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숫돌은 아버지의 사원이었다
늘 마음을 다스리고 벼리시던 집,
세상이 거꾸로 돌아갈 때나
하늘이 내려앉을 때에도 아버지는 침묵으로
한숨과 분노를 갈았다
그러나 그 사원이 다 닳아질 때까지
아버지의 한숨과 분노는 날이 서지 않았다
아니, 날을 세울 수가 없었다
등 뒤로 혁명처럼 돌아앉기만 했던 두 세 번의 정변,
이데올로기의 한복판에서 좌로 우로 바람이 불었다
혁명의 칼날 앞에서는 등 뒤에 비수가 꽂혔다
더 이상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숫돌도 정의도 날을 세울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사원은 그렇게 주저앉았다
지구 밖으로 내던져진 아버지는 그렇게 갔다
그렇게 지워지고 말았다
까만 하늘에는 명명할 수 없는 조기가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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