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만 (사)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
영어 단어 중에 세렌디피티( Serendipity)라는 단어가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어떤 뜻이나 단어가 있다. 10여 년 전 동네 캐나다 교회에 갔을 때 목사님 사모님이 예배 후 현장 봉사 체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가 지렛대(leverage)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를 작은 힘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어 좋아하는 것같았다. 80년대 한국에서 반미 데모가 거리에서 심지어 대중교통 이용하는 차 안에서까지 그런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지를 뿌리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있던 미국인 중년 여성에게서 직접 들은 경험담이다. 서울 시내 대학교가 많은 곳에서 버스를 타고 어디로 가는중이었는데 갑자기 젊은 대학생들이 반미구호를 외치며 전단지를 들고 버스를 탔고, 순간 버스 안에 외국인은 혼자였는데 너무나 무서웠다고 한다. 버스를 탄 학생들은 버스 안에서 일종의 구호를 외치고 전단지를 나눠주곤 했는데 버스를 탄 학생들이 본인을 주시해서 너무 무서웠다고 한다. 순간 자신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노신사가 어깨를 치면서 말을 시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냥 인사말과 일상대화를 이어 나가서 젊은 대학생들이 자신을 어떻게 할까 불안해했었는데 일부로 그 노신사가 주위 시선을 끌어 말을 붙여 그 친구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계속 말을 걸어와 어색한 순간을 모면했던 그때 세렌디피티를 느꼈다는 이야기였다.
캐나다 이민 전 88년부터 2005년까지 근무했던 한국 직장에서의 경험이다. 당시 LG전자 해외 영업 부서에서 일을 했는데97년도에 신사업 팀 PDA 해외영업팀에서 일할 때 일이다. 스마트폰 이전 단계인 제품인 PDA에 GSM module을 장착 Win CE라는 OS를 이용 wireless HPC(Handheld PC)를 연구소에서 개발했는데 국내는 최초였고 해외에도 없었던 신제품이었다. Win CE란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PC용 OS Window를 stripped down한 버젼인데 세계 주요 IT업체 중 몇 개 업체에만 라이센스가 주어져 당시엔 첨단 제품이면서노트북 피씨를 대체할 제품일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던 제품이었다. 즉 작은 디바이스로 무선 전화 기능과 Fax및 무선 인터넷이 되는 제품이어서 당시 국내, 미국, 유럽에 판매를 하려 여러 거래선을 접촉하던 중 프랑스 알카텔사에 샘플을 보내기로 약속하게 되었다. 그런데 신제품이다 보니 예정대로 개발이 일정대로 되지 않아 발송 dead line을 놓치게 되었다.
당시 해외 샘플은 보통 DHL로 보냈는데 토요일에도 오후 2시에 pick up을 할 때였다. 결국 토요일을 넘기게 되었고 토요일 밤샘 작업을 통해 계속 샘플을 완성하였으나 일요일이어서 보낼 수가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샘플이 나오자마자 공항으로 가져가서 프랑스로 떠나는 승객에게 부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되었다. 97년 여름 어느 날 일요일에 뒤늦게 완성되었다. 일요일 아침에 연구소에서 기다렸다가 밤샘 작업을 통해 엔지니어들이 완성한 제품을 들고 파리 지사에 근무 중인 후배 직원에게는 공항으로 푯말 들고나오라고 전화를 하고 김포공항 출국장으로 들고 뛰었다. 공항 출국장에 줄서있는 분들에게 회사 명함 보여 주고 어쩌고저쩌고 사정하여 부탁했으나 모두 거절했고 이런 거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나를 세워 놓고 교육하는 노신사도 있었다. 한참 서서 여러 명으로부터 부탁 거절당한 후 비행기 이륙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불안과 더위로 땀이 나기 시작했고 도저히 이대로 부탁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공항에서 출국장 들어갈 때 보딩 패스 검사하는 직원에게 가서 부탁을 했다. 명함을 보여주고 LG전자 PDA 수출 과장인데 바이어와의 중요한 약속 일정이 있어 그러니 파리공항에 LG전자 파리지사 직원이 푯말 들고 서 있을 테니 도와 달라고 했다. 그 직원은 청원 경찰이 입는 제복에 옛날 순경들이 쓰는 모자를 쓰고 있어서 권위가 있어 보였다.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샘플을 들고 옆에 좀 떨어져 서있으라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줄 서세요’ 하더니 이번엔 ‘여권 사진 나온 곳 펴서 잘 들어요, 보딩패스 보여주면서 여권 피세요’라고 크게 소리 지르며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긴장을 주었다. 그러자 다들 조금씩 긴장한 상태로 만들더니 한두 명 여권을 자세히 보면서 보내고 세 번째 20대 초반 여성 승객 여권을 검사하듯 살피더니 부드럽게 ‘파리까지 가십니까?’ 그러자 그 승객이’ 네~’ 라고 긴장하면서 대답하니까 ‘공항까지 가벼운 물건 하나 갖고 갖다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더 부드럽게 말하자 승객이 OK 했고 손짓에 나는 달려가 명함 주고 LG전자 어쩌구 저쩌구 하고 파리공항에서 애타게 기다렸던 후배 직원에게 성공적으로 샘플을 전달 그 다음 날 월요일 납기를 지킬 수 있었다.
이때 도와준 공항 직원분의 재치로, DHL로 보내는 것보다 빨리 물건을 전달 할 수 있었는데 이분에게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했을 때 그분 역시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었고 일종의 보람을 느끼는 듯한 표정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분은 부탁했을 때 왠지 자신감을 갖고 있는듯 했다.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일종의 내공을 느꼈다. 이때 공항을 나오면서 내 얼굴은 환한 미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이후 LG PDA를 프랑스, 영국,이태리, 스페인, 독일, 스웨덴, 폴란드 등에 선적할수 있었고 영국 DIXONS사를 98년도만 4번 출장을 가 제품을 소개 흥행에 성공했고 그 이후 PDA 사업은 특히 유럽에서 크게 번창해, 영국Dixons사에 수천 대 판매하여 99년 엘리자베스 부 필립공 LG전자 우면동 연구소 방문 시 선물을 LG PDA로(Hand held PC) 받고 싶다고 하여 선물로 전달 했을 정도로 당시 유럽에서 유명 제품이 되었다.
우린 뭔가 이루려고 노력하던 중 노력한 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어진 상황하에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도 있음에 오늘도 주어진 상황에 올바른 일에는 최선을 다하면 후회 없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고 본다.
당시 김포공항에서 만난 그분의 도움은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세렌디피티가 되었다.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an aptitude for making desirable discoveries by accident. 2. good fortune; luck." 이라고 나온다.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세렌디피티가 된 것처럼 우리 역시 우연히 만나는 누군가에게 세렌디피티를 주고, 내가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기쁨을 주었을 때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보는 것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80년대 미국인 중년 영어 강사가 느낀 버스 안에서 노신사로부터 받은 것처럼 내가 97년도 김포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공항 직원에게 받은 것 처럼 세렌디퍼티를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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