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길을 걷다 문득
얼굴도 없이 다가와
살며시 안아 주는 화가를 만나다
그의 몸짓에 안긴 풀잎은
그는 초록이라 하고
그가 머문 자리에
수선화가 방긋 그는 노랑이야
산딸기는 그를 마시고
빨갛게 취했다 실토하고
부른 배를 내밀며 담장 밑 호박은
누렇다 무작정 우기고
한 세상 입 맞추고 노닐다
뿌리까지 하얀 물 배었다고
머리카락은 실실 고백하지만
눈 감으면 선명한
첫 키스에 감전된 사랑의 빛깔
자신만만 용 솟는 젊음의 푸른 눈
가슴 찰랑이는 향기의 순백
바람은
무한의 색깔에 숨어 안 보이나 보다
화가를 만나면 만물은
저마다 부풀린 허파로 긴 이야기 그린다
자기만의 등불을 켜고 춤춘다
그는 저 많은 물감을 어디서 났을까
그의 색으로 물들어
있어도 없는 듯 맑아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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