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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급증하는 유망 직업 ‘언어재활사’의 모든 것

이채정 인턴기자 michelinalee04@g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10-18 10:20

Aretē Centre의 이민형 언어재활사
“원활한 의사소통 위한 다리 역할 하며 큰 보람”


언어나 의사소통과 관련된 장애를 진단하고 재활을 도와주는 언어재활사(Speech-Language Pathologist, SLP)는 최근 US뉴스&월드리포트가 발표한 최고의 직업 10위에 선정됐을 정도로, AI로 대체하기 힘든 유망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언어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언어재활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BC에서는 10만 명 당 언어재활사 수가 25명에 그칠 정도로 부족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광역 밴쿠버에서 유아부터 청년들을 대상으로 언어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Aretē Centre의 이민형 언어재활사를 만나, 이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언어재활사는 무슨 일을 하는가?

 

언어재활사는 말소리(Speech)와 언어(Language)를 다루는 직업이다. 언어 지연 및 장애의 증상과 원인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계획을 세워 환자를 치료한다. 구체적으로 환자의 발음, 어휘력, 문법 사용 등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며, 이를 통해 조음 장애, 언어 지체, 실어증, 음성 장애 등의 원인과 유형을 파악하고 그 심각성에 따라 진단을 한다. 치료 대상은 유아부터 시작해, 사고나 질병으로 언어 기능에 손상을 입은 성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또한 말하기뿐만 아니라 씹기나 삼키기 기능을 담당하는 근육과 관련된 문제들도 다룬다. 궁극적으로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언어재활사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려서부터 장애인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면서 언어재활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고, 소통은 자신의 세상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을 자신의 세계로 초대하는 중요하면서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특히,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갑자기 우는 이유를 몰라 모두가 당황했던 경험이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그 아이가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예를 들면 사진을 이용한 의사소통 도구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언어치료를 통해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했다.





 

언어재활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UBC에서 Speech Sciences 학부 과정을 마친 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밴쿠버에서 멀리 떠나고 싶지 않았기에 서부 지역에서 언어재활사(SLP) 석사 과정을 제공하는 학교를 찾았고, 감사하게도 UBC에 합격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석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UBC Speech Sciences 프로그램은 언어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해부학, 생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며 SLP 석사 과정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다른 서부 대학과는 달리 학부 과정에서부터 SLP로 나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Speech Sciences 프로그램의 진로 방향이 궁금하다.

 

Speech Sciences는 여러 분야를 아우르기 때문에 다양한 진로로 나아갈 수 있다. 학업을 통해 쌓은 지식은 학생들의 관심과 역량에 따라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데, 청각학, 언어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공공보건, 컴퓨터 언어학,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이 그 예다.





 

SLP 석사 과정은 소수 정예 프로그램인 만큼 관문이 좁을 것 같은데?

 

입학을 하기 위해서는 학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에서 학업에 성실히 임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대학교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여러 경험을 쌓았다. 또한 현직 언어재활사들과 함께 봉사활동과 파트타임 일을 하며 실무 경험을 쌓고, 언어치료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어떠한 활동과 경험이 도움이 됐는가?

 

장애인 선교를 하는 밀알선교단에서 약 20년에 걸쳐 봉사하고 있다. 리더십팀에 속해 프로그램 진행과 봉사자들의 교육 및 트레이닝을 돕고, 프로그램 참가자(장애인 단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 장애가 더 이상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현재 하는 활동이봉사'보다는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경험이 없었다면,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밀알에서의 시간을 통해, 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한 사람의 전부인 것처럼 단정 짓는 일이 얼마나 경솔한 일인지 배우게 되었다. 그렇기에 언어재활사로서 환자 개인의 고유한 배경과 경험, 생각이나 취향을 고려하며 일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직업에 대해 만족하는 점과 힘든 점은?

 

치료를 받은 후 더 나은 의사소통 능력을 얻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생각을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한 어머님으로부터 받았던 카드에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아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감사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러한 순간들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이다. 특히, 한 사람의 고유한 소통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 사람이 더 많은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힘든 점도 물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말하는 시간이 길어져 목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잦다(웃음).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도와주고 싶은데, 시간이나 거리의 제약으로 직접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안타깝다. 그래서 원거리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언어재활사가 수요에 비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언어재활사라는 직업은 주로 해당 치료나 서비스가 필요한 분들에게 집중적으로 알려지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노출되는 빈도가 적다. 더군다나 한인 사회 내에서는 언어재활사의 교육 과정이나 직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이뿐만 아니라 언어재활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므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캐나다 내 관련 학과와 대학원의 정원이 제한적이다 보니, 학부 과정에서 대학원 진학이 쉽지 않다. 또한 졸업 후에는 국가 전문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자격을 얻게 되는데, 이러한 도전적인 과정도 언어재활사의 수가 적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언어재활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언어재활사는 기본적으로 감정 소모가 많은 직업이기 때문에, 번아웃 빈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타인과 잘 소통하고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언어재활사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언어치료는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큰 만족과 보람,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채정 인턴기자 michelinalee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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