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어머니와 너싱홈

김현옥 ch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11-08 17:09

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2001년부터 아버지를 천국으로 환송하시고 한국에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를 자주 방문하며 살아왔다. 이번 봄에도 남편과 함께 어머니를 방문하여 8주간 같이 살다가 왔다. 주중에는 어머니께서 노인복지관에 있는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고 계셨기에, 낮을 제외하고 우리는 같이 지낼 수 있었고, 토요일과 주일에는 온종일 어머니와 같이 지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매년 방문하면서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어머니께서 세월 따라 쇠약해지시는 모습을 보게 되어 마음이 서글퍼졌다. 지난 8월로 만 98세가 되신 어머니는 단기 기억이 감소하셨지만, 여전히 정신력이 강하시고 판단력이 분명하시다. 어머니께서는 얼굴에 주름이 없으시어 보통 같은 연배의 사람들보다 10년 이상 거의 20년도 더 젊어 보이셨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와 격리의 힘든 시간을 보내시면서 어머니께서 몸무게도 빠지시며 갑자기 쇠약해지신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전에는 어머니께서 글을 읽으실 때만 안경을 사용하셨는데 2년 전부터 항상 안경을 착용하심을 보게 되었다. 8년 전부터 걸으실 때 지팡이를 사용하시고 있다.
 
  주말에는 한국에 살고 있는 세 남동생 네가 교대로 어머니를 방문하여 근사한 식당으로 모시고 나가서 점심을 먹고 시간을 같이 보냈다. 하지만 저녁에는 어머니께서 혼자 지내시게 되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셋째 남동생은 대전에 살고 있는데, 오가는 시간만 무려 5시간이어서 모두 최선을 다하며 애쓰며 살아왔다. 한국 방문하면 어머니에게 매일 식사를 준비하여 아침 식사, 저녁 식사, 주말에는 점심까지 해 드리며 지냈다. 주간 보호센터에서 버스가 사시는 아파트 앞까지 와서 오전 9시경에 어머니를 모셔 가고, 오후 5시경에 모셔다 드렸기 때문이다. 버스 타러 가실 때나, 버스에서 내려 귀가하실 때에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다니셨다. 흡사 예전에 어머니가 어린 내 손을 잡고 유치원 버스로 배웅하며 맞이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며 인생이 다시 역으로 되돌아감을 느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엔데믹이 되었다고 하지만, 교회에서는 고령의 성도들이 예배에 참석하시는 것을 장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져간 랩톱을 사용하여, 주일날에는 유튜브 영상으로 나오는 교회 예배를 실시간으로,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드릴 수 있었다. 5월 둘째 주일은 어버이 주일이었고, 어머니께서는 거의 4년 만에 우리와 같이 교회에 출석하실 수가 있었다. 어버이 주일날에 예배 시간 중에 어버이들께 선물을 드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대표로 앞에 나가서 받으시는 절차가 있었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가장 고령인 권사님이시기 때문이었다.
 
