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정부, 차기 수장 조건 '이중언어' 공식화
세계 7위급 대형 항공사 에어캐나다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루소가 ‘이중언어’ 논란 끝에 불명예 퇴진한다. 30일(현지시각) 에어캐나다는 루소 CEO가 올해 3분기 말 퇴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퇴는 22일 발생한 뉴욕 라과디아 공항 사고 직후 루소가 공개한 추모 영상이 도화선이 됐다. 이날 에어캐나다 익스프레스 여객기가 소방차와 충돌해 조종사 두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자, 루소는 이에 대한 사과와 애도를 표하는 4분 분량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루소가 사용한 프랑스어는 봉쥬르(안녕하세요)와 메르시(고맙습니다) 두 마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사고로 숨진 조종사 중 한 명이 퀘벡 출신 프랑스어 사용자였다는 점은 대중의 공분을 키웠다. 캐나다 미디어들은 루소가 2021년 몬트리올 상공회의소 연설 당시 영어 위주 발언으로 비판을 받자 “프랑스어를 배우겠다”고 공개 약속했던 점을 지목했다.
퀘벡 주민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센 분노가 일자 캐나다 내각까지 전면에 나섰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루소 퇴진 발표 직후 “결정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니 총리는 또 “차기 CEO는 반드시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중언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는 에어캐나다가 지닌 국가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전제 조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캐나다 내부에서 확산하는 탈(脫)미국 정서도 루소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선포한 이후 캐나다에서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유난히 거세졌다. 캐나다 정부는 무기 구매 예산 70%가 미국산에 편중된 점을 문제 삼으며 국방 조달 분야에서 미국산 비중을 대폭 줄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카니 총리 역시 캐나다가 더 이상 타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자립 노선을 명확히 했다.
캐나다는 다문화주의와 이중언어 체계를 국가 존립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루소 퇴진은 영어 일변도로 이런 가치를 훼손한 인물에게 공적 영역에 가까운 대기업의 키를 맡길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의 발현이다. 에어캐나다는 공식 언어법을 적용받는 사실상의 공공 서비스 기업이다. 루소의 영어 중심적 태도가 단순한 개인 취향이나 선호도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의 새로운 국가 전략에 역행하는 행보로 비쳤다는 의미다.글로브앤메일은 전문가를 인용해 ‘탈미국 분위기 속에서 영어 중심 미국식 경영 질서에 익숙한 루소 모습이 캐나다 정체성을 수호하려는 국민 정서와 충돌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에어캐나다 본사가 자리잡은 퀘벡주는 올해 10월 5일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어와 정체성 이슈는 현지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다. 현재 분리독립을 줄곧 주장해 온 파르티 케베쿠아(PQ)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상황에서 집권 세력과 야당 모두 표심을 얻기 위해 국가적 자부심을 자극하고 있다.
루소의 경영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는 팬데믹 기간의 항공업계 위기를 돌파하고 연금 구조조정과 에어로플랜 인수 등 굵직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제임스 맥가라글 RBC 캐피털 마켓 분석가는 "여러 위기 상황에서 루소가 강력한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가적 자부심이 걸린 언어와 정체성 문제 앞에서는 좋은 실적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는 캐나다 대형 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단순히 이윤 창출을 넘어 문화적 존중으로 확장됐음을 시사한다고 캐나다 시사주간지 맥린스는 전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유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BC 총선 사전투표 열기, 지난 총선 기록엔 못 미쳐
2026.10.20 (화)
첫 사흘간 약 44만 표··· 2024년보다 8% 감소
▲/Elections BCBC주 총선 사전투표 참여가 지난 2024년 총선 때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20일 선거관리위원회(Elections BC)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간 사전투표에 참여한...
|
|
오로-메돈테 시장 후보 아들, 군 기지 화재로 중태
2026.10.20 (화)
39명 부상자 중 한 명 ··· 라트비아 파병 훈련 중 발생
▲ 캐시 킨 시장 후보 아들. /Facebook온타리오주 오로-메돈테(Oro-Medonte) 시장 후보의 아들이 지난 17일 웨인라이트 공군기지(CFBW)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테에 빠졌다. 이 화재로 군인 4명이...
|
|
프랑스 폭력 시위에 상점 3000곳 약탈··· 피해액 1조8000억원 추산
2026.10.20 (화)
프랑스 소요 사태에 유통업계 직격탄
까르푸 연간 실적 전망 하향 주요 도시 이틀째 야간 통금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력 사태 현장에서 한 여성이 불길과 연기를 헤치고 달리기에 열중하고 있다./소셜미디어물가 급등과 공공부문 투자 부족에 반발해 시작된...
|
|
BC 주민, 가장 큰 부담 ‘생활비’ 꼽아
2026.10.20 (화)
메트로 밴쿠버, 48%로 가장 높아
다음은 주택 구매력 문제
BC주 주민에게 가장 큰 문제는 생활비와 주택 구매력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인 캐나다 플러스 인사이트(CP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메트로 밴쿠버 주민의 62%, 밴쿠버...
|
|
홀리데이 트레인 12월 출동··· 무료 공연도 열린다
2026.10.20 (화)
12월 19~20일 메트로밴쿠버 순회
▲/CPKC Holiday Train연말을 맞아 캐나다 전역을 순회하는 ‘CPKC 홀리데이 트레인(Holiday Train)’이 오는 12월 BC주를 찾는다. 올해로 28회째를 맞는 홀리데이 트레인은 캐나다와 미국을...
