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에서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은 주택. /뉴욕포스트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한 대형 산불이 말리부 지역을 휩쓸며 수백 채의 주택이 잿더미로 변한 가운데, 이 와중에도 온전한 모습을 유지한 건물이 발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12일(현지 시각) 산불 피해 속에서도 유일하게 온전히 살아남았다며 말리부 ‘기적의 집’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웃 주택들은 무너지거나 골조만 남았지만 ‘기적의 집’만큼은 멀쩡한 상태를 유지했다. 실제로 공개된 사진에는 흰색 외관의 3층짜리 건물이 불타거나 무너진 흔적 없이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주택의 주인은 변호사이자 폐기물 관리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스타이너(64)였다. 뉴욕포스트는 이 주택이 약 900만달러(약 132억원)짜리라고 보도했다.
산불 당시 스타이너는 집 안에 없었으며, 말리부가 화염으로 뒤덮인 영상을 지인에게서 전해 받고는 자기 집도 불에 탔을 거로 생각했다. 그는 “아무것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며 “내 집도 잃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집이 멀쩡하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지인들이 연기가 자욱한 잔해 가운데 등대처럼 우뚝 서 있는 스타이너 집을 보고 “당신 집이 뉴스에 다 나왔다”며 연락해 온 것이다. 슈타이너는 “아내가 오늘 아침에 ‘마지막까지 남은 집’이라고 적힌 메시지를 보내줬다”며 “힘든 순간이었는데, 이걸 보고 웃을 수 있었다”고 했다.

양옆 주택이 골조만 남거나 전소된 것에 비해 멀쩡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포스트
스타이너는 집이 대형 산불을 버틸 수 있던 이유로 견고한 방화 설계를 꼽았다. 스타이너는 집을 지을 당시 외벽 마감재로 석회, 시멘트, 모래, 물을 혼합하여 만든 스투코(stucco)를 선택했다고 한다. 스투코는 불연성 재료로 만들어져 방화 기능은 물론 단열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방화 지붕을 사용하고, 강한 파도에도 견디도록 암반 속 15m 깊이의 기반도 구축했다고 스타이너는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산불을 염두에 두고 집을 지었다”며 “고급 방화 재료를 사용했고, 주변 식물도 불에 잘 타지 않는 종류를 심었다”고 했다.
스타이너는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의 역할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관들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집을 지켜줬다”며 “그들의 헌신에 깊이 감사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약간의 피해를 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집을 잃었다. 결코 행복한 시간이 아니다”라며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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