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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에 나이·언어 장벽 넘어 캐나다 의사로

이소미 인턴기자 김세정 인턴기자 alohasomi@g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12-27 09:30

한국 흉부외과 과장에서 캐나다 의사 되기까지
캐나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손영상 박사의 도전기

구로병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일하다 50이 다된 나이에 캐나다로 이민, 53세에 나이에 캐나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손영상 박사

한국에서 대학 병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근무하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오던 손영상 박사(64). 그는 지난 2006년 UBC 교환교수로 캐나다에 온 것을 계기로 이민을 결정한 뒤, 5년간의 레지던트 생활을 거쳐 53세이던 2013년 캐나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한인 사회를 위한 무료 강좌를 열고 아프리카 의료 봉사를 다니며 다양한 사회 나눔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그런 손영상 박사를 만나 캐나다 의사가 되기까지의 삶과 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페리 400번 이상 탄 이유?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밴쿠버 아일랜드 덩컨(Duncan)이란 마을에 위치한 Alderlea Medical Clinic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손영상이라고 합니다. 임상 활동 이외에, UBC 가정의학과 외래교수로 클리닉에서 레지던트를 교육하고, 필요할 때 논문 작성과 같은 연구 활동도 지도하죠. 여가 시간에는 주로 최신 논문을 검색하고 검토하며, 이를 통해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건강 강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정의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작년까지는 14년간 한인 사회를 대상으로 월례 건강 강의를 진행해 왔고, 올해부터는 이를 질병별로 세분화하여 환자 그룹 지도를 시작했죠. 첫 프로젝트로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당뇨병을 치유하는 사람들의 모임(당치모)’을 지난 5월에 결성해 6개월 만에 제1기 수료를 마쳤고, 내년 봄에는 제2기를 시작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올해 초 케냐에서 시작한건강생활 캠프 및 의료봉사 활동은 내년 1월 필리핀을 포함해 매년 세계 각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곳을 오갔을 것 같은데 힘들지 않던가요?

 

전원생활을 꿈꿨기 때문에 밴쿠버 아일랜드에 정착했지만, 8년 반 동안 한인 사회가 있는 코퀴틀람 지역으로 2주마다 왕복하며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페리를 400번 이상 이용했죠. 시간에 쫓기며 양쪽에서 살림을 꾸려가는 일은 저뿐만 아니라 제 아내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 의사로서 한인 사회의 미래를 위해 품었던 뚜렷한 바람과 주변에서 보내준 격려가 있었기에 끝까지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평생직장 포기하고 쉰이 다된 나이에 캐나다로

 

한국의 든든한 직장을 포기하고, 캐나다에서 다시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이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어떤 운명, 혹은 종교적으로는하나님의 인도와도 같았다는 확신이 들어요. 과거 교수로 재직하며 일본과 호주에서 연수를 경험하고, 해외 의사들과의 교류를 통해세계는 하나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 처음부터 이민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물론, 평생직장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민을 고민하게 했던 이유를 오히려 삶의 목적으로 승화시킨 것이 결국 결심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50대에 의사 공부를 다시 시작한 용기가 대단하네요.

 

캐나다 의사시험에 처음 도전해 레지던트를 수료하기까지 약 5년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여러 번의 시험을 치르러 갈 때마다보호자는 출입금지입니다라는 직원의 친절한 안내조차 마음을 무겁게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외국 의대 졸업자로서 캐나다에서 의사가 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이었어요. 미국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지원 가능한 레지던트 정원이 매우 제한적인데, 이는 캐나다 정부가 5년 후 의사 수요를 예측해 의대 정원을 미리 조정해 온 정책 때문이었어요. 이로 인해 외국인은 현지 대학 출신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많은 사람들은 단념하게 되더군요. 특히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나이가 든 지원자라면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느낄 수 있죠 그러나 성경의 한 구절( 5:4)에서 말하듯,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 희망이 보일 것"이라는 신념이 중요한 힘이 되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건강은 제발 건강할 때 지키자!

 

가정의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료 가치와 철학이 있나요?

