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록키 산맥의 아브라함 호수는 인공호수지만, 겨울이 되면 마치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처럼 변한다. 물속에서 분출된 메탄가스가 얼어붙으며 형성되는 기포들은 투명한 얼음 속에 갇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모습을 내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2023년 4월, 나는 처음으로 아브라함 호수를 찾았지만, 영하 16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대했던 얼음 속 거품은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인터넷에 찾아보니, 거품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최적기는 1월 말에서 2월 초였다. 나는 너무 늦게 찾아왔던 것이다. 첫 번째 시도는 그렇게 허망하게 끝났다.
2024년 1월, 나는 다시 한 번 도전했다. 이번에는 캘거리 사진클럽 회원들과 함께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하기 전날 내린 폭설이 호수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아무리 눈을 쓸어내도 거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번째 도전 역시 실패였다.
세 번 째는 달랐다. 이번에는 반드시 원하는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철저히 준비했다. 한 달 전부터 숙소를 예약하고, 날씨를 점검하며 계획을 세웠다. 영하 10도의 기온이 유지되길 바라며, 눈이 내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출발 이틀 전, 눈 예보가 떠서 숙소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큰 눈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혹독한 한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머물 나흘 동안의 기온은 영하 27도에서 30도, 체감온도는 영하 35도에서 37도에 달했다.
2025년 1월 31일 밤 9시, 나는 사진 동료들과 함께 밴쿠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코퀴할라 고속도로에 눈 폭풍이 있었고, 제한속도 120km의 도로에서 우리는 60-70km로 속도를 줄이며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자정을 지나 메릿(Merritt)에서 주유를 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려고 맥도널드에 들렀지만, 매장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구글 맵이 예상치 못한 경로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레벨스톡(Revelstoke)과 골든(Golde)을 지나는 원래의 길이 도로 통제로 막혀버린 것이다. 결국 우리는 에머럴드 호수 촬영 계획을 포기하고, 자스퍼(Jasper)를 거쳐 아브라함 호숫가 숙소로 직행하기로 했다. 눈보라를 헤치며 16시간의 운전 끝에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거품을 찾기 위해 호수로 향했다. 그러나 작년에 촬영했던 장소는 얼어붙은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절벽처럼 변해 있었다.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너무 미끄러워 내려갈 수 없었다. 결국 다른 지점으로 이동해야 했다.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거품이 있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얼음 속을 들여다보았다. 층층이 얼어붙은 기포들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탑을 쌓아 올린 모습이었다. 직접 마주한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이 새어 나왔다. 드디어, 이번에는 거품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을 만났다.
그러나 시련은 계속되었다. 다음 날 새벽, 다시 촬영을 나갔지만, 하늘은 흐리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눈을 쓸어내도 강한 바람이 다시 덮어버렸다. 또한 극한의 추위 속에서 촬영은 쉽지 않았다. 빛이 부족해 원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어려웠지만, 나는 아침저녁으로 끈질기게 촬영을 이어갔다. 거품을 앞에 두고 산을 배경으로 한 넓은 구도의 사진과 거품에 집중한 디테일 샷을 찍었다.
그 다음 날도 최저 기온은 영하 30도, 체감온도는 영하 37도였다. 겨울 장화 속 핫 팩도 한 시간이 지나자, 소용이 없었다. 손을 5초만 장갑 밖으로 꺼내도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셔터를 한 번 누르고 나면 몇 분 동안 손을 녹여야 했다. 순간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런데도 계속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내가 원했고, 내가 사랑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태양이 대지 아래에서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눈 덮인 산 너머로 퍼지는 황홀한 빛이 차가운 공기 속을 가로질렀다. 그 순간, 모든 고통과 피로가 보상받는 듯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끝에서 희열이 전해졌다. 긴 여정의 고통도, 혹독한 추위도, 이제는 모두 의미가 있었다. 남은 것은 오직 자연의 위대함과 그것을 담아낸 사진들 뿐이었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촬영을 넘어선 것이었다. 나는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웠고,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법을 깨달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때로는 계획을 수정해야 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 기다림 끝에, 나는 마침내 얼음 속에 갇힌 시간을 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자연은 언제나 위대했고, 나는 그 앞에서 또 한 번 겸허 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위대한 순간을 다시 찾아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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