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그는 집을 쇼핑카트에 올리고 이동을 시작한다
이불 플라스틱 그릇 옷 몇 벌 그리고 텐트 하나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상관없다
집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차가운 기억들도 그를 놓치지 않으려 숨을 헐떡이며 따라온다
집을 이고 다니는 그는 달팽이다
눈살 찌푸리는 지나치는 이들의 시선도 습관이 되었다
자유를 위한 방랑이라 최면을 걸어보지만
눈꽃 송이 떨어질 때면 붙박이 집을 가진 사람이 부럽다
모닥불을 피우며 캠핑온 척해 보지만 이빨이 수다를 떤다
아침 햇살이 그를 깨운다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와 간밤에 망각의 강을 건너온 건지 아리송하다
안갯속 저 멀리 월마트 건물이 보이고 근처 고속도로에 차들도 달린다
“아하! 어제 새로 이사 온 곳이다”
누군가가 이른 아침부터 고주파의 아우성을 친다
그의 머릿속에 텐트를 치고 사는 사람이다
고요를 바라지만 머릿속엔 끝없는 대화로 분주하다
손거울 속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말갛게 쳐다본다
“ 당신 누구야?”
거울속 남자가 그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소주병과 입을 맞추며 평온함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다
큰 숨을 내어 쉬고 주변을 살핀다
밤사이 더 많은 달팽이들이 이사를 왔다
누군가의 부모 형제 자식일 그들
모래시계 세상 달팽이 마을은 점점 커져가고
이 마을엔 오늘 밤에도 꿈꾸는 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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