 

의사로서, 특히 일선에서 활동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진료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한 철학은질병은 예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조기진단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매일의 작은 실천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죠. 특히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이 예방 중심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민들에게도 새로운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이나 미국의 자본주의적 의료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다양한 국가의 의료 시스템(한국, 일본, 호주, 미국)을 경험하며 얻은 통찰과 최신 의학 논문에 기반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 철학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한인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건강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미국 같은 최강국조차 자본주의적 의료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역시 의료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막대한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낭비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부 교민들이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에 적응하지 않고, 간단히 한국으로 돌아가 건강검진을 받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여기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의료 시스템을 보다 객관적이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각 개인이 자신의 건강에 더 큰 관심을 가지며 작은 생활 습관 변화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인터넷에서 얻은 건강 정보(일명 ‘Dr. Google’)를 신뢰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건강은 단순한정보가 아닌, 개인의생각과 태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죠.

 

한인 사회를 위한 무료 건강 강좌를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죠? 이 자리를 빌려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현재의 생활이 10년 후 내 건강을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매달 진행하던 강의를 분기별로 전환해, 특정 질병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는 강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뇨병, 고혈압, , 우울증, 불면증 등을 주제로 삼을 예정이에요. 미리 예방하고 준비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 강의는 해당 질병에 걸린 분들뿐 아니라, 건강한 중장년층들도 꼭 참석하시길 권합니다.

 

기억에 남는 한인 환자분들과의 만남이 있나요?

 

2012년 레지던트 시절, 밴쿠버의 한 양로원에서 1주일간 근무한 경험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한국 이름이 적힌 방을 발견하고 간호사들에게 물어보니, 6.25 참전용사 출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에서 나오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모습이 마치 감옥 같은 삶으로 느껴져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한인 노인들을 위한 대규모 양로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 한인 메디컬 콤플렉스 설립이 평생의 꿈

 

검색해 보니 유튜브에 강의 영상이 많이 있더라고요

 

사실 지금까지 유튜브에 제가 직접 자료를 올린 적은 없어요. 팬데믹 이전부터 북미 여러 한인사회에서 진행한 강의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강의 자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더라고요. 현재는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건강 채널을 설립하고, 15분 정도의 짧은 강의 영상을 본격적으로 올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강의의 포맷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강의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그러나 쉽게 얻은 정보는 쉽게 잊히기도 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정보를 욕심내기보다는 본인에게 필요한 생활 습관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한 목표가 있나요?

 

내년에 본격적으로 오픈할 예정인 채널(가칭, ‘캐나다 닥터 손’)은 단순히 건강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삶에 대한 철학적 내용을 포함해 인생 전반에 대한 주제를 다룰 계획이에요 이는 사람의 생각과 인생관이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강의라도 그 사람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삶이 바뀌지 않으면 건강한 미래 역시 보장받을 수 없다는 신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채널이 지역사회를 넘어 전 세계 한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많은 이들의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항상 세 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양로원 설립, 둘째는 한인 메디컬 콤플렉스 구축, 그리고 셋째는 한인 의사를 위한 이민 및 의료 정착 원스톱 서비스입니다. 이 세 가지는 특히 캐나다 서부, BC주에서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노령화가 진행되는 한인 사회에서 의료 접근성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의 정착이 시급합니다. 특히, 한국의 의료대란과 의료비 상승으로 인해 고령층이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이 꿈들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인 사회의 각 계층이 협력하여 이러한 비전을 함께 실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관심이나 조언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제 이메일(drsohn.ys@yahoo.com)로 연락 바랍니다.

 

큰 도전을 꿈꾸는 한인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사실 한인 후배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을 포함해 캐나다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특히 외식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들도 많죠.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한인으로서 한인 사회에 대한 관심을 함께 가져주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혹시 나이나 언어가 걸림돌이라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더 넓은 시야를 갖기를 권합니다. 저 또한 레지던트 준비 기간과 수련 과정을 단순히 지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일부로 받아들이고 시작했습니다. 준비하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자격증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생은 그 자체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의 경험들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UBC 하늬바람 14기 학생 기자단

이소미 인턴기자 alohasomi@gmail.com  

김세정 인턴기자 setni4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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