을 넣고 세게 비벼 두 손을 따뜻하게 만든 후 불시의 악수에 대비하고는 했다. 한동안 팬더믹으로 주먹인사가 유행해 다소 편안했었는데, 팬더믹이 물러간 후 다시 악수가 일반화되었다. 손이 차가울 때는 상대방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주먹 인사로 대체하곤 하는데, 악수를 기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때가 있어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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