  한국 방문 때 어머니께 아들네와 같이 사시는 것이 어떠하시냐고 여쭈어 보았지만, 어머니께서는 혼자 사시는 것이 편하시다고 늘 답변하시곤 하셨다. 고령이고 집에서도 누군가의 도움이나 보호를 받으셔야 하는데, 혼자 사시는 것이 늘 걱정이 되었다. 2001년부터 혼자 사시는 어머니께 매주 3번 정도 전화 드리다가, 2008년부터는 매일 전화를 드렸다.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어머니께서 노인 복지관에 다니시게 된 후로는 매일 한국 시각으로 아침 8시에 전화를 드려 그날의 날씨, 식단 등을 알려 드렸다. 지난 16년 동안 매일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지낸 셈이다. 주간보호센터에도 CCTV가 있어서, 우리가 캐나다에서 실시간으로 한국의 주간보호센터 내에서 활동하시는 어머니를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올봄 캐나다로 우리가 귀국 후에 한 달 반쯤 되었을 때, 남동생들이 어머니를 너싱홈(요양원)으로 모시고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남동생들도 모두 70세가 넘어가는 노인들이고, 올케들도 모두 65세가 넘는 노인들이니, 지난 세월 따로 살다가 98세인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보살피며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거의 매년 어머니를 방문하여 5주 내지 6주간 같이 지내면서 식사 준비하여 같이 식사하고,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가요 무대”를 시청하고, “우리말 겨루기”를 보며 맞추며 즐거워하였다. 주일에는 어머니와 같이 그곳 교회 예배에 참석하여 그곳 교회의 교인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예배 후에는 노인 성도들을 위한 “평생 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운동하며 재미있는 게임 등으로 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어머니와 같이 할 수 없게 되고 그 모든 시간이 추억이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께서 너싱홈 (요양원)으로 입소하셨다기에 놀란 마음을 쓰다듬으며 전화하니, 둘째 올케가 10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요양원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자기 친정어머니도 요양원에서 4년간 지내시고 2년 전에 99세에 소천하셨다고 한다. 그동안 요양 보호사가 주말에 어머니 아파트를 방문하여 목욕, 청소 등을 도와드리고 있었는데, 이제 주간뿐 아니라 야간으로도 어머니께서 돌봄을 받으셔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노인이 된 우리도 앞으로 거취에 관하여 생각하게 된다.  
 
  너싱홈에서 주 야간으로 어머니를 보살피며 섬기게 되어 안심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교회의 속장님으로부터 아들네와 같이 사시는 어머니의 친구 권사님의 근황을 듣게 되었다. 어머니보다 한 살 어리신데, 집의 화장실에서 친구 권사님께서 넘어지시어 갈비뼈가 부러지고, 무릎을 다치시어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다고 하였다. 가족이 같이 살아도 24시간 보호하며 보살피기가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70세 이상의 노년이 된 자식들에게는 더 힘들 수 있겠다.
 
