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해부학실험실 삶과 죽음이 마주한다
안녕하세요
깨달음을 위해 드러누운 온기를 거부한 이는 말을 아낀다
사랑받고 사랑했을 이름 모를 기증자의 차디찬 심장
생각이 버리고 떠나 향기를 잃어버린 몸
포르말린으로 취해버린 이 공간
죽은 자가 산 자를 치유한다
손에 든 메스가 죽은 자의 과거를 연다
열린 몸 안에서 상영되는 기증자의 삶
긴 하루 끝도 없이 불붙인 한 개비 담배
입술 굴뚝으로 뿜어내는 붉은 가래 연기
저 멀리 형체를 감춘 위험이
서서히 검게 그을린 폐부를 드러낸다
무균실에서 전달된 이겨낼 수 없는 무게의 선고
보이는 만큼 알아간다
떠난 몸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 이가 미소를 짓는다
척추에 전율이 흐른다
그가 입고 세상으로 온
그가 입고 세상을 떠날
마지막 옷을 한 땀 한 땀 정갈하게 이어간다
편히 가세요
무엇을 위해 살아 가는가
어떻게 죽어 가야 하는가
죽은 자의 무언의 가르침이 남은자의 냉혹한 심장을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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