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나의 골육친척인 북한 동포를 기억합시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5-01-01 00:00

<독자투고>

연길에서 온 편지

나의 골육친척인 북한 동포를 기억합시다

현재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동포들이 대략 20만명 정도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추산은 정확한 통계라 할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탈출해 나온 동기는 다양합니다. 그 동기들을 보면, 1) 굶주림에서 견디다 못하여 살길을 찾아 나온것이 대부분이고, 지극히 적은 숫자로 2) 결혼을 위해서 나오는 처녀들은 중국에 조선족들의 소개로 나오며, 3) 북한에서 문제가 있어 나오는 자들과, 4) 친척을 찾아 나오는 사람, 5) 장사차 나온 자 혹은 6) 한국으로 친척을 찾아가려고 하는 자들은 지극히 소수인 것 같습니다.
이런 탈출은 96년 이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96년 이후 김일성이 사망하고 북한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고, 흉년과 재난에 피해를 감수할 길이 없는 북한 동포들은 대대적인 탈출이 시작되었으며 97년 겨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먹을것을 찾아 나왔음을 알수 있습니다. 98년도에는 굶어죽은수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북한 내륙 지방의 생활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만 국경지대나 농촌 지역은 도시보다 굶어 죽는 율이 적다고들 합니다. 농사를 하고 있는 시기에는 몰래 논, 밭에서 개인적으로 배를 채워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허락치 않던 텃밭이나 개인적으로 개간한 밭뙤기에서 난 채소나 잡곡을 양식으로 바꾸기도 하고 시장에서 팔기도 한다고 합니다.
배급은 물론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은 도시나 농촌이나 마찬가지지만 농민들은 산이나 들에 나가 풀도 뜯고 아니면 산에 가서 나무 껍질을 벗겨 양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소나무 껍질을 많이 벗겨 먹는데 나무 껍질을 양잿물에 2일 정도 푹 담가 두어 독을 뺀후 그것을 삶아 쪄 떡처럼 만들어 먹고 있는 실정인데 당국에서는 산림보호를 위해 이마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벼를 다 거둔 후 벼포기를 일본에서 과자로 만들어 먹는다고 소문을 퍼뜨려 그것을 뽑아 먹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삭을 주어 먹기도 하는데 군인들은 애써 주운 이삭을 모조리 압수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먹을것이 없어 길거리에 쓰러져 있거나 아니면 기차 역 같은데 몰려 쭈그리고 있는 모습들을 수없이 볼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얻어 먹으려고 집집마다 방문하면 아예 문도 열어주지 않아 먹는 것은 물론이지만 마실 물도 없어 개울 물 같은 것을 마시고 전염병에 시달려 쓰러져 죽어 가는 사람 역시 적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면에 기관의 간부들이나 돈 많은 화교들이나 재일교포들은 이와같이 굶주린 중에서도 과거보다 더 부귀를 누리며 북한 일반 서민들에게는 별천지 사람들로 보여 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KBS에서 방영된 "시장마당"을 보신 줄 압니다. 이것은 머나먼 별천지의 실정이 아닌 바로 우리의 골육친척이 당면한 비참하고 가슴이 메어지는 사실들입니다. 바로 우리의 골육친척들이 버림받고 죽어가는 북조선동포들의 실정입니다. 공공단체에서 보여주는 북한 실정에 대한 사진들 중에는 '국수공장이나 빵공장'들이 많은 북한동포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이것들이 사실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러한 보고들이 사실이라면 어찌하여 그많은 꽃제비(거지 떼)떼들이 많이 있습니까? 국수공장과 빵공장이 잘 가동되고 배급이 굶주린 서민들에게 잘 된다면 어찌하여 양곡을 구하러 목숨을 걸고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을 찾는 자들이 그렇게도 많습니까?
우리는 말로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서 별로 그들의 아품을 피부로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나 탈북자들의 실토를 들으며 영양실조로 폐허된 건강 상태를 볼 때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애절한 기도의 응답으로 분명히 하나님은 우리들로 하여금 구제를 할 문을 열어 놓으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친 혈육인 북조선 동포들에게 우리 한국민족만이 할수있는 구제와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사역을 할 수 있게 하나님은 길을 열어 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북한 탈북자 사역이 저를 위하여 이 귀한 기회를 주신 줄 믿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을 위하여 이 좁은 문을 열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이 언제 없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물질적인 구제로 보여주며 하나님의 선물, 복음을 나누어주는 사역인 것 같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제가 찾아가 본 탈북자 숫자는 지극히 적습니다(제한된 시간과 환경으로). 