  어머니께서 계시는 너싱홈에는 일주일에 한 번 목사님이 방문하시어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건강 체크, 식사 등 돌봄을 잘 받으시며,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며 지내신다고 한다. 너싱홈에는 가족 돌봄 앱이 잘 되어 있고 인터넷의 발달로 수만 리 떨어져 있는 이곳 캐나다에서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의 건강 정보, 식단표, 급여 제공 기록지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감사하다. 어머니께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사진, 영상으로 볼 수 있어 한결 마음이 놓이고 감사하다. 너싱홈 간호과장의 배려로 매주 2번씩 어머니와 영상통화 할 수 있게 되어 더욱 감사하다. 어머니께서 너싱홈의 간호사, 요양보호사들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하신다는 소식에 그저 감사하다. 매일 아침, 저녁에 감사 기도를 드리시며 자손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계신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천국에 대한 소망 가운데 믿음 생활하시며 건강하시고 평안한 삶이 되시기를 기도 드린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엄마는 매사에 철저했다. 그리고 당신 나름대로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었다. 여덟 식구가 아버지의 군인연금으로 근근이 끼니만 해결하던 시절, 엄마는 아버지 연금이 들어오는 날이면 늦은 밤에라도 부식가게의 외상값을 갚으러 갔다. 내일 아침에 갖다 주면 되지 않느냐고 아버지가 말했지만,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집을 나섰다. 엄마의 철저함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내민 통장으로도 증명되었다. 세 개의 통장 중 한 통장 앞면에는 ‘장례식...
정성화
밤의 날개 2026.04.03 (금)
고요가 조용히 날개를 펼칩니다팔랑이는 이파리처럼, 이파리의 날개처럼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산비둘기들이 마을로 내려옵니다내려와 잠드는 내 집 처마 끝에달빛을 비춰줍니다고요의 숨소리가 들립니다달빛도 긴 그림자의 그늘을 접고나뭇가지에 어깨를 걸치고 앉아고요가 잠든 집을 지켜줍니다 고요가 조용히 일어나 잠들려는 나를살짝 깨웁니다눈뜬 별들의 바다가 깊습니다나도 살짝 별들의 어깨에 기대봅니다잠이 다...
이영춘
기념우표 2026.04.03 (금)
광화문 갈 때면 우표를 샀다참나리 쑥부쟁이 복수초 전집내겐 그래도 꽃보다 여인이었고꽃을 꼽지 않아도 내 사랑의 우아함이 전송되는게 중 잘난 우표 하나 뽑아 들고이제 더 이상 그립지 않다는 듯편지 봉투 한 모퉁이에 첨부했다보고 싶을 땐보고 싶어 미친 그리움가슴팍에 먹먹하더니겨우 사랑한다는 말 하나우표 하나에 부탁하고나는 멀쩡하다 흉내 한번 내봤다사람이 지나가면추억이 남는다지만우표가 지나가면가격표를 남긴다발품해 수집한...
김경숙
해외 집회를 인도하러 갈 때마다 나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섭리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집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내가 겪었던 아픔과 고통을 간증으로 나눌 때 많은 영혼들이 위로를 받고 다시 소망을 얻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통해 얼마나 깊은 뜻을 이루어 가는지를 느낀다. 우리의 눈에는 고통과 어려움으로 보였던 시간조차 하나님께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살리기 위한 은혜의 통로로 사용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박명숙
아들아 2026.03.27 (금)
탯줄이 우리를 연결해 주고그 고리마저 흔적만 남기고 떨쳐냈지만오묘한 사랑의 영향은 계속 흘러 가고 다리 마디마디 여물어지고가느다란 팔 두터워지는 너를 보며내 가슴속 사랑이 차곡차곡 쌓아 가는구나 영글지 못해 귀여움이 오동통한손등에 달콤한 과일 향 맡으니사랑이 배불러 차오르며 새근새근 잠든 너의 코끝을 마주대면숨소리는 희망을 알리는 알람 되어사랑의 기적을 전달해 주는구나
김윤희
까치까치 설날은 2026.03.27 (금)
까치걸음으로 살금살금, 할머니 방에 들어간다. 오동나무 반닫이 3층장을 조심스레 연다. ‘이거, 내 색동저고리!’ 손가락을 꼽아본다. 설날까지 몇 날이나 남았나.  동지 지나 섣달이 들면 할머니는 가마솥에 장작을 때 하루 종일 조청을 고셨다. 안방 아랫목이 설설 끓어 콩댐으로 길들인 노르스름한 장판이 탈까 봐 놋대야에 찬물을 담아 이리저리 옮기셨다. “아가”하고 부르시면 나는 냉큼 달려가 장독대 뚜껑을 뒤집어 들고 섰다....
김아녜스
선택은 중요하다 2026.03.27 (금)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우리는 이미 선택을 시작한다.일어날 것인가, 조금 더 누워 있을 것인가. 창문을 열 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 커피를마실지, 물로 하루를 시작할지. 그런 사소한 선택들이 겹겹이 쌓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모여 인생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그것을 선택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늘 그래왔다는 이유로, 익숙하다는 이유로 하루를 산다. 그래서 가끔은 삶이 내가 정한 방향이 아니라, 어디선가 밀려와 떠내려가는...
우제용
청개구리 2026.03.27 (금)
예쁘기도 하여라봄 풀 돋아난 마당여가 저기 고운 초록색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청개구리어른 엄지손톱만한 쬐그만 것이윤기나는 작은 나뭇잎처럼파라솔 위에도 제라늄 화분에도 붙어있다열린 현관으로폴짝 아기 신발코에 앉아사방을 두리번 두리번꼬리치는 강아지 기척에 놀라포올짝 현관 문 위로 뛰어오르는높이뛰기 선수볼롱 볼롱 턱 부풀리며 숨 할딱인다고놈, 참, 어디서 왔을까?신기하가도 하여라
임완숙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