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사랑 이야기

예종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4-25 15:59

예종희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여기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먼저 한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한 남자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둘은 서로 사랑에 빠졌다. 처음에 남자는 여자에게 많이 의지했다. 다행히 여자는 그런 남자를 잘 받아주었고 결국 둘은 뜨겁게 사랑에 빠졌다. 그러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남자의 사랑이 먼저 식었다. 원래 남자는 목표지향적이라 직진 성향이 있어서 일단 한가지가 성취되면 그 성취에 만족하며 머물러하기 쉽지 않은 데다가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 한번 움직인 사랑은 더 젊고 새로운 여자에게로 향했다. 한번 움직인 사랑이 화살로 변해 다른 여자에게 가서 꽂혔고 남자는 젊고 새로운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남자에게 이미 다른 여자가 있음을…. 이제 기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되었다. 한편, 사랑하던 남자가 떠나간 그전 여인의 마음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그 마음은 배신감과 상실감으로 너덜너덜해져 점점 얌전한 좀비가 되어갔다. 독점했던 사랑을 빼앗긴 마음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런 여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로운 사랑은 점점 커져 드디어 한 아기가 태어났다. 하지만 둘은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다. 혼자가 되어 가난해진 남자를 만난 새로운 여자도 넉넉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 둘은 아기가 태어나자 더 가난해졌고 이제 둘이서 아기를 돌보느라 그들의 삶은 점점 야위어갔다. 바로 이때 과거의 여인이 그들 앞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비록 자신의 몸으로 낳은 아기는 아니지만 헌신적으로 그들을 도와 아기를 함께 돌보았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사랑으로 그들의 삶을 응원하였다. 남자는 이제 마음 놓고 사냥에 전념할 수 있었다. 아기가 점점 커가면서 그 집에는 이제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 여자의 헌신적인 사랑이 새로운 가족을 살렸다..
 

  사실, 이 희생적인 삼각관계 사랑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그전 헌신적인 여인의 이름이 어머니. 남자의 이름을 아들. 새로운 여자를 며느리라고 하면 말이다.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이 이야기의 기묘한 삼각관계는 호모사피엔스의 오래된 생존 방식이자 우리 모두의 과거 이야기이다. 나약하고 머리만 큰 미숙아 사피엔스 아기는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관계망을 형성해 개인으로는 약했던 인간이 가족이라는 조직을 꾸며 생존력을 극대화했다. 그 안에서 서로 어려움을 공감하고 책임을 분담하여 나누어지고 협동하는 감정의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훈련하며 함께 돕는 감수성이 단련되었다. 그 헌신하는 감수성이 조직의 기본 틀을 형성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공동체의 기반이 되었다. 관계의 바탕인 사랑이 인류를 지금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속도와 범위에서 변화는 이제 무서울 정도로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돈은 있어도 작은 컴퓨터 화면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나 먹을 음식 시키기도 쉽지 않다. 뭐 먹을까 결정도 쉽지 않은데 산 하나 넘었더니 또 다른 산이 버티고 서있다. 간단한 은행 업무나 영화 하나를 보려 해도 스마트폰의 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일상이 진행이 안 된다. 이리저리 헤매다 갑자기 나만 바보가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 상황에서는 나 하나 제대로 정신 차리기도 쉬운 게 아니다. 예전엔 불의를 보면 참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나의 불이익을 보면 참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자아는 점점 비대하게 발육되어 자아 과잉이 되고 혹시나 하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눈과 뇌는 유튜브에 혹사당한다. 변화에 뒤쳐지지 않고 새로운 핵 개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기 계발. 평생학습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구글과 유튜브는 과외선생님이자 나의 신으로 등극하고 결국 혼란에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불안해졌다. 대신에 수많은 재미와 쾌락들이 밤하늘의 별빛처럼 시장에서 불안하게 반짝인다. 돈만 있으면 매 순간순간이 자유이니 이제 자유는 멀리 있지 않다. 구매력이 나의 자유이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재미는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으니. 이제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을 움직여 새로운 쾌감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재미가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노잼, 즉 재미없음은 기피대상이 되고 잘게 토막 난 시간은 짧고 강력한 재미로 그 틈을 남김없이 채운다. 자신에게 써야 할 넉넉하고 느슨한 긴 시간은 이제 조각조각 쪼개져서 순간순간의 쾌락으로 채워지고 긴 시간 안에서만 단련되는 성찰의 힘은 약해져 이제는 작은 스트레스에도 시달리는 연약한 영혼들이 번민과 고통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이제는 시간이 돈보다 더 중요해진 시대이다. 시간이 없다면 돈도 필요 없다. 쾌감의 경험도 시간이 있어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 또는 가족과 함께 그 순간을 공유할 수 없다. 그 함께하며 공유했던 희로애락 기억이 없다면 지금 함께 있어도 나눌 수 대화가 별로 없다. 공유한 과거가 없으니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걸 손에 쥐어도 함께 할 시간이 없다면 미래도 없지 않겠는가?
 