|
|
뒤집힐까, 굳힐까··· BC 총선 막판 혼전
2026.10.20 (화)
보수당 46%·NDP 43%, 오차범위 안으로
NDP보다 보수당 지지층 결집도 더 높아
▲(좌)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 겸 NDP 대표, (우) 로른 도어크슨 보수당 임시대표오는 24일 BC주 총선을 앞두고 신민주당(NDP)과 보수당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선거 막판 판세가 접전...
|
|
BC 발레 스쿨 설립자, 성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
2026.10.20 (화)
여학생 증언 신뢰할 만해··· 임신 후 유산하기도
BC주의 한 발레 스쿨 설립자가 15세 여학생과의 관계와 관련해 두 건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데이비드 비얼스는 당초 성적 간섭과 성적 착취, 여학생에게 성적으로 노골적인...
|
|
캐나다, 2년 만에 홍역 사태 종료 선언
2026.10.20 (화)
홍역 퇴치 국가 지위 회복해
대다수 확진자, 예방 접종 안해
캐나다의 홍역 발생 사태가 2년 만에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이로써 캐나다는 잃었던 세계 홍역 퇴치 국가 지위를 다시 회복했다. 캐나다 공중보건국(PHAC)은 19일 여러 지역에 걸쳐...
|
|
BC 대법원, 연쇄살인범 가석방 규정 위헌 판결
2026.10.20 (화)
캐나다 권리장전 침해할 수 없어
유가족, 분노와 실망감 드러내
▲ BC주 대법원. /BCSCBC주 대법원(BCSC) 판사가 연쇄살인범이 이른바 ‘희미한 희망(Faint-Hope)’ 조항에 따라 조기 가석방을 신청하는 것을 제한하는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브렌다...
|
|
캐나다 앨버타주 분리독립 투표 부결··· 갈등 불씨는 여전
2026.10.20 (화)
캐나다 잔류 지지 77%로 압도적
분리독립 지지 여론 여전히 존재 親분리독립 정당 탄생 가능성도 퀘벡주서도 분리독립 움직임
▲/Elections Alberta캐나다의 대표적인 원유 생산지인 앨버타주에서 19일(현지 시각) 분리독립 절차 착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된 결과, 캐나다 잔류가 사실상 확정됐다. 그러나...
|
|
“여성은 軍 최고 수장 못 오른다고 생각해 본 적 없죠”
2026.10.20 (화)
캐나다 첫 여성 국방참모총장
36년 육군 복무한 제니 카리냥
▲지난 16일 서울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만난 제니 카리냥 국방참모총장이 본지 질문에 답변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최기웅 기자“강력하고 경계 태세가 확고한 군대를 갖추면 적은...
|
|
“장 점막 손상 위험”··· 내과 의사가 경고한 흔히 먹는 ‘이 약’
2026.10.20 (화)
장 건강은 음식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습관에도 영향을 받는다. 무심코 반복하는 행동이 소화 기능에 부담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도 소화기내과 전문의 사우라브 세티...
|
|
“코어 근육 강화엔 요가보다 필라테스” ··· 전문가가 꼽은 ‘차이점’
2026.10.20 (화)
코어 근육은 복근을 탄탄하게 만드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코어 근력이 충분하면 몸의 안정성이 높아져 움직임에 따른 통증이나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20일...
|
|
밴쿠버 다운타운 흉기 난동··· 4명 병원 이송
2026.10.19 (월)
갱단 간 갈등 가능성··· 용의자 추적
밴쿠버 다운타운의 한 유흥업소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해 4명이 다치고 용의자가 도주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갱단 간 갈등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사건은 지난...
|
|
BC주 표준시간 폐지 앞··· 직장인 근무시간도 바뀐다
2026.10.19 (월)
11월부터 연중 서머타임 유지
연방 공무원·공항 직원 등 영향
BC주가 오는 11월 1일부터 계절에 따른 시간 변경을 중단하고 연중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다른 주와 업무를 조율하는 직장인들의 근무 일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
|
캐나다인 46%, ‘체외 수정’ 정부 지원 원한다
2026.10.19 (월)
18~34세 가장 원해··· 시술 1회 2만 불 들어
캐나다인의 거의 절반이 체외 수정(IVF) 치료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원이 10개 주 중 9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기 다른...
|
|
BC주 N면허, 앞으로 이렇게 바뀐다
2026.10.19 (월)
N면허 도로주행 시험 폐지··· 일부 운전자 자동 전환
나이별 안전 운전 기간 충족해야··· 동승자 제한도 해제
BC주에서 초보 운전자가 정식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두 번째 도로주행 시험이 19일부터 폐지된다. 대신 운전 이력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며, 요건을 충족한 일부 운전자는...
|
|
BC주 총선 사전투표 열기··· 이틀 만에 34만 명 몰려
2026.10.19 (월)
BC주 유권자 10명 중 1명, 벌써 한 표 행사
BC주 총선 사전투표 첫 이틀 동안 약 33만8000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BC주 선거관리위원회(Elections BC)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사전투표 첫날 13만7352명이 투표한 데 이어...
|
|
9월 물가, 3.1%까지 올랐다
2026.10.19 (월)
휘발유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
식료품 가격은 1.7% 상승
중동 전쟁으로 인한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9월 연간 물가상승률이 3.1%를 기록했다. 캐나다 통계청(SC)이 발표한 최신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가 상승한 주요...
|
|
올가을, 에너지 절약하고 요금 절감·리워드까지 받자
2026.10.19 (월)
[Advertorial]
날씨가 쌀쌀해지고 해가 짧아지면 히터를 켜고, 조명을 더 일찍 켜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일상 속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전기 사용량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다...
|
|
|












유진우 기자의 다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