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평론> 교집합 A와 B-김기택 시인의 사물주의의 시 세계

이명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11-07 16:45

이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사물주의 시에 대한 근원과 정의
 
 ‘물과 대화를 나누었더니 반응했다. 밥에게 미움을 주니 까맣게 썩고, 사랑을 주니 흰밥 그대로였다.’ 이런 파장 연구는 옛날 같으면 귀신 씻나락 까먹을 일인데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또한, 신이 창조한 생물 외에 물질도 기운과 정체성이 있다는 걸 중세 시인들의 시에서 읽어볼 수 있다.
 
 인류에 기여한 사물의 존재를 인식하려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본질주의]에 근거해야 한다. ‘본질주의는 이론적으로 하나의 인식 대상이 해당 종류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필히 부합해야 하는 일련의 성격(본질)을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철학적 논쟁에 중점을 둔 신념과 실천이다.’
 
 사물에 관심이 커진 인문학자, 철학자, 시인들은 물질의 본질을 인정하고 물질이 인간에 귀결됨을 증명하기 위해 이론을 구축한다. ‘컴퓨터, 스마트 폰, 옷, 신발, 자동차 등. 사물과의 관계는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 중요성을 통찰하고, 그것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주목한 것이 신유물론’인데, 그것은 인간과 밀접한 물질을 시의 소재로 쓴 현대시에서 알 수 있다.
 
*김기택 시인의 시 세계
 
 김기택 시인은 현대 시인이며 대학에서 시론 강의에 열정을 다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 세계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공손하며 반듯하다. 고지식한 교수는 늦깎이 작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감정에 솔직한 시인의 시작법이 제자들과 통했다고 할까. 현대 시는 장르를 뛰어넘어 초현실적이거나 감각적 언어가 주류를 이루어 주제 파악이 난해한데, 김기택 시인의 시는 인간과 사물의 공존을 친근하게 묘사해 주제 파악이 용이하다.
 
 ‘그의 시에서 사물은 일상 세계의 도처에서 출현하며 일상의 삶 자체를 개진한다. 사물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삶의 사태에 참여한다. 인간의 삶은 사물과 함께 사물 안에서 사물을 통하여 전개된다.’         송승환-시인, 문학평론가
 
 시인과 세대의 시작법은 반비례한다. 첨예하고 복잡한 시를 이해하는 것보다 김기택 시인의 삶을 엿보는 게 나에게 위로가 된다. 시인은 우월감에 도치되는 법이 없고, 문학과 사적인 일에 선을 긋고, 원칙을 고수하며 융통성이 없는 성품이어서 감각적 시보다 사실적 시가 시인과 걸맞다. 계산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시인의 자필 시집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에서 열반의 정서를 보았다.
 
 -생명보험-
 
병원마다 장례식장마다 남아도는
죽음,
밥 먹을 때마다 씹히고
이빨 사이에 고집스럽게 끼어 양치질
해도 빠지지 않는 죽음이
오늘 밤은 형광등에 다투어 몰려들더니
바닥에 새카맣게 흩어져 있다
 
삶은 언젠가 나에게도 죽음 하나를
주리라
무엇이든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내 두
손은
공짜이므로 넙죽 받을 것이다.
                    시집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에서 -2015년 6월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육 필 시집은 민 낯과 같다. 시집에서 시인은 고백한다. ‘나의 불구성을 상상력을 통해 견딜 만하고 놀만한 것으로 변형한 체험은 이후로도 계속 내 시에 남아, 내 더듬이로 하여금 내 생활이나 몸이나 주변 사람들이나 동물이나 사회제도 속에서 끊임없이 불구성을 찾아다니게 했던 것 같다.’
 