  지금은 사랑하기 힘든 시대이다. 일단 돈이 없으면 사랑하기 쉽지않고 누구를 위한 헌신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랑할 대상이 너무 멀리 있다면 여러모로 복잡해진다. 효도하고 싶어도 부모님이 태평양 건너에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효라는 가치는 시간과 공간의 통제가 어느 정도 전제된 가치이기 때문이다. 시공간에 변화가 생기면 중요함의 우선순위. 가치체계도 변하기 마련이니 사랑의 가치도 변했다. 바빠지면서 급한 일들과 스트레스의 상처에 위로받기 위한 자극적인 쾌락이 많아졌고 반대로 과거에 흔하던 헌신적인 사랑은 이제 희소해졌다. 이제 사랑은 조각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돌아오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만을 그리워하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랑은 무시하기 쉽다. 하지만 오늘날 흔한 사랑은 웃음과 작은 일에 감사하는 태도로 일상에 스며들어 섞여 있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 기다림과 불쾌함을 견디는 인내의 마음에 조각난 사랑이 숨어있다. 그래서 소통 방법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현재에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화는 쉽지않다. 원래 사랑이 쉬운 게 아니었으니 그런가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내가사월에 태어났다면,그리고 내 이름이사월이었으면, 했어.(I wish my name was April)한 주 전 가득 피었던 흰 목련그 빛이 그리워 서두른 걸음 길이미 온 데 없이 가버린 날들에너덜너덜 흐트러진차마 주워 담지 못할 마음정처 없는 길모퉁이에 돌아서서-칠월에 태어난 여자애들이 부러웠었어.그때의 그 횡단보도에 선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도 해간신히 울음 삼킨 발걸음모든 꽃들이한시에 피지 않는다는 것에얼마나 안도했던지각자의 때가 있다는...
이인숙
사랑 이야기 2025.04.25 (금)
  여기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먼저 한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한 남자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둘은 서로 사랑에 빠졌다. 처음에 남자는 여자에게 많이 의지했다. 다행히 여자는 그런 남자를 잘 받아주었고 결국 둘은 뜨겁게 사랑에 빠졌다. 그러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남자의 사랑이 먼저 식었다. 원래 남자는 목표지향적이라 직진 성향이 있어서 일단 한가지가 성취되면 그 성취에 만족하며 머물러하기 쉽지 않은 데다가 사랑은 움직이는...
예종희
툭하면 딜레이드(delayed) 아니면 캔슬드(canceled)라는 볼멘소리에 정 힘들면 돌아오라는 말이돌아온다. 남편도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몇 주간 지속된 주제에 오늘은 유독 대화의 끝맺음이유쾌하지 않다. 창문 넘어 분홍 벚꽃은 이미 파릇파릇한 이파리에 자리를 양보한 지 오래인데 창문너머 멀리 설산은 그대로다. 잠시 감흥 없이 바라보다가 우울함에 무게가 있다면 더해진 듯 솜뭉치 같아진 몸을 일으킨다.도시락통을 펼치며 한국에선 전혀 하지...
권애영
초파일 무렵 2025.04.25 (금)
씨 나락 덮은 솔가지 위로푸른 곡우(穀雨)비 지나고 구름 흐르는 자리마다다투어 화안히 꽃들이 피어날 때 초파일로 가는 신작로 길가로수에 오색의 고운 연등지혜와 자비의 불 밝히고 마음 놓고 서로사랑할 수 있는 우리의 한 세상새들이 힘차게 날아오르는데 써래질이 끝난 무논에서개구리의 합창이 요란하다
임완숙
사랑의 저 편 2025.04.18 (금)
               시인의 방에 알 전등이 꺼지고               구 시대의 유물 같은 나의 시들은               잠이 든다               꽃 한 송이 값도 못되는 내가               꽃이 되어 네 곁에 누워본다               잠 들기엔 너무나 아까운 저기             ...
김영주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비록 비가 잦은 계절이지만, 햇살만 비추면 여지없이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일할 때는 늘 자동차를 몰고 다녀서 자전거가 눈에 띄지 않았다.  취미나 스포츠를 즐길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은퇴를 하면서 자전거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온 세상이 기지개를 펴고, 살아 숨쉬는 것들이 초록 생명을 뿜어내고 있다. 나무가 새순을 톡톡 밀어내고, 화단에는 녹색 단검들이 솟아나고...
양한석
반가부좌를 틀고 바다와 마주 앉으면 마음 안쪽에도 수평선이 그어진다. 수평 구도가 주는안도감 덕분인가. 흐린 하늘에 부유하는 각다귀 떼 같은 상념들이 수면 아래 잠잠히내려앉는다. 바다빛깔이 순간순간 바뀐다. 이 바닷가 어디쯤에 창 넓은 집 하나 지어 살고싶다는 내 말에 섬에서 태어난 토박이 지인이 웃었다. 바다를 노상 보라볼 필요는없어요. 생각날 때 고개를 넘어 달려가 안겨야 애인이지 같이 살면 마누라가되어버리잖아요. 그럴...
최민자 
젊은 날 최전방 백암산 중턱에서 만난 불에 탄 주목과 구상나무의 그루터기들, 살아 천년죽어서 천 년을 버텨오며 옹골찬 기개로, 선 굵은 삶을 살았던 주목과 구상나무에게서 늘푸름과 꼿꼿함을 배운다. 전쟁의 포연 속에 육신을 불태웠어도, 꿈틀거리며 밀려오는 혹독한 칼바람에도, 자신을이겨내고 그루터기로 살아남은 홀연한 기개, 세상의 어느 누구도 뿌리로 이어지는 강인한삶의 의지를 꺾지는 못하였으리라. 다시 덕유산 향적봉에서...
이상목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