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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 무슨 일? 끝없이 번지는 '시진핑 실각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7-03 09:36

'확대 브릭스 정상회의' 주도해놓고
시진핑, 13년 만에 처음으로 불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UN Geneva Flickr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17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 질서에 맞서는 ‘반서방 국가 연합’ 성격의 브릭스의 결성부터 운용을 주도해온 실질적 ‘호스트국’이다. 이 때문에 중국 주석은 2009년 브릭스 출범 이후 정상회의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고, 시진핑도 주석 취임 후 작년까지 12년 연속 ‘개근’(2020~22년은 코로나로 화상회의)했지만 이번에 처음 불참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해외에 체류 중인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중심으로 유포된 ‘시진핑 실각설’과 맞물려 중국 권력 내부에 이상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2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리창 국무원 총리가 5~8일 브라질을 방문해 17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는 인터넷 매체들은 “시 주석이 최근 1년 새 브라질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났기에 브라질 방문을 포기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혹이 잦아들지 않는 것은,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가 중국 주도로 회원국·파트너국을 20국으로 늘린 이후 첫 정상급 회합이라서 시 주석의 불참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줄곧 5국(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체제를 유지하던 브릭스는 작년부터 이란·UAE·이집트·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 등 회원국 5국과 파트너 10국을 받아 이번에 ‘상견례’를 할 예정이었다. 게다가 올해 미국발 무역 전쟁이 고조되면서 시 주석이 브릭스 회의를 무대 삼아 ‘탈(脫)달러 연대’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진핑이 다 차려진 밥상을 마다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장기간 국내를 비우기 힘든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다음 달 열릴 가능성이 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앞두고 시진핑이 권력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는 추측이 특히 힘을 얻는다. 4중전회는 당내 권력 구조를 다시 그리는 핵심 회의로 여겨진다.

일부 미국 인사들은 보다 급진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은 최근 X(옛 트위터)에 “중국에서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레고리 슬레이턴 전 주버뮤다 미국 대사는 뉴욕포스트에 “8월에 시 주석이 건강 문제로 4중전회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시진핑의 인민해방군 최측근인 허웨이둥과 먀오화가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진핑 실각설에 무게를 실었다. 또 지난달 23일 후춘화 부주석이 정치협상회의의 행사를 주재하고, 같은 달 딩쉐샹 부총리가 러시아에서 푸틴과 회담한 사실도 외신에서 주목받고 있다. 평상시라면 시 주석이 직접 뛸 자리에 ‘대타’가 나선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다만 실각설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반박도 많다. 지난달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는 “시 주석은 경제·군사·외교 수단을 모두 장악하고 있기에 중국의 장기 목표들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올해 세 차례 해외를 다녀왔고, 중앙정치국 집단 학습(6월 30일)과 중앙재경위 회의(1일)도 직접 주재했다. 중국은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리는 7일 베이징에서 ‘항일전쟁 발발 88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계획인데 이때 시진핑이 내부 결속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시 주석의 브릭스 불참이 외교적 계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체포 영장이 브라질에서 집행될 가능성 때문에 회의 현장 참석을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브릭스 무대에 등장할 경우 중국이 ICC 결정을 묵인하고 러시아와 거리를 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규 회원국인 이란을 지지해야 하는 자리에서 불가피하게 이란·이스라엘 분쟁에 휘말릴 상황을 회피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문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흥 경제국들의 협의체 이름. 미국과 서방 중심 국제 질서의 ‘대안 체제’를 표방하며 2009년 BRIC으로 출범했고 이듬해 남아공이 합류했다. 이어 이란·이집트·아랍에미리트·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 등 5국을 추가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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