 시인의 시 세계는 현실과 밀접하다. 세상에는 특별한 사람보다 평범하고 불행한 사람들이 더 많다. ‘생명보험’에서 공짜라 남아도는 죽음조차 두 손으로 넙죽 받고 싶은 겸손함. 시인의 언어는 부르주아들의 언어보다 불우한 환경으로 고통스러워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맞춤형이다. 이는 몸소 겪은 고통을 사물과 인간에게 동일한 눈높이로 시를 썼기 때문이다. 시인이 선택한 시구는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니다. 시인의 눈물과 아픔으로 만든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업장을 시에서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자운영 2026.10.30 (금)
논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와 있는 것이 있다 나는 아직 닿지 않았는데 향기가 먼저 나를 지나간다 발목이 잠기고 무릎이 낮아질수록 조금 더 아래에서 다른 공기가 일어나 숨을 들이마시면 바깥이 아니라 안쪽이 먼저 흔들린다 분홍은 번져 있을 뿐인데 그 위를 계속 건너 다닌다 닿았는지 아닌지 모를 만큼 가볍게 왔다가 머물지 않고 곱다는 말이 떠오르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사라질 것 같아서 나는 말 대신 숨을 더 깊이 들이마신다...
조순배
Ⅰ. 서론   AI는 예술, 문화, 학문 등 인간과 밀접해서 그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나 큐알 카드 사용은 기본이고, 교육과 학습, 금융과 소비생활, 교통과 이동, 문화. 예술. 창작 등 이제는 인간의 뇌가 AI를 정복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일론 머스크는 예언하기를 ‘AI의 발전 속도가 이미 인간의 통제를 벗어났고,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의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이명희
박물관 2026.10.30 (금)
성채처럼 무거운 박물관에두터운 침묵이 깔린다 승리의 찬가는 귀를 세워도 끝내 들리지 않는다조명은 과거의 껍질을 벗기고영웅도 패배자도 한 지붕 아래 숨을 죽인 채 서 있다 명줄이 긴 유물들은 끝내 풀리지 못한 채 눈꺼풀을 내리지 못한다 강물처럼 밀려드는 관람객은 서로의 눈도 스치지 못한 채 찰칵, 짧게 짖고 시대의 위를 미끄러진다      
송무석
오래된 LP 레코드판 위에 바늘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한참 노래를 듣다가 오디오를 껐다. 고요해진 방 안에 여전히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My Way)’ 마지막 소절이 짙은 여운으로 맴돌았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내 마음에 평화와 안식을 주는 명곡. 오늘도 그 노랫말에 깊은 마음을 얹고 지그시 눈을 감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눈가에 맺혀 흘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상에서...
정효봉
가을이여, 와서 2026.10.23 (금)
해바라기 자궁에 황혼이 발아한다   태양을 흠모하던  꽃잎이 황금빛을 떨구면   초록을 잉태한 씨앗을 바람에 건넬 것이다   가을이여, 내게 와서 성실과 희망의 꽃말로 나를 다시 써 다오   소슬바람 한 줄기 오래된 계절의 문을 닫으면   나도 한 잎처럼 가벼워져   훌훌   먼 길을 건너리.  
임현숙
마음속 회색 돌담 2026.10.23 (금)
‘오! 멋지네’   사하라 사막에서 보내온 아우의 사진을 보는 순간,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굽이굽이 펼쳐진 모래 결 위에서 낙타에 올라탄 채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모래바람이 사진 밖으로 불어오는 듯해 농담처럼 대꾸했다. 나도 연말에 적금 타면 낙타를 사겠노라고. 하지만 사진을 덮고 난 뒤에도 시선은 한참이나 허공을 헤맸다. 사실 원하던 것은 낙타가 아니었다. 모래 위를 걷는 ‘시간’을 사고 싶은 마음이 천천히 모래...
김아녜스
팬스타 미라클호(대한민국이 건조한 최초의 크루즈 페리선)가 드디어 지난 4월 13일 부산-오사카 구간을 취항했다. 선박 운항사인 주식회사 팬스타는 일본 오사카로 가는 새로운 뱃길이 탄생하였으며, 고급스러운 객실과 각종 편의시설, 선상에서의 즐거운 이벤트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안락하고 품격 있는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배의 길이는 170m, 폭 25m 중량 약 2만 2천 톤으로 승객 545명과 화물 20피트 컨테이너 254개를 싣고...
정관일
강가에 앉아 물소리 듣는다물결들이 속살거리는 소리, 셀로판지처럼 물결무늬 반짝이는 소리, 모래톱을 밟고 올라오는 물 알갱이들의 심호흡 토하는 소리, 심호흡에 맞춰 은빛 페달을 밟고 강둑을 달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햇살을 차고 올라오는 물고기 떼의 은빛 아가미 팔딱거리는 소리, 소리의 입술들, 입술의 소리들이 노란 수채화로 뜬다    강가에 앉아 바람 소리 듣는다 나뭇잎들의 숨 쉬는 소리, 숨소리 뒤에 숨어 포르릉 포르릉...
이영춘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