직접 만나서 구제한 분들은 약 150여명에 불과합니다. 물론 찾아보지 못한 동네와 지역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거절당한 적이 없습니다. 현재까지는 3개지역 부분으로 나누어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두만강변 지역에서 양곡을 구하러온 탈북자들을 도와주면 이들은 2-3일 내로 귀가합니다. 북조선으로 소지하고 귀가 할수있는것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우선 약 15Kg의 양곡과 돈입니다.
둘째로는 잠시동안 중국에 와서 돈을 마련하여 가족을 살려보려고 한 것이 구호를 얻지 못하고 돈을 벌려고 쫓겨다닌 것이 수개월이 지나 귀가도 못하고 애절한 형편에 처한 탈북자(15세~50세)들입니다. 이들에게 우리가 우선 유숙할 곳을 마련하여주고 일할수 있는 것을 찾아주고(거의 없음) 건강을 회복하여 준비되는대로 귀국(북한)시키는 사역입니다. 이들이 바로 북한의 굶주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며, 물론 귀국하려면 적어도 1명당 $100이상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곳은 어린이(6세-14세)들을 위한 유숙소로 매일 중국어와 수학을 가르쳐 이것이 소규모의 "비밀 고아원"이 되겠습니다. 우선 어린이 양육 자와 중국어 선생을 쓰고 있습니다.
셋째로는 탈북자 가족 돕는 일입니다. 굶주림에 견디다 못하여 가족이 탈북한 가정도 있지만 먹을것을 구하러 집을 나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혹은 부인을 찾아 나온 것이 기적적으로 남편을 혹은 부인을 만나 자녀들을 데려오고 혹은 데리고 오다 잃어버리고 가슴아파하는 부모님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중국땅에서 이분들이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중국사람들이 버린 일들, 누추한 삯 일을, 그것도 숨어서 해야 합니다. 나라도 없고 거처도 인정되지 않아 숨어사는 이 탈북자들을 도우며 양육한다는 자체가 기적입니다.
한 가정을 돕는 경비는 한 달에 평균 약 $100 정도입니다.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한 부인들은 뜨개질을 시작하였습니다. 또 한 가정은 삼륜차를 사주어 쓰레기 줍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분들이야 말로 때가 되면 북조선으로 귀가하실 선봉자들이며 북한에서 굶주림에서 허덕이는 분들을 도울 수 있는 분들입니다.
이는 우리 한국민족에게만 주신 하나님의 구제 사업인 것 같습니다.
두만강 물에 발을 적시며 건너가서 굶주린 내동족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애절하나 건너지 못하는 나, 우리들의 혈육친척이 굶주림과 기갈 중에 있는 조국 땅을 몇발자국 앞에 보고 있는 나의 심정은 '바울 선생님의 애절한 기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이 지구상에 그 어느 민족보다 영리하고 재간 많고 도둑질과 사기를 치라고 해도 둘째로 가기를 싫어하는 우리 민족이 굶어 죽어간다니 웬말입니까? 어찌하여 내 친 혈육친척이 그 어느 나라나, 민족이 당해 본 일이 없는 오랜 기근과 철의 장막 속에서 허덕이고 있건만 모두가 다 외면만 하고 있습니까? 힘이 없고 부족한 한국인만이 두만강변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가슴아픈 조국 땅만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듯 합니다. 이제는 울만큼 울었건만 이 못난 눈에는 눈물이 끊일 줄을 모릅니다.
영양실조로 중환자가 아닌 북한동포는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폐허된 몸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 왔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아울러 이분들의 정신상태는 그 어느 사회에도 적응할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와같이 폐허된 우리의 골육친척인 내 동포를 그 누구보고 구제하라고 하겠습니까? 이분들에게는 거창한 교회 건물이나 구호소가 필요치 않습니다. 이분들은 당장 죽음에서 살려내야 합니다. 거처가 없이 쫓기며 숨어서 살고 있습니다. 먹을 것이 없습니다. 이 추운 엄동설한에도 덮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습니다. 이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철의 장막 속에 인질로 잡혀있는 우리의 혈육친척을 구제하는 일도 숨어서 비밀리에 해야 합니다.
【연길에서 이강주 올림】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