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세 번째 도전, 그리고 혹독한 자연과의 싸움

박광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3-28 16:13

박광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록키 산맥의 아브라함 호수는 인공호수지만, 겨울이 되면 마치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처럼 변한다. 물속에서 분출된 메탄가스가 얼어붙으며 형성되는 기포들은 투명한 얼음 속에 갇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모습을 내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2023년 4월, 나는 처음으로 아브라함 호수를 찾았지만, 영하 16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대했던 얼음 속 거품은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인터넷에 찾아보니, 거품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최적기는 1월 말에서 2월 초였다. 나는 너무 늦게 찾아왔던 것이다. 첫 번째 시도는 그렇게 허망하게 끝났다.
2024년 1월, 나는 다시 한 번 도전했다. 이번에는 캘거리 사진클럽 회원들과 함께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하기 전날 내린 폭설이 호수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아무리 눈을 쓸어내도 거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번째 도전 역시 실패였다.
세 번 째는 달랐다. 이번에는 반드시 원하는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철저히 준비했다. 한 달 전부터 숙소를 예약하고, 날씨를 점검하며 계획을 세웠다. 영하 10도의 기온이 유지되길 바라며, 눈이 내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출발 이틀 전, 눈 예보가 떠서 숙소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큰 눈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혹독한 한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머물 나흘 동안의 기온은 영하 27도에서 30도, 체감온도는 영하 35도에서 37도에 달했다.
  2025년 1월 31일 밤 9시, 나는 사진 동료들과 함께 밴쿠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코퀴할라 고속도로에 눈 폭풍이 있었고, 제한속도 120km의 도로에서 우리는 60-70km로 속도를 줄이며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자정을 지나 메릿(Merritt)에서 주유를 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려고 맥도널드에 들렀지만, 매장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구글 맵이 예상치 못한 경로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레벨스톡(Revelstoke)과 골든(Golde)을 지나는 원래의 길이 도로 통제로 막혀버린 것이다. 결국 우리는 에머럴드 호수 촬영 계획을 포기하고, 자스퍼(Jasper)를 거쳐 아브라함 호숫가 숙소로 직행하기로 했다. 눈보라를 헤치며 16시간의 운전 끝에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거품을 찾기 위해 호수로 향했다. 그러나 작년에 촬영했던 장소는 얼어붙은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절벽처럼 변해 있었다.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너무 미끄러워 내려갈 수 없었다. 결국 다른 지점으로 이동해야 했다.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거품이 있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얼음 속을 들여다보았다. 층층이 얼어붙은 기포들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탑을 쌓아 올린 모습이었다. 직접 마주한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이 새어 나왔다. 드디어, 이번에는 거품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을 만났다.
  그러나 시련은 계속되었다. 다음 날 새벽, 다시 촬영을 나갔지만, 하늘은 흐리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눈을 쓸어내도 강한 바람이 다시 덮어버렸다. 또한 극한의 추위 속에서 촬영은 쉽지 않았다. 빛이 부족해 원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어려웠지만, 나는 아침저녁으로 끈질기게 촬영을 이어갔다. 거품을 앞에 두고 산을 배경으로 한 넓은 구도의 사진과 거품에 집중한 디테일 샷을 찍었다.
그 다음 날도 최저 기온은 영하 30도, 체감온도는 영하 37도였다. 겨울 장화 속 핫 팩도 한 시간이 지나자, 소용이 없었다. 손을 5초만 장갑 밖으로 꺼내도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셔터를 한 번 누르고 나면 몇 분 동안 손을 녹여야 했다. 순간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런데도 계속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내가 원했고, 내가 사랑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태양이 대지 아래에서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눈 덮인 산 너머로 퍼지는 황홀한 빛이 차가운 공기 속을 가로질렀다. 그 순간, 모든 고통과 피로가 보상받는 듯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끝에서 희열이 전해졌다. 긴 여정의 고통도, 혹독한 추위도, 이제는 모두 의미가 있었다. 남은 것은 오직 자연의 위대함과 그것을 담아낸 사진들 뿐이었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촬영을 넘어선 것이었다. 나는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웠고,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법을 깨달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때로는 계획을 수정해야 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 기다림 끝에, 나는 마침내 얼음 속에 갇힌 시간을 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자연은 언제나 위대했고, 나는 그 앞에서 또 한 번 겸허 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위대한 순간을 다시 찾아 나설 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남은 날들의 축복 2025.03.28 (금)
  할머니가 울고 있다. 하얀 눈밭 속에서. 검은 연기는 하늘로 오르고, 그 밑엔 떠나간 할아버지의 옷들이 재가 되어 흩어진다. 김광석의 ‘60대 부부 이야기’가 잔잔히 흐르고 생전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조각조각 스쳐 지나간다.   하루 종일 할머니의 쓸쓸한 뒷모습이 망막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영상 때문이었다. 10년 전에 방영된 89세와 98세 노부부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민정희
설야(雪野) 2025.03.28 (금)
온 세상 하얀데산도 들도 나무도온통 하얀데덮어도 덮어도칠해도 또 칠해도검기만한 이 내 몸저 설야(雪野)마구 뒹굴면행여라도 희어질까저 흰 눈먹고 또 먹으면검은 속이 씻어질까설야에 묻쳐 비오니백설(白雪) 되게 하소서이 몸도 마음도모두 다순백(純白) 되게 하소서
늘샘 임윤빈
   록키 산맥의 아브라함 호수는 인공호수지만, 겨울이 되면 마치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처럼 변한다. 물속에서 분출된 메탄가스가 얼어붙으며 형성되는 기포들은 투명한 얼음 속에 갇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모습을 내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2023년 4월, 나는 처음으로 아브라함 호수를 찾았지만, 영하 16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대했던 얼음 속 거품은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인터넷에...
박광일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나무 그늘에 앉아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정호승
아우 2025.03.24 (월)
어렴풋한 어릴 적 기억 속 아우의 조그마한 얼굴이 보인다. 너무 허약한 체질이어서 나이가들도록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채 간신히 기어 다니기만 하였다. 한참 후 동네 어른들의 훈수에따라 개울을 뒤져 개구리를 잡아 구워 주었는데 특효약이 되었는지 걷기 시작하였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며 형편과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살갑지 못한 형이었다. 캐나다에도착하여 얼마 되지 않아 과자를 유난히 좋아하던 50이 넘은 아우에게 과자 사 먹으라...
박혜경
잃어버린 봄 2025.03.24 (월)
병원을 오가며 반기던 하얀 목련희망이고 환희이고새 생명 같았던 나의 봄먼 길을 돌아오다어쩌면 길을 잃어버린 걸까기다림의 세월1년설렘으로 보낸 또 다른 1년그리고 다시 인고의 시간 1년이제나 저제나그 지난한 세월 속에서애가 닳고 닮아가슴엔 재만 남을 지경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몸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참 험난한 길이다그래도 애써 쓴웃음으로세월에 묻어야 한다는 마음에난 점점 안절부절이다봄이 오면 좋아질 거라는그 믿음그 소망그...
나영표
견디는 나무                                                                         김윤희  차선을 너머 문득 눈에 들어온이름모를 나무들전시물도 장식품도 아닌데몇백년,몇십년의 세월동안그 자리에 우뚝 서 있구나 마른가지에 잎새의 옷을 걸쳐풍성해 보이기까지 오랜 인고의 시간옆에서 너와 정답게 소곤되던...
임현숙 외 1인
                                                   미망인                                                                                      김 아녜스(Agnes Kim) 봄인가? 창밖에서 나풀거리는 하얀 꽃잎의 잔잔한...
김 아녜스(Agnes Kim)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