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 막는 주범··· 처리 비용 부담에
2017년 논의 무산됐다가 재추진 성공
2017년 논의 무산됐다가 재추진 성공
밴쿠버시(City of Vancouver)가 신규 주택에 싱크대 음식물 분쇄기(가버레이터·Garburator) 설치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의회는 지난 9일(수) ‘배수구로 흘러가는 자원: 싱크대 음식물 분쇄기 퇴출’(Pulling the plug on In-sink Garbage Disposal)이라는 제목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해당 조치는 새로운 주거용 건물에 음식물 분쇄기 설치를 금지하는 것으로, 밴쿠버시의 음식물 폐기 방식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이번 조치는 녹색당 소속 피트 프라이(Fry) 시의원이 주도했으며, 점점 커지는 하수처리 비용과 ‘팻버그’(fatberg·기름과 음식물 찌꺼기가 굳어 형성된 거대한 덩어리)의 발생에 대한 우려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논의는 한 주민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프라이 시의원에 따르면, 한 아파트에서 세입자가 음식물 분쇄기에 기름, 채소 등 각종 음식 찌꺼기를 무분별하게 처리하다가 하수관을 막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인근 세대까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해당 단지 전체가 보험료 인상 등의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문제는 공동체 전체의 이슈로 확산됐다.
이후 프라이 의원은 관련 문제를 본격적으로 조사했고, 밴쿠버시가 이미 2017년에도 음식물 분쇄기 금지를 논의한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무산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이제는 하수처리 비용이 너무 커져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음식물 분쇄기는 편리한 주방 설비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쇄된 음식물은 하수도로 직행하면서 기름 성분과 결합해 ‘팻버그’를 형성하고, 이는 하수관을 막는 주범이 된다. 프라이 의원에 따르면, 메트로 밴쿠버는 이 팻버그 제거에만 연간 270만 달러(약 39억 원) 이상을 쓰고 있다.
여기에 음식물 유기물 자체도 하수처리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체 배설물이나 화장지와는 달리 분쇄된 음식물은 자연 분해되지 않으며, 별도의 필터링 과정이 필요하다. 미세플라스틱, 메탄가스 배출, 그리고 향후 100억 달러에 달하는 아이오나섬(Iona Island) 하수처리장 업그레이드 계획까지 겹치며, 전체 처리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프라이 의원은 “이제는 ‘편리함이 항상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다’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할 때”라며, “실제로 음식물 분쇄기를 사용하는 주민은 극소수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비용은 모든 시민이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이번 음식물 분쇄기 설치 금지 조치의 정확한 시행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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