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방 캐나다는 왜 정면 대결 선택했나

“우리는 공격받았습니다. 공격받으면 전쟁 상태인 겁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2일(현지시각) 수도 오타와에서 ‘무역 전쟁’을 선언했다. 상대는 가장 긴밀한 핵심 동맹이자 8900㎞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하루 20억달러어치를 사고파는 이웃, 미국이다. 앞서 미국은 이날 0시를 기해 캐나다산 제품 약 200억달러어치에 50% 관세를 발효했고, 캐나다는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안보·경제적으로 가장 긴밀하게 얽힌 동맹끼리 전례 없는 관세전 정면충돌에 돌입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카니가 미국의 주요 동맹국 가운데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합의 근접했다 막판에 틀어져
이번 충돌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달 캐나다산 의류·시멘트·맥주 등 광범위한 제품에 50% 관세를 예고하면서 촉발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양국은 합의에 근접한 듯 보였다. 미국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50%에서 25%로 낮추는 등 기존 관세를 상당 폭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막판에 틀어졌다. 캐나다는 “미국이 퀘벡주의 언어·문화 보호 정책과 제3국 교역 등에까지 새로운 요구를 했다”고 반발했다. 카니는 결국 21일 밤 워싱턴의 협상단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몇 시간 뒤 미국의 50% 관세가 발효됐고, 카니는 미국의 제안을 ‘나쁜 거래’라고 규정하며 다음 달 8일부터 철강·낙농품·가전·농기계 등에 ‘달러 대 달러(같은 규모)’로 보복하겠다고 했다. 이에 과거 여러차례 “캐나다를 응징하겠다”고 얘기해온 트럼프는 23일 트루스소셜에 “그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위대한 농민들에게 막대한 관세를 부과해 왔고 더는 안 된다”고 썼다.
◇트럼프 눈치 안 보는 카니, 왜?
관세 전쟁 충격은 캐나다에 더 쓰라릴 수밖에 없다. 캐나다 상품 수출의 약 70%가 미국으로 향하는 데다 미국 경제는 캐나다의 약 10배 규모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자영업연맹(CFIB) 조사에선 대미 수출 중소기업의 40%가 이번 50% 관세 대상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판매 업체들의 35%는 매출이 절반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카니는 트럼프와 어떤 식으로든 절충하는 길을 택한 다른 우방 지도자들과 달리, 미국에 강경하게 맞서기로 한 것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최근 쌓여온 캐나다의 대미 감정이 거론된다. 트럼프는 2기 출범 이후 펜타닐 유입 등을 이유로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으로 관세 전선을 넓혔다. 트럼프는 여기에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까지 반복하며 캐나다인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카니는 지난해 총선 때 이 같은 트럼프의 압박을 ‘미국의 배신’이라고 규정했다. 국내 여론도 카니 편이다. 미국에 더 이상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데다 보수 성향의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총리 등도 카니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물러서는 것보다 맞서는 편이 국내 정치적으로도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
또 캐나다도 미국의 급소를 찌를 수 있는 ‘에너지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수입 천연가스의 99%, 전력의 85%, 원유의 60%를 캐나다에 의존하고 있다. 관세전이 길어지면 미국 기업의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카니는 “캐나다는 미국 26개 주의 최대 고객이고, 45개 주에서는 3대 고객”이라고 했다.
결국 영란은행 총재 출신의 경제 전문가인 카니가 국제 질서, 무역 규범을 무시하는 트럼프와 굴욕적인 타협을 하는 대신 ‘대미 의존도 축소와 해외 시장 다변화’라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선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결국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란 전망도
미국·캐나다 사이 갈등은 전 세계가 민감하게 보고 있다. 캐나다가 버티며 미국의 양보를 끌어낸다면 다른 동맹국들의 대미 협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캐나다가 경기 둔화와 일자리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물러선다면 트럼프와 정면 대결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관세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서로의 피해도 커지는 구조여서 양국이 다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이전의 미·캐나다 관계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니얼 벨랜드 맥길대 교수는 AP에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면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 섞인 기대에 불과하다”며 “관계가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다시는 예전과 같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김성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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