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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치유하는 그림의 힘··· 현대인의 마음 건강 돌봐요”

김나현 인턴기자 eelinakim0112@g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1-31 09:44

미술치료 9년차 박난 심리상담사의 이야기

아트파크 심리상담소의 박난 상담사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불안과 스트레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경험이다. 하지만 거창한 심리 상담을 받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꺼려지기 마련. 요즘엔 단순히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미술심리치료’가 그 해답이 되어주고 있다. 


미술 치료는 다양한 미술 활동을 통해서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마음의 문제를 표현하고, 완화해주는 일종의 마음 표현 놀이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사의 역할이다. 


밴쿠버에도 미술치료를 결합한 상담을 통해 밴쿠버 현대인의 마음을 돌봐주는 심리상담사가 있다. 버나비 아트파크 심리상담소(ArtPark Counselling)의 박 난 심리상담사가 그 주인공. 그를 만나 그가 전하는 미술치료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미술은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빅토리아로 유학을 왔고, 이후 빅토리아대(University of Victoria)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전공과 더불어 아이들과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특수 아동들과 함께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어요.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미술치료를 하는 저의 멘토를 만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술치료 분야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죠. 이후 앨버타주 아타바스카 대학교에서 상담 심리학 석사를 취득하며 미술치료를 세부 전공으로 공부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 10년간 다양한 기관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미술치료와 상담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최근 아트파크 심리상담소(ArtPark Counselling)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빅토리아대 재학 시절, 대학교 상담 센터에서 진로 상담을 받으면서 큰 도움을 얻었던 경험이 있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상담사라는 직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죠. 어릴 때는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상담사가 적성에 잘 맞는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 후 저의 멘토분을 만나게 되어 미술치료라는 분야를 처음 접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이 분야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을 하는 동시에, 석사 과정을 온라인으로 수료할 수 있는 대학교를 찾고 있었고, 아타바스카 대학교가 밴쿠버 아트 테라피 인스티튜트(Vancouver Art Therapy Institute)와의 협업 프로그램도 제공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 고등학생 시절 적성 유형검사에서도 미술치료사가 적합하다는 내용이 있었더라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미술치료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져요.

 

한국 방송에서도 가끔 소개되는 집-나무-사람(HTP) 그림 그리기 검사를 아시나요? 그림을 그린 후 그 크기나 배치에 따라 심리적 경향을 분석하는 요법도 있답니다. 미술치료는 말 그대로 미술을 통해 심리적 어려움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치료하는 방식이에요. 전통적인 상담은 대화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미술치료는 연필, 물감, 클레이, 혼합 매체(Mixed media) 등 다양한 재료와 방법을 활용해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나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이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경험에 초점을 맞추죠. 제가 추구하는 미술치료는 미술을 통해 심리적 어려움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치료하는 방법이에요. 미술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해서, 감정을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해 드리고 싶어요.

 

미술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미술치료사가 되려면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술치료를 전공하는 석사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술치료의 이론과 기법을 배우고, 실습과 전문가의 지도 및 피드백을 통해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아야 하죠. BC 주에서 심리 상담사로 활동하려면 최소 석사 학위가 필요하고, 관련 분야로는 상담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등이 포함돼요. 이후 BC 주 상담사 협회인 BCACC(BC Association of Clinical Counsellors)에 등록해, 등록된 임상 상담사(Registered Clinical Counsellor, RCC)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클라이언트와의 만남: 관계의 시작은 신뢰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아트파크 심리상담소를 운영한 이후, 다양한 연령대의 한국 분들이 많이 찾아 주시고 계세요. 미술치료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다른 심리 상담 치료에 비해 문턱이 낮아,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합니다. 과거 실습 시절에는 초등학생, 요양원에 거주하는 어르신들, 애도 상담 센터를 찾아오시는 분들, 암 완치자 등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분들과 함께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형성 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클라이언트가 안전하고 비판받지 않는 환경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전함을 느껴야 진정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제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그게 바로 변화와 발전을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와의 신뢰를 잘 쌓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그 과정에서 진전이 없다고 판단되면 솔직하게 상담에 대한 생각을 묻고 소통하는 편입니다. 만약 저와의 관계에서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 정보들은 숨겨질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무리하게 이끌지 않고, 그들의 속도에 맞춰 목표를 함께 조정하는 편이에요.

 

주로 어떤 질문들로 상담을 시작하시는 편이세요?

 

저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면 날씨나 오시는 길은 어땠는지, 이번 주는 잘 보내셨는지 물어보면서 분위기를 풀어요. 그리고 미술치료를 할지, 대화를 나눌지 선택지를 드리는 편입니다. 경계심이 높은 청소년 클라이언트와는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을 사용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또한 제 오피스에는 피젯 토이와 간식도 준비되어 있어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이런 소소한 것들이 안전함과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더라고요.

 


◇클라이언트와 함께 성장하다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과 어려웠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클라이언트가 어려워하던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통찰을 얻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입니다. 예를 들면, 관계에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던 클라이언트가 상담이 끝날 때쯤 처음 그렸던 그림을 다시 보며 그 의미가 변화하는 순간을 경험했어요. ‘그때는 이렇게 느꼈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이 클라이언트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그런 순간마다 저 역시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반면 상담 목표가 명확하지 않거나 부모님과의 소통이 어려운 경우는 힘들어요. 특히 아이나 청소년 클라이언트의 부모님이 방어적일 때, 또는 상담을 받는 분들이 상담사의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답을 요구할 때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상담은 답을 제공하기보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잘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상담사로 활동하시면서 본인 스스로 어떤 성장을 느끼셨나요?

 

제 자신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더 늘었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접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가면서 자연스럽게 내면적인 성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면서 정말 다른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알게 되는데, 그 자체로 많은 배움이 되더라고요. 이 직업은 매번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만큼, 배우는 것이 끝이 없다는 점에서 제 자신도 계속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요.

 


◇마음의 문제도 몸의 문제처럼 받아들여야

 

미술치료사란 직업의 수요와 전망은 어떤가요?

 

미술치료는 몸과 마음의 치유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직업이라 앞으로의 수요와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심리적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접근 방식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음악치료나 동물 매개 치료처럼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듯, 미술치료 역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중요한 도구이자 치료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두려움과 오해 때문에 심리 상담을 꺼리는 한인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의 문제도 몸의 문제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심리 상담은 질병 치료처럼 누구나 필요할 수 있거든요.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가정의에게 먼저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상담은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자신에게 맞는 상담사나 상담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요즘엔 온라인 상담 같은 다양한 접근 방법도 있어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우울증 같은 증상·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겠어요. 결국, 정신 건강은 신체 건강과 같은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어떤 상담사가 되고 싶은가요?

 

저는 클라이언트들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상담사가 되고 싶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판단하지 않고 진심으로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특히, 즐거움과 창의성이 어우러지는 미술치료 같은 방식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상담이 조금 더 편안하고 재밌게 느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누구든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상담사로 성장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미술치료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고,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이 길이 잘 맞을 거예요. 중요한 덕목은 비판하지 않는 마음과 호기심을 유지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며, 동시에 자신의 감정과 업무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번아웃에 취약할 수 있는 직업이기에, 자신을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을 잘 돌봐야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 주세요.

 

UBC 하늬바람 14기 학생 기자단

김나현 인턴기자 eelinakim0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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